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전쟁, 누구를 위한 혁명이었던가요.
몇 번을 돌이켜봐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안위를 바라고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오랜기간 귀족들의 횡포에 의한 피해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그들에게 숙식처를 제공한 것은 결코 자신의 이익이나 안위를 위한 일이 아니었어요.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킬 때도 있었고, 그 결과 목숨의 위협을 겪는 일 또한 몇 번이고 있었지요.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과거 살인을 업으로 하던 아버지는 자신의 업보를 지우는 방법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을 택했지요. 그 후 그가 이상향의 세계를 만들 것을 꿈꾸게 된 것은, 아마도 그것이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고, 일한만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그는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 이상향일 뿐이었어지요.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코. 그것은 절대.
그가 바랬던 세상 역시, 인간이 만드는 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서둘렀던가요. 모든 일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십여 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소모한 그가 어째서 서둘러 전쟁을 진행 시켰던가요.
나리온 영지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을 내버리고 성으로 돌아올 만큼 그는 비정한 이가 되지 못하였어요.
그렇게 해서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요.
끝까지 베풀기만 했던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그들이 했던 짓거리는 무엇 이었던 겁니까.
그것은 살인이고, 그것은 더러운 배신이었습니다.
오열하는 그의 손아래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아버지여. 당신은 틀렸습니다! 소수의 귀족만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본질은 모두 똑같단 말입니다! 어머니를 죽였어! 그 들은 어머니를 죽였단 말이야!
높은 곳에 있을 땐 거리낌 없이 낮은 자를 짓밟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선 더러운 배신도 쉽게 행하는 종족. 이토록 역겨운 종족이 만든 체제가 어찌 당신이 말한 이상향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틀렸어! 당신은 틀렸어! 인간이란 모두 멸망당하는 게 마땅합니다.
소년은 나무를 내칩니다. 내치고 또 내칩니다. 분노로 일그러진 기운은 소년의 손에 작렬하고, 찢겨진 살갖에서 한줄기 피가 흘렀어요.
이윽고 라이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스스로 인간이길 버린 자. 흐르는 눈물의 위로 맑게 떠오른 눈동자는 광기에 서려 시퍼렇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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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증오, 광기, 복수 그 모든 것이다.
남은 삶은 핏빛 길, 남은 바람은 인류의 말살.
복수자의 모습이 둘도 없는 흉악한 살인귀로 비칠지언정,
그것은 인간의 잔혹함에 비할 바가 못 됨을 알아라.
한 줄기 남은 나의 영혼에 더 이상 안식은 없나니,
수천, 수만의 피를 마셔도 목마름을 채우지는 못하리라.
모든 인간의 생명이 불타 한 줌의 재로 산화하는 날.
나 또한 스스로를 죽여, 나의 소녀를 애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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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증오하는 소년과, 이상향을 꿈꾸는 소녀의 삶이 흐르는 환상동화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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