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1 Adun
작성
11.07.29 02:21
조회
1,074

Mental Looker

2011년 시점에 인터넷 판타지의 주요 독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는 이른바 오타쿠 문화-일본의 영향을 짙게 받은 라이트 노벨 부류의 독자고, 둘째는 양판소라고 부를만한 1회용 문학의 독자다. 여전히 그나마 격조 있는 글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으나, 이 둘에 비하면 매우 소수에 불과하며, 또한 이들은 새로운 작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인 이영도, 전민희 같은 이들의 글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 시장이 저급하다느니 같은 문제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소설은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소설은 격조 있는(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글이다.

무엇이 글의 격조를 결정하는가? 일반 순수 문학에서는 문체나 기법 같은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들에게 그런 세심한 구분을 바라는 것은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서는) 너무 큰 기대인 것 같다. 그건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소설의 문체, 캐릭터는 독창적이지 않다. 독창적이지 못하다 못해 <<드래곤 라자>>를 그대로 떼다가 붙인 것 같다. 비록 완결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앞에서의 독창성으로 예견해보건대 뒷부분도 그 점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주인공의 드러나지 않는 깊숙한 심리 상태를 꿈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써왔지만 역시 <<드래곤 라자>>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적어도 이 글이 쓰여진 2011년 7월 29일의 시점에서는, 이 소설은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이 소설이 격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진지하기’ 때문이다. 진지하다는 것은 소설의 분위기가 음울하고 격식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진지함이란, 작가가 애초에 글의 주제를 확고히 설정하였으며 그걸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온갖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탈근대적인 세상에서 괜찮은 작품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기준이다. 사실, 내가 아까 언급했던 <<드래곤 라자>>도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90년대 한국 판타지 시장에서야 독창적이었겠지만 영역을 순수 문학, 외국의 판타지로까지 뻗쳐나간다면 그도 수많은 소설의 아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작품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진정 탁월한 작품들만큼이나 감동을 주고,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진지함 때문이다. 이 소설은, 비록 약간 주제를 과하게 드러내는 면이 없지 않더라도-심지어 이점마저 드래곤 라자와 닮았다!, 아주 진지하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니 뭐니 하는 중2병 걸린 테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조차 이젠 고전 취급을 받는 현 시장 상황에서 이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인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또한 그건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는 충분히 진지하고, 또한 우리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이러한 주제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본다는 멘탈 루커, 또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 실험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노비츠키의 실험, 감정이 없어진 블랙 테일 등의 소재를 통해 꽤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내 생각에, 이 작품이 <<드래곤 라자>>를 어느 정도 극복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 점인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세계에 충분히 녹여내려고 시도하고, 또한 덩어리를 뭉치게 하지 않고 여러 군데에 퍼뜨려놓는 것은 굉장히 칭찬할만한 점이다. 단, 소재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주인공 하랑의 여행 그 자체에 융화될 수 있어야만 <<드래곤 라자>>의 문제를 완벽히 극복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약간 유보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그럴 가능성을 보인다.

  이 소설의 평을 여러 가지 읽어보니 대부분의 평가가 한 점으로 일치하는 것 같다. ‘1세대 판타지의 향기가 진득하게 느껴지는 글’. 옳은 평이다. 좋게 말하자면 1세대 판타지가 어느 정도 추구했던 ‘진지함’을 추구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딱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수준의 글이라는 뜻이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으므로, 글의 가치를 확정 짓는 말은 삼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1세대 판타지를 추구하고 있고, 그들이 도달했던 수준에 이를 싹수가 보인다고는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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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인지로 몇권 인쇄해서 지인들에게 돌렸는데 그 중 한 분이 써주신 평입니다. 이걸로 홍보글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에 과격한 문장이 몇 개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원문을 허락없이 수정할 수는 없는 마당이라...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Adun - Mental Looker

1년간의 연중을 끝내고 제대로 쓰고자 하여 돌아왔으니,

많이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5 saintluc..
    작성일
    11.07.29 04:24
    No. 1

    첨에 읽고 추천인데 잘 못하신건가 했네요. 전에 읽었던 기억이 언듯..
    벌써 일년이 지났다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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