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어렵군요.
재작년에 주제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만화방에서 주침야활의 생활을 계속하던 중, 어느 날 삘을 받아 만화방 문을 박차고 나와 글을 써야 겠다고 작정했거든요. 엄마한테 전화해서는 "엄마, 아들 이제 문학을 할 테니까 앞으로 출세 같은 건 기대하지 마슈."라고 호기만장하게 한 마디 던지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쓰려고 했던 글이 무엇이냐면 열패감에 시달리던 한 직장인이 어느 날 헌책방에서 '기문둔갑장신법'이라는 고서를 발견해서 그것을 익힌 뒤, 열패감과 자기 소외를 극복한다는 내용으로 습작을 해 보려고 했는데, 웬걸, 서너 줄 쓰는데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리더니, 다음 한 문장을 쓰지 못해 이틀인가가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니 그냥 앉은 자리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아, 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집어치운지 2년이 지났는데 요즘 아무 할 일이 없어서 고무림에 들락거리다 보니 '무협을 한 번 써 봐?'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실 작가도 아니니까 파적거리 삼아 손 가는 대로 쓰려고 했는데 또 이게 웬걸, 한 문장 쓰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처음에 세웠던 기본 설정은 하루에 수 백 번씩 머리에서 뒤집어지고, 명대로 배경을 세우니 명대의 지방명이며 체제는 어떻게 되고, 장안에는 무슨 명승이 있고,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기본적인 고증에서부터 쩔쩔매니, 정작 글을 써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건 파적거리가 아니라 하루 종일 무얼 쓸까 하는 생각뿐이고 작은 생각이라도 떠오르면 바로 구상노트에 저장시키느라 하루 종일 다른 일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문장이 글에 복무해야하는데 멋진 문장이나 표현이 생각나면 거기에 줄거리를 끼워 맞추려 하게 되고, 참으로 어렵더군요, 천품이 모자란 탓이겠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독, 다작, 다상량'이란 말을 떠올리는 요즘입니다.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