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맹상군 이야기

작성자
Lv.7 퀘스트
작성
04.06.29 10:00
조회
291

중국 제(齊)나라 때의 명재상 맹상군(孟嘗君)의 이름은 전문(田文)이다. 그의 아버지는 제나라 위왕(威王)의 작은아들 전영(田 )으로, 위왕·선왕·민왕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냈다.

전영에게는 40여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전문은 천첩의 소생으로 5월 5일에 태어났다. 전영은 5월 태생이 불길하다는 속설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였으나, 그 어미는 몰래 아들을 낳아 길렀다. 전영은 그 아들이 다 성장하였을 때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전에 5월 태생의 아이는 낳지 말라고 일렀는데, 감히 이 아이를 낳아 기른 것은 무슨 까닭이냐?"

전영이 화를 내어 말하자 전문의 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전문이 물었다.

"제가 감히 묻겠습니다. 아버님께서는 5월 태생의 아이를 낳아 기르지 못하게 한 까닭이 무엇입니까?"

전영이 말하였다.

"5월에 난 아들은 그 키가 지게문 높이와 같게 되면 그 부모에게 좋지 않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늘의 명을 받고 태어나는 것인데 무얼 그리 근심하십니까? 만약 5월에 태어나는 사람이 하늘의 명이 아닌 지게문의 명을 받는다면, 그 지게문을 높이면 그만일 뿐입니다. 그러면 아무 탈이 없을 것입니다."

전영은 아들의 말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전문은 아버지 전영을 찾아와 물었다.

"아들의 아들을 무엇이라 합니까?"

"손자라고 한다."

"손자의 손자를 무엇이라 합니까?"

"현손(玄孫)이라고 한다."

"그러면 현손의 현손은 무엇이라 합니까?"

"알 수 없다."

전영은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들 전문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버님께서는 제나라 재상으로 세 분의 대왕을 모셨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제나라 영토는 더 이상 확장되지 않았는데, 아버님의 재산은 천만금이 축적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문하에는 단 한 명의 어진 사람도 없습니다. 옛말에 '장군 가문에서 장군이 나고, 재상 가문에서 재상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아버님을 받드는 미녀들은 비단을 밟고 다니지만, 아버님을 따르는 선비들은 짧은 잠방이도 얻어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인이나 첩들은 쌀밥과 고기를 먹다 남기지만, 선비들은 쌀겨나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체 너는 지금 무슨 소릴 하려는 거냐?"

전영은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아들이 싫었다.

"방금 아버님께서는 현손의 현손을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버님께서는 재산을 축적하고 또 축적하고 있는데, 그 재산을 그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신 자손들에게 남겨주려 하고 있질 않습니까? 이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신하들이 자기 가문만을 생각하여 재산을 축적할수록, 국력은 날로 쇠퇴해 가기 마련입니다. 저는 아버님이 재산을 축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시는 것이 괴이하게 생각될 뿐입니다."

전영은 아들 전문의 말을 듣고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오늘부터는 네가 우리 집안의 일을 전부 맡아보고, 손님 접대를 하도록 하거라."

전문은 그때부터 집안의 일을 알뜰하게 살폈으며, 손님 접대를 극진히 하였다.

당시 명문가에는 식객들이 들끓었다. 재상인 전영이 집안을 관리할 때는 접대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선비들이 많이 찾아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 전문이 손님 접대를 극진히 하자 많은 선비들이 그 집에 식객으로 머물게 되었다.

선비들 사이에서 날로 전문을 칭찬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제후들까지도 전문의 이름을 들먹이며 칭찬해 마지않았다.

"문을 후계자로 삼으십시오."

제후들이 전영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 문이 그렇게 똑똑하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합니다."

전영은 천첩 소생의 아들 전문을 후계자로 삼고 죽었다.

이렇게 하여 전영의 후계자가 되어 가문을 이끈 전문이 바로 그 뒤에 재상이 된 맹상군이다. 옛말 그대로 재상의 가문에서 재상이 나온 것이다.

맹상군이 재상이 되었을 때 그의 집에 머무는 식객이 무려 3천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맹상군은 회사를 이끄는 리더이고, 식객은 그 회사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이다.

맹상군의 리더십은 '베푸는 것'이었다. 리더에게 있어서 베푸는 것은 일종의 투자 개념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처음 사람에게 투자할 때 그 돈은 푼돈이지만, 그 사람이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들고 들어오는 돈은 목돈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배포가 큰 리더와 배포가 작은 리더의 차이점이 있다. 배포가 작은 리더는 사람에게 푼돈을 투자하면서 목돈이 들어올 것을 계산한다. 그러나 배포가 큰 리더는 아무런 계산도 없이 사람이 좋아 무조건 투자한다. 묘한 이야기지만, 애초에 계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작은 리더는 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생각하지만, 큰 리더는 사람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식객을 거느렸던 맹상군 같은 사람은 큰 리더이고, 재산만 모았던 그의 아버지 전영 같은 사람은 작은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엄광용의 사람의 향기 중에서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043 손승윤님의 열하일기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6 둔저 04.07.01 440
23042 한번 둘러보시길 +4 Lv.17 紅淚 04.07.01 341
23041 박현님에게 연참대전 선물에 대한 질문입니다. +2 Personacon 양마루 04.07.01 307
23040 연참대전에 도전하기!! ^^;; +3 Lv.17 紅淚 04.07.01 266
23039 무협지 표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너무 거리가있다 +7 Lv.1 너부리이놈 04.07.01 449
23038 간만에(??) 정담에 글을 남기렵니닷.... +10 미소년전설 04.07.01 266
23037 극악이 돌아왔다! +5 Lv.99 감기(紺旗) 04.07.01 504
23036 [기분전환] 화려하신 빅토림 님의 '베리 멜론' Lv.55 日越 04.07.01 280
23035 [삽질] 해리포터 6권은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9 Personacon 검우(劒友) 04.07.01 589
23034 어떻게 해야 될까요? +19 돈오공 04.06.30 473
23033 정담란 분위기 정리용.... 잠깐 웃고 갑시다. +15 Lv.14 Dainz 04.06.30 493
23032 바둑 - 이제까지 열린 모든 세계대회 성적에 따른 랭킹 +4 Lv.12 소매치기 04.06.30 556
23031 SK Telecom T1 대답해요 -_-b +7 Lv.11 백적(白迹) 04.06.30 495
23030 [유로2004] 이제 4강전이닷!! +6 Personacon 검우(劒友) 04.06.30 344
23029 왜 요즘의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싫어하고 북한에 친근하... +4 Lv.91 mr***** 04.06.30 536
23028 내가 바둑을 싫어하는 이유. +4 검심 04.06.30 537
23027 halo... Lv.21 CReal 04.06.30 265
23026 GG~! +6 둔저 04.06.30 501
23025 여성 결혼관 남성보다 진보적 +1 Lv.39 파천러브 04.06.30 330
23024 북한은 징병제가 아니고 모병제... +11 Lv.7 퀘스트 04.06.30 457
23023 엥? 녹림목님께서 (녹목목목) 여자분?~!? +11 애앵?오호 04.06.30 533
23022 [펌] 태극기를 휘날리며..일본인들 반응... +11 Lv.1 박정현 04.06.30 898
23021 36만8천원으로 한달 살기 +10 Lv.14 백면서생.. 04.06.30 517
23020 우울한 정담 분위기 UP! 시키기~ ^^ +11 Lv.1 하얀여우 04.06.30 354
23019 본프레레 입담 히딩크와 닮은 꼴 +4 Lv.1 잘생긴님 04.06.30 275
23018 청룡장 우연히 구했습니다. +1 Lv.67 하한 04.06.30 382
23017 학교에서 무슨 교육을 받는지 모르겠다(3) +10 무사시 04.06.30 653
23016 아웃룩 익스프레스 6의 불편한 점... +3 Personacon 금강 04.06.30 546
23015 [펌]''트럭 졸음운전, 꽃다운 남매 생명 앗아가'' +3 Lv.14 백면서생.. 04.06.30 338
23014 감상/비평란의 전쟁(?) +5 파천검선 04.06.30 437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