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6 아르카잔
작성
17.04.15 17:50
조회
630

대충 십 년째 여기저기서 끄적거리고 있는 글쟁입니다. 뭐, 소설을 생업으로 삼는 건 아니고 중학생 때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본인이 좋아서 무료란에서 이래저래 끄적이고 있는 중이죠.

제가 맨탈 터진 이유는.... 걍 뭐, 흔한 겁니다. 제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십 년 전에, 제가 처음 소설을 쓸 때는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그저 쓰기만 했습니다. (조회수고 나발이고 그냥 미친 듯이 쓰는 거에만 의의를 두었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식으면서 조회수와 댓글에 신경이 쓰이게 되면서 수가 적으면 침울해지고 악플 달리면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뭐 그렇더군요.

그러다가 좀 더 시간이 뭔가 기계적으로 써내려가기만 했고,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글을 완성시키고 나면 2%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제대로 맨탈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건 아닌데. 뭔가 부족해.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이거다!’ 할 수 있는 느낌이 없어.

뭐가 부족하지? 문장? 단어? 스토리?

다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대체 어떤 점이 어떻게 모자란 거지?

일단 여기를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안 되는데 아예 다 지우고 새로 써보고.... 어쩌고저쩌고....


뭐, 대충 이런 느낌이 몇 년 전부터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몇 번 그런 감각이 절정을 찍은 것도 모자라 학업까지 겹쳤을 때는 진짜 무언가 머릿속이 펑 터진 것처럼 와르르 무너져서 독자들에겐 죄송하지만 몇 달 동안 연중해 버린 적도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글에 콩깍지가 씌이기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재미없다고 해도, 작품을 쓴 글쟁이 본인만큼은 자신의 작품을 다른 작품보다 더 애착있고 재미있게 느껴지지요. (이건 제 랭킹이 최하위 밑바닥인 상태에서 베스트1위 글을 보더라도 그런 느낌은 똑같습니다)

뭐, 이건 글쟁이로서 다들 한 번씩 느끼는 거지만 저는 이 단계를 이미 지났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는 이미 오 년도 더 옛날에 이 단계를 지난 상태입니다.

지금 제 상태가 어떻냐고 하면, ‘나한테는 내 글이 세상에서 재미있고 애착 있는 작품이다!’ 라는 단계를 넘어 ‘아, 내 글은 왜 이리 부족하고 부족하고 부족하기만 한 걸까....’ 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 단계가 지금 오 년 넘게 지난 거 같은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들어요. 지금 뭘 어떻게 적어도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기만 해서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제 자신이 만족하지 못 하면 만족할 때까지 쓰는 스타일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자신의 글에 콩깍지가 조금이라도 씌이게 되는 글쟁이 본인이 이건 아니라고 느낄 정도면 독자들은 더 재미없다고 느낄 겁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저는 진짜! 도저히! 제 자신조차 만족하지 못 하는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타입입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극악연재라고 해도 몇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올려왔던 건, 더 시간 끌어봐야 제 필력이 이 이상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래도 제 글을 기다려 주시는 얼마 안 되는 독자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진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습니다.

작품 관련 자료 찾아다니고 다른 작가님들 글을 탐독하는 건 기본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 같은 건 한 컷, 한 컷을 글로 풀어내 거기에서 나오는 단어나 문장을 섞어 제 글에 풀어내 보기도 했습니다. (가끔 쓸 만한 영화나 드라마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쓰는 게 무협지(라고 읽고 판타지형 막장 신무협이라고 쓴다)라 거의 전투씬 위주로 파고들었긴 한데, 이제는 일상 스토리 부분까지 괴리감이 느껴지네요... 하;;


자, 대충 제 상태가 지금 이런 상태이고, 이런 단계입니다.

여러 고수님, 선배님들! 몇 년 동안 심해 밑바닥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어린양에게 자비를 내려주세요!!


부디, 해결책을! 해결책이 안 되더라도 뭐라고 조언 좀.... ㅠㅠ


Comment ' 7

  • 작성자
    Lv.54 영완(映完)
    작성일
    17.04.15 18:47
    No. 1

    고수는 아니지만 그냥 제 생각을 말해보자면 다른 거 써보세요. 무협만 쓰셨으면 현대물 하나 써보는 건 어때요? 전투씬 없거나 적은 걸로요. 그럼 다른 부분 묘사와 상황 전개, 설정에 많은 분량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새삼 환기할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무협에 안 맞는 글을 써서일수도 있어요. 자신에게 잘 맞는 글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냥 뻘소리였습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르카잔
    작성일
    17.04.15 18:59
    No. 2

    아... 이거 거의 6년인가 7년 동안 쓰고 있는 거라 애착이.... 그것보다 중간에 군대 갔는데도 기다려 주신 분들이 있어서 아예 연중해 버리긴 좀 그러네요;;
    판타지 계열로 몇 년째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긴 합니다만 그건 완결 내고 난 뒤니까.... ㅠㅠ
    일단 조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구두룡™
    작성일
    17.04.15 19:19
    No. 3

    저도 고수는 아니지만, 몇 자 적습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내글 구려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높게 쓸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굳이 병을 고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만족할 때까지 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고칠 부분이 보일 테니까요.
    그러니 만족에 시간적인 제한을 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 편은 내일 20시까지만 고치고 올린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한 편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같은 시간을 여러 편에 분산시키는 겁니다.
    이것이 내글 구려병 동지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조언입니다.
    건필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르카잔
    작성일
    17.04.15 19:25
    No. 4

    아.... 일단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짓이긴 한데.......... 결국 완치는 불가능한가요 ㅠㅠ
    답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4 묵초(默初)
    작성일
    17.04.16 00:01
    No. 5

    저는 출간된 제 책을 사보라고 권해본 적이 없습니다. 쓰레기라고까진 말 못하겠지만, 사 볼 만큼의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자신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작가가 비슷한 수순을 밟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씨 춘추를 썼던 여불위의 호언장담이나 천자문을 하룻밤에 써내린 그런 천재들 제외하고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정신 박힌 글쟁이들은 자기의 글이 불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 김수영도 자신이 글 팔아먹는 장사꾼이라고 자술했었고요.

    팀 쿡이 그랬는지, 스티브 잡스가 말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장르 소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윗분 말씀처럼 다른 장르글도 두루두루 써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정상입니다. 문피아 작가들 대부분이 유리멘탈입니다. 저 포함해서요. ㅋ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르카잔
    작성일
    17.04.16 00:13
    No. 6

    흐으으 유리맨탈이 정상이라니.... ㅠㅠ
    슬프네요. 답변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금빛나루
    작성일
    17.04.20 22:41
    No. 7

    저도 요즘 슬럼프인데, 글을 읽으면서 제 심정 보는 것 같았어요. 연재 중단 할까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여기 연재한담 와서 작가님들 글 읽어보면,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못하시고 계속 쓰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대단한 정신인듯요...)
    전 사실 조회수도 낮은 편이라서 제 글 못읽는다고 아쉬워할 사람도 적지만, 그래도 그런 작가님들을 보면 그래도 한번 써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완결까지만 잘 나도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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