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예전과 지금..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
13.01.21 12:58
조회
3,364

댓글을 달다가 옛날 일이 생각나서 문득 적어봅니다.

 

고등학교 때 저는 수업은 커녕 교과서 한자도 들춰보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시험기간에, 심지어는 시험직전 쉬는 시간 10분 동안 교과서를 부랴부랴 공부하며 이해하고, 그래서 암기할 시간도 없이 시험볼 정도로 게을렀습니다. 그럼 수업시간엔 뭐 했냐면요.

 

수업시간에 라노벨을 썼습니다. 그땐 라노벨이란 말 자체도 없을 때지만요. 워낙 일본만화나 순정만화를 많이 볼 때라서 그런 류의 스토리를 끄적끄적했습니다. 전학생이 알고 보면 무슨 첨단기술을 갖춘 비밀조직의 일원이라거나, 고등학생인데 부모끼리 정혼한 상태라서 좌충우돌 한다든지...내용은 그야말로 순정만화나 버라이어티로 옮길 만한 스토리였고, 분량도 사흘이면 노트 한권 뚝딱이었지요.

 

그러면 제가 쓴 소설 들이 교실 문턱을 넘어 옆반, 또 옆반으로 넘어가서 결국은 어느 선생님께 걸려서 교무실로 들어가고..저는 담임께 호출되어 교무실에 불려갔습니다.  당연히 성난 얼굴로 노려봐야할 담임은 오히려 공책에 얼굴을 묻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배꼽 빠져라 읽다가, 자신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제 그림자에 화들짝 놀라서 공책을 건네주며 겨우 한마디 하셨지요.

 

“수업시간에 이런 거 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대학 가야지.”

 

작가들도 지금 쓰는 글이 킬링타임 용이라거나 라노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별로 없으실 것 같네요. 저처럼 학창시절 이런 소설을 써보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혹은 아예 없을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은 역사소설을 씁니다. 딱히 가볍게 쓰지도 않고, 쓰면서 힘들 때도 많아서, 여전히 밝고 가벼운 라노벨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재충전을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나이를 먹어선지, 성격이 어두워져선지, 지금은 밝은 소설을 쓰고 싶어도 써지질 않습니다.

 

작년 가을에 조아라와 문피아에 완결지은 소설은 고증 차원에서 공부한 역사책만 70권입니다. 연재하기 전에 시놉을 짜고, 캐릭터 공책을 한두권 이상 써서 캐릭터를 충실하게 세우고, 그러고도 대본으로 씬, 대사까지 짜서, 다시 소설로 옮기고...그런 과정을 거쳐 썼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평 때문에 속을 끓일 때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사소설 한편 연재하는 중인데요. 쓰다 보면 속이 답답하고 힘들 때도 많아서 한담을 끄적이고 싶다가도, 자칫 홍보로 분류되거나 규정에 어긋날 것 같아서 참는 중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고증 차원에서 공부하는 서책들 꽤 됩니다.  사전에 짜둔 시놉이 130kb 용량인가 되는데, 그러고도 전개하는 데 애를 먹어서 공책 대여섯권에 나누어 세부 장면을 짜고, 에피소드 순서를 짜고, 필요한 대사를 적어놓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꿈에서도 고민을 하지만요.

 

쓰다 보면 필력이 좀더 늘까...고민하게도 됩니다. 고교시절 라노벨을 쓴 폐해는 한동안 제가 소설을 쓸 엄두가 나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내 필력으로 무슨... 이런 생각을 곧잘 하게 되었달까요. 순정만화나 일본만화를 보지 않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제대로 소설을 써보고 싶은 의욕으로 집필하는 중입니다.  쓰고 싶은 메세지가 강해서요.

 

 


Comment ' 8

  • 작성자
    Lv.99 낙엽사묘정
    작성일
    13.01.21 13:01
    No. 1

    뭐든지 많이 하면 늘죠.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1.21 13:09
    No. 2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여러가지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저드리스
    작성일
    13.01.21 13:14
    No. 3

    가장 큰 함정이 있죠.

    자신이 재밌게 쓰는 글.
    독자가 재밌게 보는 글.

    숙련된 작가분일수록 오히려 자신이 재밌는 글을 자주 쓰게됩니다.
    특히나 특별한 지식이 들어가는 글의 경우에는 더욱더.
    마니악하다고 표현하죠 보통?

    너무 많이 아는것도 때로는 모두 표현하려는 욕구 때문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대부분의 독자는 마니악하지 않다는 것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Donovan
    작성일
    13.01.21 13:28
    No. 4

    대단하신 분이네요..
    성난 선생님을 배꼽 빠지게 웃기시다니 ㅎㅎㅎㅎㅎ

    ---

    음... 아무래도 역사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공부하기 싫고 외울거 잔뜩이고, 무엇보다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을 겁니다.
    제가 작가님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언뜻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부분에 흥미로운 소재를 넣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는 작가님을 향해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01.21 13:29
    No. 5

    좀 벗어난 얘기지만, 전 제가 학생 때 어른이 되면 만화나 소설을 졸업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지 한참된 지금도..전 나루토나 원피스, 블리치, 열혈강호 같은
    만화들에 열광합니다. 그나마 달라진건 순정만화나 할리퀸은 어릴 적 하도 파고들어서
    이제 졸업했다 할 정도일까요..소년만화가 더 땡기는걸 보면..
    (그래서 제 소설 주인공이 전형적인 남주인 듯 합니다. 덕분에 종종 남성작가로 오해받기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전 그런 만화와 장르소설이 좋습니다.
    한때는 졸업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제가 장르소설을 쓰게 될 줄이야..ㅎㅎ
    아마 앞으로도 쭉..훨씬 더 나이들어서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라이트노벨이든 세계명작이든 읽는 게 재미있고 쓰는 게 즐거우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3.01.21 14:31
    No. 6

    나에게 영감을 주고, 에너지를 주는 책이 결국 명작 아니겠습니까?
    999명이 쓰레기라고 불러도 나에게 명작이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anS
    작성일
    13.01.21 17:24
    No. 7

    전 수업시간에 만화를 그리다가 걸린적이 있죠. 그 만화 그대로 학교 신문에 실렸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신화필
    작성일
    13.01.21 20:48
    No. 8

    성공의 팔 할은 출석하는데있다. _우디 알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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