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사이트 소설들은 개연성이 없다. 캐릭터들의 감정 서사와 단편적 인물/스토리 구성에 치중한다.
문피아의 소설들은 개연성이 없다. 사이다 전개와 정형적인 스토리 구조에 치중한다.
두 사이트 모두 공통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필력이 부족하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하자면, 필력이라는 건 “실력”이나 “재능”이라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의 영역이다. 아무리 잘 쓰는 작가라도 작품 구성, 실제 글을 쓸 때, 퇴고할 때 여러 번 재검토하지 않으면 작품 자체에 매끄러움이 부족해진다. 이건 작가의 잘못이라고만 하기에는 가혹하다.
글을 킬링타임용으로 읽는다는 인식이 강화된 탓이다. 한 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글을 깎아내리고 읽지않는 사람들. 소설을 읽으면서 쓴 시간과 몇 천, 몇 만원의 가치보다 당장 마음에 안 든 몇 백원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 기회비용, 매몰비용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건가? 난 모르겠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악순환의 반복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독자도, 작가도, 플랫폼도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니 작품의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독자의 만족감도 날이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ㄴ’ 사이트와 문피아의 우열을 비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작가의 스타일, 독자의 연령대가 다른데 우열이 비교가 가능할까?
노벨피아는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다. 스토리적 구조보다 캐릭터(주로 주인공)의 감정서사에 집중해 고구마 전개를 버텨내도록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필력 부족이 덜 드러나게 만든다.
문피아는 정형화 된 스토리 구조를 띈 글들이 많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내가 느끼기엔 문피아의 글들이 필력 차이가 더 눈에 띈다. 무료베스트를 보고 있자면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을 정도로.
문피아 게시판이니 문피아 글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 꺼내보겠다.
문피아의 글들 중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는 글들이 있다. 악살싶, 시천살, 약천마가 그렇다. 굉장히 정형화 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구성과 필력으로 재미를 이끌어낸다. 세 글의 장단점을 차치하고, “정형화 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어떻게 재미를 이끌어내는가”를 생각해보면 한 명의 작가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 재미를 이끌어내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캐릭터”다. 위에 언급한 세 작품 모두 극초반부터 언급되었던 캐릭터들이 모두 중요하고, 작품이 후반부에 다다른 지금도 존재감이 매우 크다.
‘ㄴ’ 사이트는 초보 작가들도 많고 스타일도 달라서 이러한 방법에 미숙한 작가들이 많은걸 그렇다 치자. 문피아의 소설들, 특히 사이다식 전개와 정형화 된 구조로 만들어진 소설들은 글로 돈을 벌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쓴 게 아닌가?
정형화 된 구조와 사이다식 전개가 재미 없는게 아니라, 그냥 글을 못 쓰는거다.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유료베스트 상위권에서 돈을 버는 작가들과 큰 차이가 난다.
최근에 작가 한 명과 대화를 나누고 크게 화를 냈다. 모든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진 건 독자의 잘못도, 플랫폼의 잘못도 있지만 작가의 잘못도 있다. 웹소설로 돈을 벌고 싶은 작가라면 이걸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여러 방법과 스킬들을 익히지 않고 계속 글을 써내다가 운 좋게 작품 하나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걸 가지고 취업을 할 수도, 더 나은 글을 쓸 수도, 마음에 위안이 되지도 않는다. 글도 잘 쓰려면 공부를 해야한다. 그렇게 글을 써야 나중에 취업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추억을 되돌아 볼 때 도움이 된다.
개연성이라는 건 현실적이거나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다. 독자들이 ‘개연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글의 재미를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그냥 일기처럼 써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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