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3 로르샤흐
작성
03.09.03 05:34
조회
618

제가 자주 가는 곳에 올라온, 기사문 편집물입니다.

2001년 4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태권도계의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은 세계대회보다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권도의 경우 한국챔피언은 세계챔피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용인대와 경희대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4월16일 대회 첫날부터 불공정 판정이 계속되자 용인대 학생 250여명은 태권도 사상 최초로 국기원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태권도계에서는 이것을 4·16사태라고 부른다).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탈락하는 선수가 속출하자 대회는 파행에 휩싸였고, 한 실업팀 감독이 실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태권도의 판정은 애매하기로 유명하다. 판정규정에는 ‘강하고 정확하게 가격할 때는 득점’이라고 나와 있다. 따라서 심판이 보기에 따라서 득점으로 인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장면에서 특정 학교선수만 연속해서 불이익을 보았다면 그건 다른 문제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심판진의 구성이다. 관례로 볼 때 국가대표 선발전의 심판진을 짜는 데는 대태협 전무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게다가 심판진에 임윤택 전무의 친인척 2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16명의 심판 가운데 10명은 전국대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이 때문에 임전무가 편파판정을 조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임전무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원칙에 따라 배정했다”며 ‘판정오더설’을 부인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끝났지만 학생들의 시위는 계속됐다. 학생들이 집단 농성에 들어가자 대태협 임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당시 김회장은 IOC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논란 끝에 대태협측과 교수·학생 대표들이 합의문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합의문에는 ‘임윤택 전무 등을 문책하며, 사퇴하는 집행부는 향후 5년 안에 (협회에) 복귀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김회장은 IOC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임전무를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으로 재기용했다.

이부원장은 김회장의 남다른 승부욕을 강조하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벌어졌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이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한국이 얼마만큼 엘리트 체육에 중독돼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선수단의 메달 수가 적으니까 김운용씨가 심통이 나서 나를 쳐다보고 말도 안해요. 그때 한국이 다른 종목은 다 작살나고 마지막으로 태권도에 희망을 걸었거든요. 김운용씨 얘기가 ‘우리가 4체급에 출전해 금메달 3개를 땄지만, 나머지 4체급은 쿼터제한 때문에 아예 출전도 못했으니까 금메달 4개를 양보한 거나 다름없다’는 거예요. 그런 와중에 주최국 호주가 챙길 걸 다 챙기니까 김운용씨가 열통을 터뜨린 겁니다.

내가 그때 세계연맹 부총재로 태권도 경기의 기술적인 관계를 다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심판을 배정할 때 ‘이 사람은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을 내가 다 결정하다시피 했어요. 심판들한테 노골적으로 한국을 봐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배 울리라고 등을 친 거죠. 눈치 빠른 놈은 금방 알아듣지만, 둔한 놈은 그런 걸 잘 몰라. 봐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공정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막상 한국이 지면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왜 그 따위로 심판을 보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거죠.”

―한국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공정하게 평가받도록 힘을 썼다는 말씀인가요. 아니면….

“그렇지. ‘공정하게 해라’ 이렇게 얘기하면 다 알고 눈치채거든. 이런 공작을 내가 책임지고 했잖아. 그런 게 없었으면 금메달 하나나 둘밖에 못 따요. 다른 나라가 아니고 한국이니까 그게 통한 거죠.”

―저는 한국선수가 뛴 결승전 세 게임을 모두 지켜보았는데, 한국선수가 내용적으로도 이긴 것으로 여겨지는데….

“결승만 보면 안되죠. 전체적으로 잘 되려면 예선전부터 신경써야 해요. 그래서 그게 간단하지가 않은 겁니다. 소위 작전이라는 게 있어요. 강적은 미리 죽이는 거지. 우리가 죽이는 게 아니라 심판이 죽이는 거예요. 심판에게 ‘공정하게 하라’고 말하면 알아서 그렇게 한단 말입니다. 예선전부터 ‘가지치기’를 해야지 안하면 나중에 곤란해져요.”

“페어플레이는 없습니다”  

이부원장의 입에서 ‘가지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승부조작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라이벌이 될 만한 상대를 일찌감치 탈락시키는 편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선수에게 강한 A선수가 있다면, A를 예선에서 떨어뜨려 한국 선수의 우승을 돕는 것이다. 체육계에서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당시 일부 투기종목에서 이러한 ‘가지치기’가 있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것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경우는 없었다.

―2001년 국가대표선발전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도 그게 문제가 됐잖아요. 당시엔 심판들이 특정학교 출신 선수들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설퍼서 그렇죠. 얕은 수를 쓰면 소용없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하니까 다 들통이 나잖아요.”

―한국이 태권도 강국의 위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지치기’도 불가피하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무서운 사람이 심판으로 나가면 우리 마음대로 안돼요. 한국하고 결승에 붙은 선수를 그냥 죽이려고 드는 것도 곤란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어느 나라가 강하다는 걸 파악하고 시작해야죠. 심판을 배정하는 것도 기술이에요. 어느 나라가 나오는데, 어느 나라가 결승에 가면 안된다. 그러니까 누구 누구 이렇게 해서 죽이는 거죠.”

―태권도는 예절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불공정 행위가 아닌가요.

“심판이 장난치면 승부가 뒤바뀝니다. 한번 못 봤다 그러면 그만이고, 자꾸 감점을 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심판 한 명을 이거(손으로 목을 가로지르며) 시켰잖아요. 그 사람이 한국 여자선수에게 감점 줘서 패하게 만들었거든. 내가 심판들 모아놓고 ‘감점 절대 주지 마라. 주의를 줘라, 두 번 주의 주고 세 번째 가서 경고를 줘라’고 말했는데도 그가 감점을 준 거야. 그 경기 끝나고 ‘너 그렇게 하면 안돼. 너 감정 있어?’ 하고 소리치니까 벌써 초죽음이 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까 심판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가지치기’는 냉정하게 볼 때 승부조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공개되면 한국 망신이지만 그건 현실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과 독일이 제일 강할 경우 둘이 붙었는데 독일을 지게 하는 건 아니에요. 그 이전에 독일이 결승에 올라와서 한국과 대결할 경우 불리하겠다는 감이 들면 미리 죽이는 거지.”

―그건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원장님의 말대로라면 한국이 승부조작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태권도 강국의 명성을 유지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됩니다.

“이건 국익과 관계되는 거예요. 민감한 사안입니다. 한국 태권도가 망가지면 난리가 나고 선수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요. 요즘 외국선수들 기술이 휙휙 올라가거든요. 한국이 태권도의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예요. 쇼트트랙의 김동성도 다 그런 거죠. 페어플레이는 없어요.”

―올림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대회에서 이런 불문율이 적용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주도권 잡은 나라가 언제든지 강국이 돼요.”

스포츠에 강국의 논리가 작용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일본 유도는 대진표가 불리하다며 재추첨을 실시한 일이 있다. 또한 88서울올림픽 때 한국의 어느 복싱선수는 불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 레슬링에서는 유령선수가 대진표에 무더기로 등록되는가 하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심판매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기종목에서도 경기장소 경기시간 대진표 심판배정 등에 강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게 상식이다.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경기 외적인 요인은 끊임없이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일본 유도도 텃세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원장께서는 강자라면 그 정도의 특권을 누려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누려도 된다는 게 아니고요. 문제는 민족혼을 살려야 한다는 거죠.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국민적 사기가 크게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이런 얘기가 인터넷에 뜨면 이거….”

―부원장님이 생각하기에 우리 태권도가 만약 특권 없이 공정하게 대결하면 몇 체급이나 금메달을 딸 것 같습니까.

“잘 봐서 반타작이고 그렇지 않으면 40% 정도. 열 체급 중 네 개는 욕심이고, 여섯 개는 분산될 겁니다. 그러니까 열 개 중에서 세 개쯤 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젠 기계로 판정해야 한다  

이부원장은 자신이 간접적으로 승부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국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지만, 공정한 행위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난해 태권도계가 파문에 휘말린 직접적인 도화선도 국가대표선발전에서의 편파판정 시비였다. 이부원장은 태권도의 애매한 판정기준을 보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대비책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태권도 판정기준을 보니까 ‘강하고 정확하게 가격할 때는 득점’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그렇게 해놓으면 심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가 한 단계 뛰어넘어야 합니다. 내가 과학의 과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열심히 연구해서 전자호구(護具)를 개발했어요. 그걸 채택하면 판정시비는 대부분 사라질 텐데 그걸 안해요. 인간이 인간을 못믿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입니다. 지금은 심판도 못 믿는다 그겁니다. 불행한 얘기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기계에 의존해야 한다고 봐요. 전자채점기로 해서 때리는 대로 점수를 주는 거예요. 그냥 스쳤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고 파워를 과학적으로 측정해서 처리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한국이 불리할 수도 있겠네요. 복싱의 경우 컴퓨터 채점이 도입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차원에 머무르면 태권도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면 감정이 생기거든요. 한국을 잡으려고 이렇게 했다느니, 때린 것만 보고 맞는 건 보지 않는다느니…. 모든 사람이 그런 편견을 갖게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기계에 의존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 이런 얘기죠.”

―승단심사에서도 불공정 시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협회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도장은 물을 먹는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자꾸 의혹이 증폭된다고요. 그러니까 기계로 판정하자는 거죠. 기계가 결정하면 깨끗이 해결되잖아요. 불합격했다고 기계를 때려부술 수도 없을 테고.”

―지난 번에 승단심사와 심사비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태권도인 전체가 범죄자’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를 포함해 모두가 죄인이라는 얘기죠. ‘죄 없는 사람은 이 여자한테 돌을 던지라고 했더니 한 사람도 던지는 사람이 없더라’는 성경 말씀처럼 우리도 그런 심정으로 살아야죠.”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222 illusion - 그 예순번째 이야기 - 그러나 나는 알지. +4 Lv.1 illusion 03.09.04 191
13221 주말극 보디가드 어떻게 끝나나? +6 Lv.1 소우(昭雨) 03.09.04 366
13220 절판된 책들.. +12 은운 03.09.04 586
13219 짧은글...긴여운 +11 시아 03.09.04 463
13218 연재되던 글이 출판 삭제될 때 말이죠.... +12 남리 03.09.04 632
13217 다르다 와 틀리다. +7 Lv.1 고무링 03.09.04 286
13216 화장실..........(19금) 이랄까..^^ +13 Lv.52 군림동네 03.09.04 547
13215 술퍼님 전쟁입니다!!(읽어보세요) +6 Lv.56 치우천왕 03.09.04 377
13214 어느 무협싸이트 에서 찼은 금강님사진 +10 Lv.56 치우천왕 03.09.04 635
13213 '남자들의 선물 방법'과 '연애를 잘하는 사람, 사랑을 잘... +9 Lv.1 독존 03.09.04 558
13212 나의 어둠의 이름은??? +16 Lv.1 望想 03.09.04 486
13211 사랑점입니다~^^ +4 Lv.1 望想 03.09.04 440
13210 예술-! 그림자극.. +6 Lv.1 하늘가득 03.09.04 335
13209 검마의 환상(?) 무용담...^^ +8 Lv.18 검마 03.09.04 443
13208 대단한 운동능력 +8 Lv.57 ch****** 03.09.04 507
13207 가족의 의미.... +7 Lv.1 소우(昭雨) 03.09.04 408
13206 추석특선영화 - 중복이면 가볍게 윙크를..쿨럭;; +18 Lv.1 먹보 03.09.03 546
13205 좋은 사람. +9 은령 03.09.03 276
13204 뾰로롱 꼬마마녀 열두살난~~~~~ +3 Lv.15 千金笑묵혼 03.09.03 391
13203 엄마딸?아빠딸,,ㅡㅡ;;(중복은 애교로-_-) +5 Lv.15 千金笑묵혼 03.09.03 300
13202 일급 비공개 파일..ㅡㅡ.. 아무도 열어보지 말 것.[S(빨... +19 Lv.20 흑저사랑 03.09.03 685
13201 오랜만에 머리좀 만졌습니다. +5 Lv.1 진운 03.09.03 295
13200 처음으로 글을 올려 봅니다 +5 Lv.27 未少年 03.09.03 273
13199 문군의 유창한 영어실력 +3 Lv.15 千金笑묵혼 03.09.03 528
13198 얽힘. +3 촉풍 03.09.03 461
13197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구나... +9 Lv.1 애국청년 03.09.03 387
13196 바탕화면에 쓸 아름다운 이미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1 Lv.1 illusion 03.09.03 564
13195 므흐흐.. 선생님을 무협지로에 귀의시키다. 칭찬해주셔요. +6 Lv.1 illusion 03.09.03 446
13194 [가담(可談)] 가영이의 섹시신공에 대한 고수들의 반항 +16 가영이 03.09.03 565
13193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 택견... !! +9 Lv.1 소우(昭雨) 03.09.03 50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