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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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에 내용은 개인 소견임을 밝혀둡니다. 제가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전혀없고 글에서 느껴지는 주관적 느낌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존칭을 생략하는 것을 미리 언급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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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우각님의 작품이라 하면 명왕전기, 천인혈, 전왕전기이다. 이 세 작품 모두 인기가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생각되며, 무엇보다 그 이면에는 남성다운 호쾌함이 기존의 무협들에 비해서 시원스럽게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나는 세 작품 속에서 느낀 우각님의 작품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무공의 연원
우각님의 소설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무공들은 그 연원이 중원이 아닌 고려(명왕전기, 전왕전기)거나 알려지지 않은 무인(천인혈)에서 기초로 되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구파일방으로 대변되는 정도와 마교로 대변되는 마도와는 그 수법이 상궤하다. 이러한 기본적 배경은 주인공이 익힌 무공의 태생적 강함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세 작품에서 주인공에게 죽어가는 많은 인물들이
"이것이.. 무슨 수법.."
것과 같은 말을 하며 죽어간다. 이는 익숙한 무공에서 벗어난 상이함으로 인해 겪게 당혹감 때문이다. 즉 고수들간의 싸움에서는 초식이 정해지고 알려진 무공은 흡사 가위바위보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작용할 수 있는데 주인공들의 무공은 이러한 의도가 모두 빗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고려시대의 무맥을 이었다는 설정은 명왕전기 후반부에 살짝 언급했듯이 조선시대로 들어서 국운이 퇴행기에 들어서게 된다는 작가 본인이 가진 조선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사료된다.
2. 주인공의 운명적 굴레
이것은 무공의 연원과 같은 선상에 있다. 강력한 주인공들의 무공은 본래 강하지만 그 특성과 강함은 무공자체에서 온다기 보다 시연자와의 조화에서 기인한다. 다른 무공도 그렇다고 한다면 크게 할 말이 없으나 실제 우각님의 작품에서 보여지듯 명왕전기에서 체격이 왜소한 신황이 자신에 알맞은 무공을 만든다거나 천인혈에서 한계로 남았던 화륜심법을 완성해야하는 적무강이나 짧은 시간동안만 스승으로 배웠던 천포무장류의 완성을 시켜야하는 단사유. 셋 모두 운명적으로 자신의 무공을 완성시켜야하는 굴레를 가진다. 이 무공의 완성이 전체를 관통하는 씨줄이라면 두 번째는 각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의 대립관계가 날줄이다. 그것들을 모두 열거하는 것보다는 단지 운명이 점친 라이벌과의 이야기라고 해두자.
3. 주인공의 외치는 의과 협
구무협과 신무협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구무협에서 외치는 의와 신무협에서 외치는 의의 차이라고 본다. 즉 구무협은 강호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 보는 사소취대의 입장이라면 신무협은 강호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강호안에 살아가는 모든 개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무협은 '대의'이고 신무협은 '평등'으로 각각의 의를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우각님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은 '의'를 행한다기 보다 매우 이기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주인공들은 의와 협을 논하기 이전에 대장부를 이야기한다.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하는 것이 대장부다."
대충 이런 말이였는데, 이 말 속에는 내가 해야할 일을 이루기 위해서 그 선상의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극도로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인공이 대협으로 칭송받는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하는 도중에 일어난 소위 부수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물론 중간중간에
"남자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움직이는 거야."
하는 말로써 외도를 보이기도 하나 주인공은 의와 협을 고민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다만 삶의 목표와 그것을 위해 꺽이지 않은 신념이 존재할 뿐이다. 이는 우각님의 원하시는 남성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4. 소설 속에 등장하는 히로인
우각님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상대는 기본적으로 매우 미인이다. 또 무공이 강하다거나 돈이 많다. 그리고 머리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남자들에게는 매우 쌀쌀하다. 소위 꿈 속의 여인이고,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원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이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만남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등장하는 여인들의 기본적인 컨셉은 같다. 아마 우각님이 원하는 여성상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아마 모든 남자들은 똑같지 않을까.) 히로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히로인들도 굉장히 강한 무력과 능력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전왕전기를 제외한 두 작품에서는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모습을 보인다. 약간 보수적인 여성상이 아닐런지.
5. 호쾌한 이야기, 그러나.
우각님의 이야기는 호쾌하다. 우리나라 무협작가님들 중에서도 그 호쾌함이 제일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 호쾌함은 남들을 죽이고 그 피 위에서 포효함이니. 호쾌함과 잔인함의 경계에 서있다는 것에 그 문제가 있다. 대저 말과 글은 비밀을 가진 동시에 그것의 열쇠이기도 하고, 금기이기도 하면서 달콤한 금단의 열매이기도 하다. 이 말인 즉슨 호쾌함을 표방하기 위해 살인 등의 금기의 상황이 버젓하게 연출되는 상황이니 호쾌함 속에서 仁과 자비란 없고, 폭력과 죽음이 난무할 뿐이다.
뿐 아니라 진행되는 이야기들의 구성, 소위 말하든 플롯의 단순함은 이어지는 소 챕터, 에피소드들이 크게 다르지 않고 같은 양상으로 진행됨으로 인하여 엔딩부분의 이야기를 예상케한다. 물론 무협의 기본 특성상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반전을 넣기는 어렵지만 마지막 내용이 예상과 다름없음과 꽤나 빠르게 끝남은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우각님의 소설은 매우 재미있다. 박력감있는 전투씬의 묘사도 그렇고 조연들의 개성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며 가슴도 뻥 뚤리는 듯한 시원함도 든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므로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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