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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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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3.08.29 14:55
조회
571

나의 불치병(不治病)........ '中國病'

제가 27세 이전만 해도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아Q정전'의 노신(魯迅), 인구가 많고, 잘 씻지않는 게으른 나라, 그리고 등소평, 모택동, 문화혁명... 그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관심이 없으니까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았고 더구나 홍콩영화들은 너무 유치해서 볼 필요도 없다는 아주 단세포적인 생각을 가진, 중화권에 대해서는 무지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제가 27세때 우연히 리영희 선생의 '8억인과의 대화' , '10억인의 나라' 를 읽고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조셉 니덤(Joseph Needham, 1900-1995)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1, 2, 3'을 읽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졌습니다.

조셉 니덤의 원서는 총 34권으로 된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그 당시 국내에는 축약본 3권까지 나왔었습니다.

이 책에는 서양의 산물이라 여겨졌던 '과학'을 중국과 동양의 관점에서 다뤘고 중국의 문화와 과학과 기술에 대해 아주 체계적이고 사실적으로 접근한, 인문학 분야에서 중국전문서적으로는 20세기 최고의 서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명을 받고도 중국에 대한 관심은 책을 읽을때만 생기고 중국어를 배운다든지 하는 제대로 된 접근을 못하다가, 중국에 대한 저의 태도을 확 바꿔놔 버린 아주 엉뚱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황비홍2'를 본 후였습니다.

94년 7월의 어느 일요일날, 극장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친구가 2시간 늦겠다는 바람에 시간을 때우려,썩 내키지 않았지만 난생 처음 홍콩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황비홍2'를 보면서 뜻도 모를 아름다운 북경어에 빠져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때 리리엔지에(李連杰)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냉정한 무술의 달인이면서 청나라 관리역을 맡았던 쩐즈단(甄子丹)에게 완전히 반했죠.

비록 악당역을 맡긴 했지만 아주 맑은 강렬한 눈빛을 가졌던 쩐즈단을 보고 난후 어떤 무술배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감독은 리리엔지에를 영웅으로 만들고 쩐즈단을 비참하게 죽였지만, 제 마음속에는 쩐즈단이 영웅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친구와의 약속도 잊고 계속 두번을 보고 극장을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소룡 이후의 무술의 달인인 배우를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저는 쩐즈단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후에 쩐즈단에 대한 관심을 넘어 '쩐즈단'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제주시내를 뒤져서 중국무술 체육관과 중국어학원에 등록을 해서 본격적인 중국문화에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조셉 니덤이 충고한대로 외국인이 다른나라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1. 그나라에 대한 지적 호기심

2. 실제 그 나라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든지 아니면 자주 여행을 다니든지 하면서 그 문화를 체험할 것

3. 原典을 읽을 정도의 그나라 말을 읽힐 것

위 세가지를 토대로 중국에 미쳐서 살았는데, 중국어의 권설음을 혀를 꼬아가며 발음하다보면 가족들은 시끄럽다고 타박하기 일쑤였고 주변에서는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어느덧 10년이 돼 버렸네요.

10년의 세월과 함께 제가 연구했던 '知,德 體'를 고루 갖춘 쩐즈단은 그 당시 무명배우에서 일취월장, 지금은 감독과 제작자로 미국과 독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전히 멀리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10년이 흘러도 중국에 대한 관심은 그대로네요.

중국어권 노래를 아직도 즐겨듣고, 태극권도 계속하고, 잘 못하지만 언어도 익히면서 10년째 계속 하는걸 보면 동생 표현대로 불치병인것 같습니다.

매해 아주 더운 7월이 되면 처음 황비홍을 봤었던 호기심이 발동해 그때의 기분이 그대로 되살아 납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2000년 5월에 제가 첫애를 출산했는데 12년을 다닌 직장에 사표를 낸때라 출산과 함께 아주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애기까지도 귀챦을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더운 여름 7월이 다가오자 다시 그때의 활기찬 기분이 되살아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 생활을 도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우스운지....

이렇게 한사람의 외국인을 바꿔놓는 건 정치적인 외교가 아닌 문화적인 외교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 잘 키운 연예인 하나 열명의 외교관 안 부럽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실제로 외교관 여러분들이 음지에서 정말 수고하시지만 그 파급효과는 문화적인 접근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저의 관심을 고조시킨 세명의 남자를 꼽으라면, 앞서 얘기한 쩐즈단, 마오쩌동(毛澤東), 리양스청(梁思成) 을 들수 있겠습니다.

다소 정치적으로 보여질수 있지만 마오쩌동에 대한 평가는 정말 다양합니다.

일개 호색한이라는 평가에서 부터 영웅이라는 평가까지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제가 조심스럽게 강조하고 싶은건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서 중국의 현대사를 이해하고 논하려면 마오쩌동을 배제해서는 얘기가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숲만 논할것이 아니라 숲의 주축이 된 마오쩌동이라는 나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택동사상론'- 김충렬, 공기두 공저)이라는 책은 그러한 마오쩌동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국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중국의 건축가 리양스청(梁思成)입니다.

중국의 1세대 건축가였던 리양스청은 유명한 청나라 말기의 학자이며 개혁가였던 리양치차오(梁啓超)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리양스청은 건축공부와 함께 중국의 철학과 古文을 공부했는데, 이렇게 공부한 인문학은 훗날 1920년대 미국유학시절 중국의 건축을 미국에 알리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도설 중국건축사'라는 중국 고건축에 관한 책을 영어로 미국에 소개한 최초의 중국인이기도 합니다.

1920년대에 일찌기 유학을 다녀와 근대문물을 접했지만 리양스청의 건축세계는 중국의 고대 건축에 바탕을 둔 새로운 건축 양식을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영향때문인지 현재 중국내 대도시에서 건축허가를 내줄때 신축건물에 중국의 고대 건축양식이 어느정도 반영이 돼야 허가를 내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건축계도 한때 서구문물위주로 달리다가 요즘들어 고건축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리양스청이 국보급이라고 까지 평가를 받은 건 그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똑같이 건축가였던 부인 린후이인(林徽因)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양사성(梁思成)' 이라는 책을 보시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상 중국에 관한 저의 관심을 간단하게 요약해 드렸고, 만약 이글을 읽으시는 중국전문가와 중국에서 공부하시는 분이 계시면 너그럽게 그냥 봐 주세요.


Comment ' 2

  • 작성자
    검은바다
    작성일
    03.08.29 17:13
    No. 1

    한인물에대한 관심이 그정도까지로 발전하다니..정말 대단하십니다
    열정에 박수를....
    이글을 읽고 있자니 저번학기에 마오쩌동 때문에 고생했던 생각이 무럭무럭... 중국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레포트에 시험까지..컥..
    피 보았다는...중국사람의 이름은 당최 외울수가 없어서리..사람이름 헷갈려서 죽는줄 알았다는...
    퀘스터님 대단해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퀘스트
    작성일
    03.08.30 15:18
    No. 2

    저 아니에요...
    퍼 왔어요.
    이런 정열이 있으면 뭣인들 못할까...
    (무협을 썼어도 열개는 썼겠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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