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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5.11.21 20:38
조회
1,152

2015 WBSC '프리미어12'에 참가 중인 국가대표 내야수 오재원(30·두산)에 대한 야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큰 공헌을 한 오재원은 상승세를 몰아 국가대표로서도 펄펄 날고 있다. 특히 소문난 강심장답게 중요한 순간 제몫을 해내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썸네일
 20일 삼성 라이온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19일 프리미어12 한일전 승리의 주역인 오재원(두산) 선수 사진을 올렸다. 삼성 라이온즈 페이스북 운영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재원 사진 올림"이라고 남겼다. 삼성 라이온즈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두산에 내줬기 때문이다.
ⓒ 삼성라이온즈 페북 갈무리


오재원의 진가는 전 국민들의 관심이 총집결됐던 준결승 한·일전에서 제대로 빛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날 0-3으로 끌려가던 9회초 대타로 나선 오재원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4점을 몰아쳐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오재원은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동작을 연거푸 보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걸었고 결국 안타를 뽑아냈다. 1루로 뛰어가면서는 마치 경기를 뒤집은 듯 일본 벤치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까지 펼쳐보였다. 이날 승부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오재원은 타자 일순하면서 들어선 2사 만루 상황에서 가운데 펜스를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면서 홈런을 직감한 듯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른바 '빠던(빠따 던지기)'이었다.

아쉽게도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히고 말았지만 오재원의 배트에 맞은 공이 펜스 쪽으로 날아가는 순간 팬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그와 기쁨을 함께했다. 오재원으로 시작해 오재원으로 끝난 약속의 9회였다.

캡틴에서 돌격대장까지, 한국판 근성가이 계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순간 흐름을 바꾸는 이른바 '근성가이'들이 존재했다. 이병규, 김동주, 최희섭, 김태균, 이대호 등 중심타자들의 활약도 빛났지만 그들의 해결사 능력이 발휘되도록 다리를 놓아준 첨병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근성이 최고조에 오르는 한·일전에서의 활약은 전 국민을 열광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들은 똑같은 근성가이들이기는 했지만 색깔은 조금씩 달랐다. 2006년 WBC 2라운드에서일본과 붙은 대표팀은 8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투수전과 호수비가 연달아 반복되던 상황에서 선취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었다. 이날 해결사로 나선 것은 대표팀 '캡틴' 이종범이었다.

당시 이종범은 전성기가 훌쩍 지난 상태였지만 특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다. 고타율을 유지하며 대표팀 타선을 이끄는 것은 물론 후배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잡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큰 경기에 유독 강한 '야구천재'답게 이날도 이종범의 천재성은 제대로 빛이 났다.

이종범은 1사 2, 3루에서 후지카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한국 팬들은 환호를,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종범의 역전 결승타 장면은 애국가 영상으로도 나올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용규는 전형적인 돌격대장이었다. 이종범처럼 맹타를 휘두르며 전천후로 팀타선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독기 가득한 근성으로 승부처의 흐름을 바꿔놓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09년 WBC 당시 이용규는 일본대표팀에게 눈엣 가시였다.

타석에서 워낙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일본 투수진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한국과 1조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이 2-1로 앞선 3회말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의 선발 투수 우츠미 데츠야가 던진 공이 이용규의 뒷머리를 강타했다.

포수 아베 신노스케는 가운데 볼을 던지라고 사인을 냈지만 우츠미가 던진 초구는 궤도를 한참 벗어나 이용규 쪽으로 곧장 날아갔다. 깜짝 놀란 이용규는 황급히 몸을 피하려했으나 결국 뒷머리를 얻어맞고 말았다. 쓰러진 이용규는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흔들었고 결국 부상 악화를 우려한 김인식 감독의 배려로 이종욱과 교체됐다.

우츠미가 모자를 벗어 미안하다는 뜻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지난 경기 한일전에서 맹활약한 이용규를 향해 고의적인 빈볼을 던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일본 입장에서 얼마나 이용규가 얄미웠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배드보이' 오재원, 결승전도 부탁해

이종범이 '캡틴', 이용규가 '돌격대장'스타일을 연상시킨다면 오재원은 전형적인 '배드보이'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하는 국내 정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상남자로 불렸던 이용규는 국내리그에서의 여러 가지 아쉬운 행보로 인해 이미지가 많이 깎인 상태다. 본인은 상남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잦은 변명 등으로 인해 '정의롭게 보이고 싶은 악당'으로도 불린다.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이용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반면 오재원은 다르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별반 의식하지 않는다. 영웅, 해결사, 악당, 욕쟁이 등 어떤 캐릭터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경기중 여러 가지 돌발행동을 일으키며 상대팀은 물론 자팀 팬들에게까지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 같은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늘상하던 대로 오재원스럽게 행동하고, 오재원스럽게 플레이 할 뿐이다.

이 같은 오재원의 캐릭터는 국내리그에서 수많은 안티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경기에 임할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는 물론 '미친 승부욕'으로 불리는 특유의 근성으로 인해 종종 상대팀과 마찰을 벌이기도 한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욕설을 내뱉기도해 '오식빵'이라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별명까지 얻었다.

상대팀 팬들에게는 당연히 비호감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소속팀 두산 팬들조차 때로는 당혹감을 금치 못할 정도다. 외국에서는 종종 이러한 캐릭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희소성(?) 높은 이미지의 선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재원의 모습이 한일전 등 국제경기에서는 또 다른 양상으로 비쳐지는 상황이다. 거친 신경전도 불사해야 되는 상황이 많은 만큼 앞장서서 거침없이 승부욕을 불태우는 오재원의 근성이 은근한 통쾌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 맹위를 떨친 선수들에게는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 '국노(국민노예)' 정현욱,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오재원은 어느새 '국민 식빵'으로 불리며 국가대표 별명계의 신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재원을 정신없이 비난하던 타팀 야구팬들도 현재만큼은 열렬한 응원을 펼치며 '적과의 동침'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대표팀은 21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미국과의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은 전력도 전력이지만 국제대회에서 오심의 덕(?)을 가장 많이 받는 팀 중 하나다. 한국 역시 이전부터 피해를 많이 봤는데 지난 예선에서도 애덤 프레이저의 2루 도루 아웃을 세이프로 둔갑시킨 2루심의 오심 때문에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경기 양상이 어정쩡하게 접전으로 흐른다면 불리한 이유다.

단판승부 혹은 큰 경기에서 강팀끼리 맞붙으면 작은 흐름이 큰 기폭제가 되어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오심논란 등 두려운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흐름을 가져가면서 오심의 싹을 자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배드보이' 오재원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식빵'으로 거듭난 오재원의 '악동쇼'가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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