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소 횡설수설+민망한 소리지만 한 번 끄적여 봅니다.
밤에 산책을 하던 도중, 새삼 이제까지 하나하나 완결지은 글들 모두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오랜만에 홍대입구에서 독자분들과 만남을 가졌는데요,
신기하게도 참석하신 분들 각자가 처음 읽으신 제 글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의외였던 것은, 제 첫 출간작으로 제 글과 연을 맺은 분도 계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첫 출간작은 제가 여태까지 쓴 글들 가운데 가장 아쉬움이 큰 글입니다.
쓰던 당시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데다가 군입대와 조기종결 문제까지 겹쳐서 이래저래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필명도 달랐고, 조기종결작답게 금방 절판되어 읽으신 분도 적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제 글을 즐겨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중에서도 해당 글을 직접 읽어보신 분은 무척이나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무려 그 글로 제 글에 관심이 생기셔서 이것저것 찾아보셨다는 말에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사실 일전에도 ‘내가 당신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은 그 글에서부터이다. 그러니 그 글을 너무 낮추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모 독자분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그 글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졌고, 미처 보지 못했던 긍정적인 부분들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새삼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독자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생각보다 글을 참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완결작이 아홉이고, 그 날 나오신 분들 대부분이 다섯 개 이상은 읽으신 분들이라 이래저래 참 할 이야기가 많았죠.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만, 하나하나 돌아보면 완결작을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배운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날 대화 중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XXX를 쓴 이후로 개그씬을 쓸 수 있게 되었고, XXX를 쓴 이후에는 좀 더 과감한 플롯을 도입할 수 있었고...
저것 이외에도 자산이란 생각이 든 것은 미리보기 연재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소리지만, 독자분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결작들을 하나하나 늘려나갈 때마다 독자분들의 신뢰 역시 차곡차곡 쌓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근래 한담란을 보면
얼마만큼 연재했는데 조회수가 얼마밖에 되지 않는다, 선작수가 낮다, 접는 것이 맞지 않는가 같은 글들이 종종 보입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이죠. 하지만 그러한 고민이 첫 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가능하면 끝까지 써서 완결을 지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완결을 지어나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얻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결 지은 글을 작자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게, 더 즐겁게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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