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본적으론 언로가 막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진위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통상 볼테르가 했다고 하는,
“나는 네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네가 너의 주장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너의 말할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라는 문구에 담긴 관용과 언론, 사상의 자유에 대한 태도에 깊이 공감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글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자유라면 그 글을 평가하는 것 또한 분명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감상과 비평을 원천적으로, 혹은 일괄적으로 봉쇄해서는 문피아란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론은 분명 그에 맞는 격을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loser녀 사건, 기억하실까 모르겠습니다. 그에 대한 제 개인적인 판단은 별 다른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쪽이었습니다. 그녀가 키 큰 남자를 좋아하고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하든, 혹은 살인자나 싸이코패스를 사랑하든 그것은 그녀 개인의 취향이므로 타인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은 큰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었습니다. 왜냐?
공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와 공개적으로 그녀의 취향을 loser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발언한 이상, 그것은 공론이 되고 문제가 됩니다. 만약 그녀가 단순히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남자에겐 연애 감정이 들지 않는다 수준의 발언을 통해 그녀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었다면 공개적인 발언이라 할지라도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취향에서 벗어난 불특정 다수를 향해 loser라는 굴레를 씌우는 순간, 그것은 개인 취향의 표현이 아닌, 일종의 폭력이 되었습니다.
우리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만약 개인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강아지 응가 같은 글을 읽었다. 자신의 일기장에 작가 죽어라 같은 글을 쓰거나,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그 글 읽지 마라, 시간 아깝다 라고 발언을 하는 것은 누가 제재할 수도 없고, 제재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한담이라고 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어떤 것에 대해 편향된 시선으로 악담을 쏟아내는 것 역시 환영받을 일은 아닙니다.
만약 어떤 작가의 글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 글이 갖는 장점과 더불어 단점을 최대한 객관적 입장에서 서술한 뒤, 자신은 그 글이 갖는 장점보다 이러이러한 단점이 더 크게 와 닿기 때문에 더 읽고 싶지 않다, 와 같은 형식은 필요하다 봅니다.
그렇지 않고 철저히 주관적인 개인 취향에 따라 글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은 뒤, 더 이상 읽지 않겠다. 이렇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개인 취향의 입장에서 해당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폭력이 되는 것은 물론, 그 글을 읽지 않은 불특정다수에게 있어 그 글을 자신이 직접 읽고 판단할 기회를 뺏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그러니까 피부색이 다르다, 사상이 다르다, 취향이 다르다......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문피아의 여러분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구별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입니다만, 예를 들어 물어보겠습니다.
소위 순수문학이라고 하는 것을 즐기는 누군가가 여러분을 향해,
‘수준 낮은 글 가지고 문학이랍시고 개연성이니 막장 드라마니 하고 있네. 웃기지도 않아.’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한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AOA나 걸스데이 같은 아이돌 음악을 신나게 듣고 있는데 옆에서 김동률의 노래를 듣던 누군가 그딴 걸 음악이라고 듣고 있냐며, 귀 버린다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옆에선 록 밴드 오아시스가 재결합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또 다른 누군가가 다 같은 K-pop 끼리 음악성 소리 한다며 비웃습니다.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상과 비평을 하지 말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양식은 갖추고 글을 쓰자는 얘깁니다. 그것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우리들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절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점심 식사 후 졸린 오후,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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