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금강매니아
작성
07.01.20 17:11
조회
1,508

벌컥.

요란하게 문이 열리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이백근은 족히 넘는 거구의 사내를 필두로 십여명의 사내들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섰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창백한 안색으로 창밖을 주시하던 금강이 애써 웃으며 그들을 맞았다.

“갑자기 어인 일들인가?”

“그야......”

처음 입을 열었던 거구의 사내는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멋쩍은 얼굴로 선뜻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금강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긴, 놀랄만도 하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으니......”

금강의 말에 그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기사(奇事)도 이런 기사가 없었다.

분명 심장이 멎지 않았던가. 그의 죽음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침통해하던 때가 불과 사흘 전이었다. 무협계의 큰 별이 지셨다고, 이제 문피아는 누가 이끌어 가느냐며 통탄해 하지 않았던가.

확실히 그의 소생은 장례식에 참석하여 문상을 치렀던 자신들조차 믿겨지지 않는 일이었다.

“저......”

망설이던 끝에 선두에서 서있던 거구가 말문을 열었다.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금강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선붙맞은 맷돼지처럼 집안에 뛰어들 때는 언제고 지금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사내의 모습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덩치로 봐서는 곰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던 그런 그의 모습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전혀.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욱 건강해진 것 같군.”

태연한 금강의 대답에 백연은 더욱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울해 보이십니까?”

“내가 그랬던가?”

금강의 반문에 나머지 사내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었다 살아났다면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금강의 얼굴에는 짙은 수심이 내려앉아 있었던 것이다.

“자네들이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금강이 나직한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나는 지옥에 갔다 왔다네.”

중인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방금 지옥이라 하셨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금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모여있던 작가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한 사람이 금강에게 다가섰다.

얼핏 보기엔 깡마르고 괴팍해 보이는 인물.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작가들 중 누구보다 침착한 작가. 박현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제서야 다른 이들도 자세를 바로하고 금강의 말을 기다렸다.

금강이 입을 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옥문 앞이었네.”

금강은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나도 꾸밈없이 자세히 설명했다.

처음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작가들의 얼굴은 그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천군을 이끌고 온 진무대제와 나찰과 함께 응수한 염라대왕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아예 경악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결국 태상노군이 직접 나서 그 싸움을 중재했다는 말로 금강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박현이 말했다.

“태상 노군이 앞으로 향후 오십년간은 천계도, 지옥도 선생님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 약조했다 하셨습니까? 그럼 잘 된 것 아닙니까? 무엇 때문에 그리 표정이 어두우신 지요?”

금강은 대답 대신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에 다른 작가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갈 뿐이었고......

이윽고 금강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이야기를 꺼내자 지금껏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했던 작가들 마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나찰들이 나를 가둔 곳.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만 달랑 놓은 독방에 그가 있었네.”

“그라 하시면?”

“서효원.”

“헉!”

“그가 나를 보며 웃더군. 옆에는 삼만 권의 원고를 쌓아 놓은 채.”

“......!”

어찌나 놀랐던지 할 말을 잃은 채 입술만 달싹이는 작가들을 향해 금강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서효원, 그가 나에게 말했네.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자에겐 천형이 주어진다고.”

“천형이라 하심은?”

“작가는 죽을 때까지 적어도 일만권, 질로는 일천질의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했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죽어서도 이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네. 이를 다 채우기 전엔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지. 그래서 나를 보며 웃었던 게야. 나는 그때 조판 이십장을 채우고 있었거든......”

이른바 머신이라 불리우며 속필을 자랑하던 우각이 근심스런 얼굴로 금강을 불렀다.

“선생님.”

“왜 그러나?”

“지금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나?”

우각은 뚫어져라 금강을 응시했다. 하지만 예리하게 빛나는 금강의 안광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포스를 흘리고 있었다.

“사실...... 이군요.”

침음성을 흘리는 우각을 향해 금강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도 빨리 쓰게. 죽어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금강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나 부터도 이럴 시간이 없군. 자,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만 나가주게. 나는 집필을 시작해야 하니.”

그때였다.

우당탕!

“서, 선생님!”

“무슨 일인가?”

금강은 갑자스레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고무판 연담지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이 터졌습니다.”

“나의 집필을 방해할 만큼 큰 일인가?”

면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연담지기가 대답했다.

“또다시 키보드 워리어 몇몇이 연담에서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하아......”

더없이 무거운 한숨이 금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금강은 마지못해 컴퓨터를 켜고 고무판에 접속했다. 그의 입에서 안타까운 음성이 터져나온 것도 그때였다.

“또다시 소림사 원고가 늦어 지겠군.”

그 한마디에 연화정사에 모여있던 작가들은 저마다 안타까움을 담아 고개를 저었다.

지난 번에 이은 후속편입니다.

제가 탈퇴하는 것은 오직 개인 적인 이유 때문이지, 고무판 운영진이나 금강님의 압력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오직 소림사 후속권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고무판에 일이 터질때마다 직접 나서서 마무리 하시는 금강님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담아 하소연 합니다.

제발 금강님 글좀 쓰게 놔두세요!!!


Comment ' 26

  • 작성자
    Lv.7 스웨렌젠
    작성일
    07.01.20 17:16
    No. 1

    헉... 이글을 읽고 탈퇴하셨군요. 웃기는 글이었습니다. 혹시, 금강님의 자작글?!! 그럴이야 없겠지만, 암튼 날마다 일이 터지니 금강님께서 힘드시겠어요. 힘내세요, 문주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지석
    작성일
    07.01.20 17:17
    No. 2

    아.. 이번편은 저번같은 마지막 해학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에필로그로 사실 연담란의 워리어들이 조아라 출장객이었다든가 이런 라이벌 구도 없습니까?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모흐
    작성일
    07.01.20 17:25
    No. 3

    허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7.01.20 17:32
    No. 4
  • 작성자
    화천낙
    작성일
    07.01.20 17:38
    No. 5

    쿨럭, 엄청나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quasarr
    작성일
    07.01.20 17:55
    No. 6

    헉. . . 많은분들의 기대에 힘입어 속편이나왔네요 .ㅋ
    재미있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김지율
    작성일
    07.01.20 18:01
    No. 7

    조판 이십장에 눈물 흘리고 쓰러 집니다 ㅠ_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허브
    작성일
    07.01.20 18:03
    No. 8

    조아라 출장객 지석님말듣고 웃었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朝光
    작성일
    07.01.20 18:14
    No. 9

    ㅎㅎ...
    역쉬 문피아의 문객들 수준은 알아줘야 해.....

    금강매니아님 혹시 작가분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10억조회수
    작성일
    07.01.20 18:15
    No. 10

    조판 20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효은
    작성일
    07.01.20 19:05
    No. 11
  • 작성자
    Lv.1 홀리데이
    작성일
    07.01.20 19:09
    No. 12

    허허 ㅋ 그 이후 이야기 라길래..

    급히 이름검색으로 봤더니 ㅋㅋ 재미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핸드레이크
    작성일
    07.01.20 20:00
    No. 13

    ............=ㅅ=b
    역시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메롱이야
    작성일
    07.01.20 20:01
    No. 14

    아하하 재미있어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7.01.20 20:05
    No. 15

    질로 일천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2 아이누누
    작성일
    07.01.20 20:39
    No. 16

    이거 대박이다....!!! 일편보고 왔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와유킹
    작성일
    07.01.20 21:04
    No. 17

    해학이 가득한데요. 3편 당장 쓰시오. 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4 하루살이
    작성일
    07.01.20 22:37
    No. 18

    헉.. 뭐지 이건??

    이것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엄청.. 웃기는 이것의 정체는...............................................................................


    제길... '낚였다' 잘못 올라온것인줄 알았다.. 이런 xx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신상두부
    작성일
    07.01.21 00:56
    No. 19

    작연으로 보내주세요!!!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불량회원
    작성일
    07.01.21 02:01
    No. 20

    굿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박현(朴晛)
    작성일
    07.01.21 04:32
    No. 21

    저 역시 연재글이 잘못 올라왔나 하다가, '깡마르고 괴팍해 보이는..'이라는 글을 보고 그만 OTL 해버렸습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단우운
    작성일
    07.01.21 05:52
    No. 22

    아 근데 서효원 작가님을 돌아가신건가요?
    제가 글을 읽고 잘못해석한건가? 음

    한때 무진장 읽었던 작품들의 작가님의 이름이 나오니 반가운데 왜 지옥에...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0 Hotstudy
    작성일
    07.01.21 13:15
    No. 23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절묘하군요

    작가님들 긴장좀 하셔야겠습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여울
    작성일
    07.01.21 14:47
    No. 24

    서효원 작가께서 가신지는 대략 10년은 된듯싶군요.
    들리는 소문에는 불과몇일새 한질을 뚝딱 내놓는 대단한 속도를 가지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여울
    작성일
    07.01.21 15:00
    No. 25

    문득 한가지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고있습니다.
    '또다시 소림사 원고가 늦어지는구나' 하는 부분에서 혹시 이 대단히 재미있는 글을 쓰신분은 저 아랫글에 비슷한 글을 쓴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모란
    작성일
    07.03.07 08:06
    No. 26

    ㅎㅎ 잼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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