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집탐은 이런 주제로 논의를 진행할까 합니다.
2003년의 설문조사 후, 한번쯤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주제였는데, 여러 동도들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무협세계/집중탐구란. (2-1-10) 입니다. ^-^
이번 말머리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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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무협소설의 전망
- 쉬운 글! 질적 하락인가, 대중소설의 본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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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고무림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몇가지 설문을 한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그에 관한 글이 무협논단에도 실렸었지요.
저도 그 중 두가지 설문을 집계하며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2003년에 그래도 기본물량은 소화했다, 신인치고는 선전했다는 글의 대부분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쉽다는 말이 조금 애매합니다만, 한마디로 '쉽게 읽힌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긴장을 늦추고 읽어도 전체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하등 지장을 주지 않는, 두 세번 읽어야 무슨 말인지 무릎을 치는 그런 글이 절대 아닌.
그런 의미입니다.
2003년의 베스트를 차지했던 글들은 그런 장점에 덧붙여 질적수준(이는 무척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한 말입니다만)도 어느정도 담보되는 글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유의할 점은 2003년의 하반기로 내려오면 올수록 '질적 수준'보다는 '쉬운' 무협이 강세를 보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여러가지로 분석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일단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사정을 아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협소설은 쉬워야만 하는 걸까요?
앞으로 점점 더 쉬워져야 당연한 걸까요?
그것이 시대의 대세이고 대중소설의 본질일까요?
무협소설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엄청난 낯선 용어들.
그 낯선 느낌이 신비감이나 정겨움이 아니라 부담이나 귀찮음으로 느껴지는 분들은 무협에 입문하시기 힘들 것입니다.
그 진입장벽을 넘어섰을 때, 진정 무협의 세계를 맘껏 즐기게 되지요.
현재 무협작가층에는 그러한 '진입장벽-작가로서 수련과 검증을 거쳐야만 데뷰가 가능한-'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시대가 열린 후 문학계의 틈바구니에 열린 광범위한 지각변동이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협작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수련단계가 존재하지 않지요.
인터넷소설로 수십만부를 파는 작가도 등장했습니다.
아주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지요.
이 변화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보다 자유로운, 보다 상상력과 감성이 풍성한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톡톡 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와 작가 모두를 연성화시킨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독자는 점점 쉬운 글들에 길들여지고 작가는 그런 독자의 요구에 맞춰 점점 쉬운 글들을 쓰게 된다는 것이지요.
무협소설이 쉬워진다는 것은 더 심각한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무협소설에는 한자가 들어가야 맛이 난다는 기존 독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한자를 쉽게 풀이한 글이나 아예 사용치 않은 글들이 좋은 반응을 얻은 예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구체적 배경은 작가가 조사하기에 따라 굉장히 실증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만듭니다. 때로 고수 독자들 중에는 이것으로 작가의 수준을 판단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횡소천군의 일식이 날카롭게 굉음을 냈다.」
무협소설을 익숙하게 보시는 분들은 심상히 넘어갈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를 '쉽게' 쓰려다 보면 결국 무협을 무협답게 하던 수많은 용어들을 사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집탐은 이러한 변화의 '동향'이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가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과연 쉽게 쉽게 쓰자는 것은 무협의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는 시대의 대세일까요? 아니면 무협소설을 점점 연성화시켜가는 주범일까요?
그에 대한 다양한 판단과 식견, 논란을 기대합니다.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입니다.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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