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올린 글들과 박치문의 관철동 시대([6]~[1])에서 나오는 어릴 때의 이창호 국수님의 바둑은, 프로기사로서는 실격 - 글러먹은 태도라고 가르친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이기는 데만 집착해서 기백이나 담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거기서도 '프로기사'로서는 이국수님의 첫 스승인 전영선 7단 - [박치문의 관철동 시대]5. 70년대 바둑계 주당(酒黨)들의 기행과 조훈현의 입성(入城)에서 소개 - 은 이런 바둑을 경멸하는 분이었습니다(하기야 프로기사들뿐 아니라 바둑을 가르치는 분들은 모두, 프로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이를테면]'고스트 바둑왕'의 도우야 아키라처럼 바둑을 두어야[재능 말고 태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릴 때의 이국수님은 이와 반대죠[물론 그 만화에서도 이국수님처럼 바둑두는 사람은 아예 없습니다]).
하지만 이국수님을 가르쳤던 분들 가운데 누구도, 이국수님의 이런 성향을 끝내 고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그 날 그 자리에서 자신이 둔 바둑조차도 복기를 틀릴 때가 있는데다(신도우 히카루는 바둑 제대로 배우기 전에도 남이 둔 바둑을 보고 돌 놓은 자리를 기억하는 수준이었는데[고스트 바둑왕 2권 참조] - 그 나이 때 조훈현 국수님은 동시에 진행하는 바둑 세 판을 혼자서 기보로 기록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바둑을 두지 않았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가짜 기보를 지어낼 수 있을 정도였음), 다음날이면 다 잊어버린다고 하니 재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전번에 책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웅문을 들고 중국에 간 건 2002년에 중국바둑리그에 참가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 제4회 대회 때 상하이에 가져간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죠(시리즈5 참조).
바둑에만 빠져 지내던 이국수님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책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특별히 가리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반야심경도 읽었다고 하고, 심지어 어린이용 사자성어(한 쪽에 큼직한 글자 4개 들어 있는 형식의 책)도 나옵니다.
책을 읽는 모습도 스승인 조훈현 9단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아주 느리게 읽는 재주'가 있다는 표현을 쓸 정도인데, 전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신문이나 책의 한 면만 읽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읽는다고 합니다(사실 이건 자기 얼굴을 가리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루이 나이웨이 9단은 이런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이국수님이 문맹인 줄로 알았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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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22일, 23일 - 상하이 홍차오호텔
○중국 후 야오위 7단 ●한국 이창호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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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국'을 눌러 보시면 제13국의 총보가 나옵니다('새 창으로 열기'를 쓰시는 쪽이 좋겠습니다). '자동보기'를 누르시면 1초 간격에서 100초 간격까지 일정한 속도로 돌이 놓이고, '수순보기'를 누르시면 돌을 놓은 순서를 숫자로 보실 수 있습니다. ▶는 바로 다음 수, ◀는 바로 이전 수, ▶▶는 다음 5수까지, ◀◀는 5수 전으로, ▶|는 맨 끝, |◀는 맨 처음입니다.
fools1님이 진행을 모두 해설하셔서, 저도 일간스포츠 글과 하이라이트, 이영호 씨가 쓰는 이창호 스토리를 모두 올렸습니다. 읽다 보면 fools1님의 글과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올 때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글이 올라온 날짜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변과 우상귀에서 두 번에 걸쳐 후 야오위 7단이 패를 내는 장면은 월간바둑 2003년 3월호에서도 다뤘습니다. '사활 리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에서 '적진에서 수를 낸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지요.
그리고 이창호 9단이 사람들을 경악시킨 수는 총보에서 보시면 흑183입니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황당하다고 할 만하죠.
잘 보십시오. 183이 놓이기 전 마지막으로 좌상귀(183 근처)에 돌이 놓인 건 백144와 흑145, 183 이후 처음으로 좌상귀에 돌이 놓인 건 흑215와 백228입니다. 손이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이창호 9단은 어찌 보면 굴복이나 치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길로도 아무렇지 않게 간다고 합니다. 바둑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달라서 그런지, 다른 프로기사들의 예상과 아주 동떨어질 때가 잦죠.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이 분도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한테 세계대회 결승에서 한 번씩 만나 모두 3:0으로 짐)은 이창호 9단을 두고 "저런 수를 두면서도 이길 수 있다니 하고 놀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조훈현 9단을 두고는 "저렇게 두는 수가 있구나 하고 놀란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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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SBS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회 ~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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