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다. 왕년에 칼질하나 끝내주게 잘하던 전 승룡기사단장 샤타크 에스카드릴이다. 당장 고개를 조아려라…… 가 아니라. 거기 앉아라. 물빵은 알아서 구해 쳐먹어라. 형 지금은 완전 거지다.
들어봐. 형이 요새 살다 보니까…… 일이 영 체질이 아닌 거다. 이게, 일이란 게 연봉이 다가 아냐. 솔직히 연봉 까놓고 덤비면 나 이길 놈이 대륙에 있겠느냐? 있기야 하겠지만 일단 어지간히 돈 좀 만진다는 새끼들도 내가 다 쳐바를 수 있다. 진짜다. 네가 어제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돈만 많이 주면 싫은 일도 절로 좋아질 거라고 그랬었나? 아서라, 띨띨한 놈……. 세상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내가 남부 슬럼 출신인 건 알고 있겠지? 나도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구새끼야. 배 부르고 몸 따뜻하면 그걸로 행복한 아주 단순한 놈이라 이거야. 일을 못했으면 말을 안 하겠는데 난 일도 꽤 잘 했지. 아니, 꽤 수준이 아닌가? 너 내 이름 알지? 날 뭐로 알아? 그래, 난 일솜씨도 먹어줬다구. 제국의 개선장군! 에스카드릴의 맏아들하면 나잖아! 그런데도 그 놈의 망할 기사일, 전쟁 사업은 도저히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전쟁은 미친 놈들이나 하는 거다. 말로든 칼로든 책임으로든지간에, 사람 죽이는 거, 절대로 쉽게쉽게 되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알아듣나? 십 년 넘게 전장 전전하면서도 나는 그 일에 익숙해지질 못했어. 당연히 죽어 나가는 형제들 지켜보는 일도 극복 못 했지. 더군다나…… 황제랑 황태자! 이 부자가 완전 제대로 된 또라이라…… 그게 일하는 거 더 힘들게 하더라. 몇 번 사표를 냈는데 이 상또라이 부자가 내 말을 들을 리가 있나? 씨발, 차라리 똥개가 똥을 끊지 이 황제 부자는 나를 절대로 안 자를 거였어.
아, 진짜…… 미치겠는거야. 나도 왜 일이 적성에 안 맞는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는거야. 돈도 많이 주고, 일도 잘 하고, 상관의 총애도 받는데 왜 일이 싫은 거냐고? 봐라. 이게 다 진로선택을 잘못해서다. 공짜 밥 준다는 말에 혹해서 사관학교 낼름 입학했어, 내가. 거기서부터 잘못된 거야. 아, 씨발…… 그때 생각을 좀 더 해봤어야 되는데……. 공짜 밥 주는 일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이면 감당도 못할 일을…….
뭐, 그렇게 우울해서 약을 좀 하다가…… 노바 알지? 걔 있잖아, 쌀쌀맞은 애……. 그래, 재수없는 애. 걔가 하도 난리버거지를 떨어서 관뒀지. 실은 걔가 지랄을 해서 끊은 게 아니라 이 마음속에 모종의 결심이 서서 끊은 거다. 누가…… 따끔한 얘기를 해 주더라고.
무슨 결심요?
너 임마 황실기무대에다가 불어버리려고…….
기무대에 불면 큰일 나는 일이에요? 그런 일 하려구요?
…….
뭔데요. 저 지금 반쯤 죽어가는 상태라 내일 아침에는 뭔 말 들었는지 기억 못 할 거에요. 사실 제가 일곱 시쯤부터 상태가 안 좋았거든요……. 뭐에요? 괜찮아요. 말해 보세요.
난,
네.
도망칠 거다.
어디로요?
이알로르로.
이알로르요? 거기 가서 뭐 하게요?
가수…… 아니, 뭐가 됐든 음악을 할 거다!
+
본격 불량기사 탈영 수기 판타지
RUNAWAY!
+
경고1 : 프롤로그처럼 어둠에 다크, 죽음에 데쓰(.....)한 소설은 아닙니다.
경고2 : http://www.joara.com/modules/pollResult.html?type=book&idx=66528 (댓글로 곧 구마의식이 펼쳐집니다.)
주인공 무지 구릅니다. 심약한 분들은 곁눈질로 보시길!
포탈!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511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