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님이 타계하셨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얼굴 한번도 뵙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배라고 부르기도 좀 먼데 있는, 그런 느낌이 나는 분입니다. 제가 워낙 까마득하니까요.
일단 독자 입장으로서만 그분을 평하자면, 장경님의 글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없습니다. 애당초 그분의 글은 그런걸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타일시쉬한 변방의 삶을 미치도록 잔잔한 자감정으로, 초인적인 억제력으로 자제시키면서 담담히 서술하는 그분의 이야기는 제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그분은 오버를 안했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감정의 오바가 일체 없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 속의 모든 감정 표현이 가능했던 분이었습니다.
참 부끄럽지만...
제겐 아직도 불가능한 경지입니다.
글속의 모든 캐릭터, 하다못해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 하나도 감정의 오바 없이는 이야기가 진행이 안됩니다.
처녀작일때의 장경님을 아직도 따라잡지 못하는 셈입니다. 십년이 넘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그래서 죄송합니다.
장경님은 ‘아주 정밀하게 짜여진’ 그런 글을 쓰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감정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분에 속했습니다.
그분 작업을 직접 지켜본 선배분들이 계시다면 피식 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독자로서 본 그분의 글은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은 감정선의 오바가 없었습니다.
그분의 ‘오버없는데도 생생한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제겐 여전히 벽입니다.
그냥 아주 거대한 오류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저 역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짜맞춰지지?-
제겐 개인적으로 불가사의한 능력에 속하는 일입니다.
하물며 길게 풀어쓴글도 아닙니다.
그때 시장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판 분량으로 따져도 지금 글들의 사분지 일이나 될까말까한 분량에 그걸 다 담아냅니다.
그걸 먼 위로 고개들어 쳐다보고 있는 저는, 여전히 참.. 초라합니다.
그런 분이 이제 가셨습니다.
제겐 여전히 거대한 벽이 남아있습니다. 그 끝을 한참 올려다보고 있지요.
우리 글시장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장경님의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소화하고 그 변화에 맞춰도 살아남을까 말까한 시장에, 아직도 오버하는 감정선을 가지고 낑낑 댑니다.
지난 십년간, 저는 도대체 뭘 한걸까요.
문득, 술도 안먹었는데 그냥 헛소리 한번 해봤습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