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히로몬
작성
08.01.14 12:48
조회
543

정규연재의 신사와 사기꾼.

'신사'의 가면을 쓴 남자, 케이 크리스토퍼 에반스와,

그저 속 없이 착한 남자, 베인 웨놀즈 라나크.

이 둘은 해결사입니다.

.

.

.

내가 어렸을 적의 이야기다.

마음도, 몸도 어렸던 일곱 살 적의 이야기.

그날은 유난히 더웠다.

여름날에, 더위에 미칠 것 같은 철부지 소년이 아버지를 달달 볶아 결국 받아낸 동전 몇 개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나 역시 그 철부지에 속했다.

빙그레 웃으시며 내 작은 손에 쥐여주신 동전 몇 개로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그늘이 굉장히 시원한 큰 나무가 박혀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더위에 허덕이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을 때엔, 무더운 날엔 언제나 나의 자리였던 나무 아래는 한 새하얀 머리카락을 한 할아버지가 이미 점령한 뒤였다.

자리를 빼앗긴 소년은 더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불평하려고 했으나- 당시의 난 굉장히 소심했다. 그리고 양 볼에 공기를 채우고 입술을 삐쭉 내민 소년이 자리를 되찾으러 왔다는 것을 알아채신 새하얀 머리카락의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분명

“이 세상엔 필요한 사람들과 불필요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라고 꿈꾸듯 말씀하셨다.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향해 미소 지으시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어릴 적부터 어르신은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고 배워온 나로선 그저 미소로만 답했다.

그 미소는 그 말을 이해했다는 것도, 그 말이 맞다는 긍정의 미소도, 혹은 부정의 미소도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 사무소에 놀러 왔다가 들린 손님들과 눈이 마주 칠때마다 사용한 아버지께서 배운 ‘영업적 미소’였을뿐. ‘영업적 미소’란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일단 예의를 지키기 위한 미소’ 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게 무슨 말인진 이해는 못 했지만.

한참 아무 말 하지 않으시던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내 자리가 맘에 드신 모양이었다. 일어날 기색 따위 보이지 않아, 난- 처음 본 어린 소년에게 갑자기 인생공부를 시키려는 수상한 노인네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자네의 미소는 아름답지 못하는구만,”

딱히 미소를 짓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귀찮아하는 소년을 나무라는듯한 표정도 아닌 표정으로 할아버지는 내 미소를 평가하셨다.

“사람을 속이고 싶다면, 좀 더 아름다운 미소로 상대방을 혹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텐데 말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은 이상하게 뭐라도 믿어주고 싶거든.”

꿈꾸듯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 할아버지가 미친게  아닌가- 싶었다.

그치만 상대방의 머리가 조금 이상했건 정상이었건, 어르신은 어르신이었다. 안타깝게도 어른에게 ‘당신 이상해’ 라고 말하고 도망가는 건 예의에 어긋난 짓이었으니, 난, 이 미친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날 다른 방법을 찾아냈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 할아버지를 무시하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날 구한 것은,

“사부- 오늘 저녁은 잡탕이야!”

언덕을 헐떡이며 올라오며 굉장히 신난듯한 얼굴을 하고 손을 흔들어 할아버지를 부르는 소년이었다.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나저나 ‘사부’라니.

사부라면 제자가 있고, 제자는 사부에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거잖아. …배워? 혼자선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 같은 저 할아버지에게?

“재료를 사오는데 돈이 조금 남아서 당근도 샀… 어, 사부… 아는 사람?”

소년은 내 또래만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선을 나에게 고정시킨 소년은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신나하던 표정을 거두고 경계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동자는 맑은 초록색의 인상깊은 색을 가지고 있었다.

이 근방엔 막 이슬 내린듯한 풀잎의 예쁜 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초록색 눈동자에 대해서 무슨 미신이 있던 것 같기도 한데.

아, 뭐. 상관없겠지. 소년의 색은 굉장히 예쁜 색이니까.

“허허허. 오랜만에 잡탕을 먹겠구나.”

날 경계하는 소년의 손에 들린 여러 가지 재료들을 살피며 할아버지는 웃는다.

“늙은이의 잔소리를 듣느라 힘들었겠구만, 자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건 신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아, 그러세요.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시건 나의 관심은 이미 소년에게로 향해있었다.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날 훑어 보던 소년의 시선이 나의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는 손에 머무르자 그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반짝이는듯했다.

그렇게 할아버지에게 인사할 새도 없이, 할아버지는 허허허 웃으면서 소년의 작은 손을 꼭 잡으시고 언덕을 떠나셨다.

멍하니 언덕에 남겨진 나의 손이 이상하게 끈적거렸다.

…이런.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렸다.

.

.

.

프롤로그 맛보기입니다.

"신사와 사기꾼" 읽으러 가기!

-히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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