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Drexel
작성
11.07.12 02:40
조회
582

1화를 800분 정도 읽어주시고 선호작 60여개로 변했으니

확실히 대중성은 약합니다.  그래도 가끔 나이드신(?)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시는게 참 좋네요.

90년대부터 쭉 한국 판타지를 읽어오며

제가 개인적으로 질린 부분들이

(한국인 강조, 고등학생, 여자에게 해벌레, 미남미녀 등등..)

'없는' 소설을 내가 한번 쓰고 싶다, 란 마음가짐으로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느려 터진 글쓰는 속도로도 어느새 10만자가 넘었네요.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유럽인이 주인공인 현대 판타지입니다.

1, 2화를 옮기면,

Scene 1

"내가 정말 좋은 타이 레스토랑을 찾았다니까? 좀만 더 참아봐, 이 근처였는데.."

"그러니까 그게 어딘데..  계속 빙빙 돌레? 똥개야?"

로체스터 시(市) 외곽에서 낡은 92년식 혼다 어코드를 타고 해매고 있었지만 에밀리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직장에서 몇 안 되는 '개념' 외모를 갖춘 꽤 매력적인 남자였고, 언제나 퇴근시간을 늦춰주던 상사의 애인을 빼앗는데 성공했다는 승리감도 충분히 달콤했다.

첫 생리를 하기 전부터 개방적인 서적에 심취했기에 그녀의 상사가 남자라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괜찮은 여자들이라면 다 게이 친구가 한둘 쯤 있는 건 당연한 것이었고 바이섹슈얼(Bisexuality) 남자와 사귄다는 것은 최신 유행 부츠를 신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룩, 그냥 사람들한테 물어봐, 유명하다면서?   저기 저 저사람!"

"가만있어봐, 너 내가 석사 학위까지 받은 거 몰라? BestBuy 만 찾으면 순식간이라니까;"

"그럼 내가 BestBuy를 찾아주면 되는거지?"

에밀리는 창문을 내리고 (운전석 스위치로 다시 창문을 올리려는 애인에게 왼팔을 휘두르며) 쥐색 점퍼 차림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한데요, 혹시 여기서 BestBuy를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죠?"

"휴대폰 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애... 예? 네?"

"휴대폰 번호가 뭐냐고요. ABC 형식으로 알려주셔도 됩니다. DDH-AAZ-JZPX 어.. 음 이건 제 번호인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처럼 APP -LEL-OVEE 이런 식으론 안되더군요. 뭐 찾아보면 단어야 있겠지만 이미 이걸로 외워버려서."

"저기요, 제정신이에요? 다른사람 찾아보세요.   야, 가자"

점퍼차림의 남자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돼지X년아 내가 지금 너에게 물어보고 있잖아!"

"어 형씨, 니가 돌았는지 뭐에 씌였는진 잘 모르겠는데, 그냥 가시죠?"

루크는 에밀리가 그녀의 일에 참견하길 매우 싫어하는 성격인 것은 알지만, 가끔은 멋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혹시 시비를 걸고 있는 저 남자가 부정한 존재 (움직이는 시체들, 혹은 이단자)라면 얼마 전에 구입한 45구경 수제 핸드건과 순은 탄환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2000달러가 넘는 돈을 줬는데 한번쯤 좀비정도는 잡아봐야지, 평생 컴퓨터 앞에서 차트나 보다가 죽으면 재미없지 않는가?

"돼지야 니가 꿀꿀대는걸 내가 언제 허락했지?"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어코드의 앞 유리창이 폭팔하듯 깨지면서 루크가 운전석에서 틩겨나갔다. 쥐색 점퍼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루크를 노려보았고 루크는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서 주머니 속의 동전들과 코에 걸려있던 안경을 줄줄 흘렸지만 정신을 잃었는지 움직이지도 못했다.    남자는 머리를 몇 번 흔들더니 말을 이어갔다.

"휴대폰 번호 10자리를 제 셀 폰에 찍어요.  징징거리면 저 돼지의 손가락을 하나씩 뽑을껍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는 이성을 잃고 비명만 지르는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단호한 표정으로 루크의 손가락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Scene 2

"엘리웃님, 누누이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 실험을 왜 하십니까? 사람의 인격을 선 / 악으로 분리하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도 하찮은 소설을 기반으로.."

"로버트 스티븐슨을 욕하면 지옥불에 떨어질껄? 이건 참 매력적인 소설이야. 난 일백 퍼센트 선한 상태를 보고 싶어."  

  - 로버트 스티븐슨 :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기묘한 이야기'를 1886년에 집필한 영국의 소설가

마법사의 조수는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괴짜인 스승의 신중한 성격 덕에 그는 실험대상이 되어 온갖 주문을 겪어봐야 했고 각종 부작용에 시달려 이미 그의 목에는 작은 아가미가 펄떡거리고 기침을 할 때면 입안에서 불꽃이 튀었다.  최악은 150cm 가 될까 말까 하던 그의 키가 이제 3m가 넘을 지경으로 커버린 것인데, 그 사건 이후 조수 몬티는 그의 스승을 반쯤 포기했다.

"절 분리하셔도 어차피 조수잖아요, 지킬 박사던 하이드던.. 잠깐, 절 두 명으로 분리해서 12시간 교대를 돌리실 계획?!"

"바보 하나를 둘로 만들어서 뭐해. 안심하라고, 난 날 분리할 꺼야. 그 다음에 악한 쪽을 죽여 버리는거지!  한 신체 안에서 선 / 악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아예 신체 두 개에 각각 나누면..  마침 인공인간(人工人間) 신체가 두 개 있잖아? 지금 내 몸이 너무 낡기도 했지."

"소설 원작에서는 하이드씨가 지킬박사보다 강해지는데요?  그리고 '악' 이라는 게 죽인다고 없어지는 개념은 아닌...."

실험실 바닥에 원을 그리던 스승이 그를 돌아보며 입 꼬리를 슬며시 올리자 몬티는 체념하고는 스승을 보조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 괴짜가 설마 자기 생명 가지고 도박을 하겠어?

"뭐 설명을 더 해주자면.. 나의 '선' 이 들어갈 신체랑 '악' 이 들어갈 신체는 급이 달라.  '선' 이 들어가는 신체는 사실 인간형 키메라라고 봐도 될 정도? 미리 안쪽에 손을 많이 봐뒀지.  만약 하이드가 반항하더라도 놈이 입술에 침을 바를 때쯤이면 내가 그놈 목을 꺾을걸."

마법진의 테두리에 히브리어를 적으며 엘리웃은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베이스부터 테너의 음역 대를 오르내리며 점점 더 높은 소리와  점점 더 낮은 소리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엘리웃은 귀를 찢어버리는듯한 고음과 매우 낮은 저음을 같은 박자에 맞춰 부르고 있었고 귀를 막고 있던 몬티가 눈을 질끈 감을 때 스스로 심장을 찔렀다.    

찢어진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혈액은 소리가 만들어둔 길을 따라 두 갈래로 나뉘어져 두 개의 각각 다른 몸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차가운 심장을 덥히고 잠든 몸을 깨우며 빨리 일어나라고 비명을 지르는 그건 인간의 영혼일까.

홀에서 메아리치며 공간을 장악하던 노래가 잦아들고 몬티는 살짝 눈꺼풀을 올렸다.

"에..  착한 쪽 스승님은 손좀 들어주실 레요?"

그때, 두 신체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  서로를 향해 주문을 외우려다가 멈칫하고는 맨손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선한 쪽 엘리웃이 주먹을 휘두르자  곧바로 승부가 나긴 했지만.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엘리웃은 조수를 불렀다.

"몬티!  이 하이드씨 묶어둬.  이거 내 마력의 핵(核)이 둘로 나눠버려서 마력의 응집이 안 돼."

"에? 그럼 마법을 못 쓰잖아요?"

"그러니까 방금 주문으로 못 지지고 펀치로 끝냈잖느냐 멍청한 제자야!.. 이거 하이드씨를 다시 흡수해야겠어."

".."      몬티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왜?"

"지킬박사 스승님이 맞다는 증거를 보여주시죠.  선한 스승이라면 제자에게 욕 안합니다."

".."    

"?!?"

"..너 내가 꼭 내입으로 주문이 망했다고 해야 만족하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1.8m에서 좀 모자란 키의 남자가 3m쯤 되는 거한에게 빗자루를 휘두르며 쫓아가는 장면은 꽤 유쾌했다. 어딜 도망가!  그 짧은 다리로 괜히 따라오지 마세요!!   거대한 탑에 단 둘이 살면서 외로움을 쫓는 장난에 익숙해진 탓일까, 제자는 간간히 주문을 외워 스승에게 반격하기도 하면서 즐겼다.  평소라면 상대도 안 되겠지만 지금의 엘리웃은 마법을 못 쓰는 괴물인간 쯤이라 몬티는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섬세한 스승이 미쳐버리기 전에 적당히 맞아주는건 유럽 평화를 위한 몬티의 숭고한 희생이다. 뭐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엘리웃은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뒤 몬티를 불렀다.

"제자에게 손을 대서 가슴이 너무 아프구나. 슬픔을 잊을 와인을 좀 가져오너라."

".."

"그리고 하이드씨한테는 위스키를 좀 가져다 줘,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사라질 신사 분이 태어난 지 30년쯤 된 분이랑 만난다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단 말이야.   정말 재미있지 않아? 몬티?"

"예. 제 이름이 몬티죠.."

금방 와인을 가지고 와야 할 몬티가 거의 한 시간 뒤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이드씨가 없어졌어요."

-----------------------------------------------------

이게 제가 처음으로 써본 글이고, 33화까지 온 지금은 글쓰는 스타일이 약간 변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와 분위기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아..

(1, 2화만 따로 포탈을 띄울 수 없나 이것저것 클릭해봤는데 잘 안되더군요;)

포탈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586


Comment ' 4

  • 작성자
    Lv.96 담룡(潭龍)
    작성일
    11.07.12 04:23
    No. 1

    이러면 뜰꺼같네요.

    <a href=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586&page=2&sn1=&divpage=1&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60 target=_blank>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586&page=2&sn1=&divpage=1&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60</a>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Drexel
    작성일
    11.07.12 13:04
    No. 2

    헉; 어떻게 하신거지... 아무튼 감사합니다! 다음부터 사용해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지을
    작성일
    11.07.12 17:52
    No. 3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1.07.13 00:39
    No. 4

    급 땡기네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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