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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헤로도토스
작성
12.12.21 22:45
조회
3,194

 

저는 보통 비평란에서 여러 글들을 접해서 읽는편인데.. 끝까지 읽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바빠서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가장 근래에는 ‘레시드’ 라는 작품을 요청받고 읽다가 끝까지 본 기억이 있네요. 그때도 읽고 느낀바가 있어서 거의 처음으로 따로 비평글을 써서 레시드라는 작품을 소개했었습니다. 지금은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완결을 내신것으로 압니다.

 

이 ‘해적군주’ 는 연재분이 그리많지 않지만 어쨌든 ‘비평을 위해서’ 가 아니라 제가 마음이 내켜서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처녀작이라고 하셨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총평은 정말 아쉽다! 라는 것입니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 “아, 조금만 더 썼으면.. 여기가 조금만 더 이랬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거였거든요. 그만큼 소재나 전개에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무엇이냐? 그건 작가님의 총체적인 글쓰기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위에 제가 예로들었던 레시드의 해당 작가님이 비평신청을 해온 시점과 비교해보아도 많이 못 미칩니다. 허나 대신 비문언적 표현과 스토리 진행은 정말 뛰어납니다. 이 장점에 대해서는 마지막 부분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사실 비평을 할 대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꽤 많지만 전체적으로 고치라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글을 남기는 것은 가능성이 반짝이는 작가님의 글이 묻혀버리는 일을 조금이라도 막고,  다른 뛰어난 독자분들에게도 해당 글을 읽을 기회를 드려 그 분들께 좋은 조언과 칭찬 등을 받으시기를 원해서 입니다. 그리고 또 제 개인적으로 작가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유일한 말은.. 자신만의 글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글의 초반부인데도 불구하고 글쓰는 방식에서 상당한 변화의 모습이 있습니다. 연재분량의 초중반까지와 그 이후의 전개 문장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그게 발전의 모습이 아니라 단조로워지는 방식으로의 변화라는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문장이나 글쓰는 방식이 아예 두개로 나뉘어 진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점 자체에 대해서는 비평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완성작이나 완성된 글이라면 장황하게 비평받아 마땅한 부분이지만.. 이 글에서 습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녀작, 습작의 모습으로 치자면 그런 변화는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의 작가님의 색이 묻어날까말까 하고있는 글들은 솔직히 말해 헛점이 많습니다. 지적할 부분도 많고, 어색한 대목도 있어요. 반면에 뒤로가면서 바뀌는 문장들은 ‘지적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건 칭찬이 아니에요. 너무나 단조롭고 근래의 장르계의 글들을 판박듯이 따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감정이나 묘사도 찾아보기 힘든 단조로운 문장에 그치고 있거든요.

 

물론 뒤의 문장 방식으로만 진행을 하면서 대사를 통한 감정전달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좋은 글은 나올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처음부터 그대로만 글을 쓰셨다면 저는 비평을 이렇게 적었을 겁니다. “처녀작이라고 보기에는 놀랄만큼 문장이 간결하고 안정적이다.” 라고요. 물론 그 후에 강력한 비판을 했을테지만요. 그러나 처음에 보여준 작가님의 색이 묻어나는 글들을 보고 그후의 문장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비평을 좀 쉬려다가 다시 또 적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왜 문장을 갑자기 바꾸셨는지 나름대로 짐작은 갑니다. 물론 작가님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스토리진행등을 하다보니 아마도 유려하고 감성적인 글을 쓰는데 스스로 한계를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이미 위에서 말했듯 작가님의 글쓰기 역량이 아직 자신만의 색채를 확고히 잡고 써내려가기에 부족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즉, 처음의 글쓰기는 제가 말했듯 분명히 헛점이 있고 아마 전개를 해갈수록 그 헛점이 점점 더 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단조롭고 간결한 문장으로 완전히 방향을 튼 것이 좋은 선택만은 아닙니다. 물론 후자로의 전향이 글을 쓰기에도 편하고, 다시 읽기에도 뭔가 완성도 있어보이고, 헛점도 적어보이고,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뛰어나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저는 아쉽습니다.

 

장르계가 발전하려면 재능있는 초출 작가님들이 자신만의 색채를 가져야 합니다. 컴퓨터처럼 정교하게 딱딱 스토리 진행만 하는 글은, 읽기편하고 흥미는 있을 수 있을지언정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냥 거기까지만이에요. 처녀작, 그것도 습작을 쓰시는 작가님이 왜 벌써부터 자신의 발전가능성을 포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의 글쓰기 방식에 한계를 느꼈다면, 그것을 확 바꿔버릴 것이 아니라 두번째 방식과의 중도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글을 찾아갔어야 합니다. 너무 유려하고 장황했다면 그것을 조금씩 줄여나갔으면 됩니다. 문장이 길고 감정적이다 보니 끊기고 오류가 많았다면 그걸 조금씩 고쳐나갔으면 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작가님만의 글’ 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작가만의 색.. 어차피 다 글은 글인데 그런게 어디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누구의 글이든 따로 문장만 떼어놓고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일수도 있고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 설명하기도 힘드니까요. 그러나 분명히 다릅니다. 읽다보면 다 비슷한 문장일지라도 어딘가에서든 작가의 색채가 묻어나오기 마련입니다. 물론 색채가 묻어난다고 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적어도 습작을 쓰는 작가가 벌써부터 단조롭고 간결하기만한 글쓰기에 집중하는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님이라면 더더욱요. 너무 안타까워서 전혀 무관한 제3자인 제가 이런 장황한 글을 쓸 정도니까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어쨌든 선택은 작가님의 몫입니다. 이것은 순수히 제 생각이고 제 안타까움일 뿐이니까요. 나는 단조롭고 깔끔한 문장을 바탕으로한 스토리전개로 승부하겠다! 라면 그것도 분명히 옳은 선택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요. 그만큼 근래들어 보기 드물에 비문언적 표현이 좋은 작품이거든요.

 

아직 초출작가님답게 가슴깊이 와닿게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아쉽지만..  케릭터성, 등장인물들간의 교차성, 스토리진행의 매끄러움 같은 부분에서 매우 큰 강점이 있습니다.

 

듀칸이라는 주인공 케릭터를 매우 잘 살렸고 페르리라하는 히로인 케릭터나 갈등을 겪는 센데벨 귀족가의 사람들 등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 진행의 짜임새가 아주 좋아요. 대해적단이 귀족으로 편입되려는 이유라든가, 그 편입의 방법, 그리고 우연히 목걸이를 손에넣는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선택, 히로인과의 관계, 그를 믿는 자들과 그를 믿지않는 자들의 대조, 믿지않는 자들과의 대립 등, 적어도 연재가 된 부분까지의 스토리 진행과 그 교차만은 도저히 초출작가님이라고 보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제가 이 글에 유독 후한 평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에 놀랐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미리 구상된 바탕에서 이루신 것이라면 앞으로의 전개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됩니다.

 

다만 역시 이런 비문언적 표현은 아무리 잘 짜여져 있든지간에, 어떻게 문언적 표현으로 전달이 되느냐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수도 있는 사항입니다. 그대로 썩힐수도 있는 것이고 어쩌면 한층 더 빛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럼 이만, 작가님의 무궁한 발전을 빌며.

 

 


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렌아스틴
    작성일
    12.12.21 23:35
    No. 1

    잘 보고 갑니다. 요즘 비평글들이 다 좋아서 즐겁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정윤강
    작성일
    12.12.21 23:49
    No. 2

    헤로도토스님의 글을 읽는 내내 후한 평가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일단 답변을 조금 드리자면, 챕터 불의 향기 페르리나를 만나는 부분까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 감정적인 묘사를 서술형으로 살리는 데에 3인칭으로 쓰는 것이 너무 어색하지는 않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문체가 간결하고 단조로워 졌습니다.
    솔직히 감성적인 문체를 쓰는 것보다 헤로도토스님 말대로 단조로운 문체가 훨씬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편했습니다.
    제가 감성적으로 글을 적는데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일단은 연재를 하는 글이다보니 창피하다는 감정도 들고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단조로운 문체로 바꿔 갔습니다.
    그런데 헤로도토스님의 비평을 들으니 '아! 내가 왜 발전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문체를 바꾸려고만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가의 성향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항상 쉬운 길만 찾으려 하는 버릇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단조로운 문체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인물간에 대화로 행동으로 심리표현, 즉 내적갈등을 표현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이 말이죠.
    그래서인지 저는 생각을 말해주는 '생각' 이것이 거의 제 글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아무도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으나, 헤로도토스님의 비평을 들으니 '아! 내 글의 색깔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일단 정말로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고 누가봐도 '이 문체는 저 작가의 글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발전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인물 관계, 대립, 갈등 제가 의도를 하고 설정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걸 알아채고 칭찬을 해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한 기분이 드네요.
    비평 글을 써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고 이렇게 비평을 들으니 이제야 정말 독자와 작가간의 소통이라는 것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글을 적는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비평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9 정윤강
    작성일
    12.12.21 23:56
    No. 3

    조금 덧 붙히자면 사실 저는 해적군주는 첫글이니만큼 퀄리티 보다는 완성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가 게으른 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선택도 했구요. 선작을 해주신 분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하루에 3천자 이상씩 꼭 앉아서 글을 쓰고.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제가 구상한 하나의 소재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감정적인 문체로 완성을 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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