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일상. 반복되는 하루.
그 삶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하운현은 생각지도 못한 비일상에 휩쓸리고 만다.
도깨비 소년 하운현과 구미호 소녀 아이다 아이다 L 레비아체.
소년소녀의 운명적인 만남.
“너…….”
“착각하지 마.”
운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가 순간 흠칫하며 굳어지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 눈부시도록 새하얀 은발의 소녀가 소년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까지 보였던 금발은 온데 간데 보이지 않고 고결한 빛을 뿌리는 백은발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어리광부리는 건 받아줄 정도로 내가 한가한 줄 알아?”
운현은 잠시 굳어졌던 몸을 다시 이완시키며 아이다를 노려봤다.
“너 계속…….”
“네 지난 과거 따윈 나한테 아무런 쓸모도 없어.”
아이다는 무감정한 검은 눈으로 소년을 쳐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네가 ‘도깨비’가 아니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거야.”
소녀는 조각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한 점의 감정도 담지 않은 채 운현에게 말했다.
“널 노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거나 잊지 마. 만약 멋대로 행동하다 그들에게 잡힌다면…….”
아이다는 운현의 옆을 지나가며 분명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녀의 마지막 말에는 이때까지 없었던 인간다운 감정이 배어있었다. 그것은.
“내가 먼저 널 죽일 거야.”
살기(殺氣).
평범한 인간도 느낄 수 있을 분명한 살기였다.
- 본문 중에서
묵직하지만 약간은 가벼운 듯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거라 잘 될지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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