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에 대해 말하거나 쓴 적이 없기에 아마 저 혼자만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형용사 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예쁘고 귀엽다” 또는 “귀엽고 예쁘다”입니다.
예상이 가능하시겠지만 대부분 여성이나 그들의 행동을 묘사할 때 사용됩니다. 남성을 묘사할 때 사용된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요.
이 조합이 사용되는 문장도 은근히 패턴이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XX하는 모습도 ”예쁘고 귀여워서/귀엽고 예뻐서“ ...
(예> 투정부리는 모습도 예쁘고 귀여워서, 화내는 얼굴도 귀엽고 예뻐서, 볼을 부풀리는 것도 예쁘고 귀여워서)
2. 예쁘고 귀여운 XX
(예> 예쁘고 귀여운 소녀, 귀엽고 예쁜 자태, 마치 소녀와도 같은 예쁘고 귀여운 미소)
이 외에도 있겠으나 대부분 장르 소설에서 사용되는 패턴은 이 둘이 많습니다.
제가 이 형용사 조합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론 “예쁘다”와 “귀엽다” 간의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복된 느낌도 이유이긴 합니다만, 무엇보다 대부분 이 형용사 조합이 사용된 작품은 이후에 또 유사한 상황이나 행동이 발생하거나 동인 인물을 표현할 때 “예쁘고 귀여운/귀엽고 예쁜” 이라는 말이 중복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위에 패턴과 예시처럼 투정부리는 것과, 화내는 것 그리고 볼을 부풀리는 행동은 매우 유사한 감정들이지만 표현이 다르고 소설 내 인물들의 상호작용 중 이런 감정들이 발생할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결국 미묘하게 다른 문장들에서 “예쁘고 귀여운/귀엽고 예쁜”이 계속 사용되는 것이지요.
특히 히로인을 “예쁘고 귀여운 소녀”로 한 번 표현하면 이후에도 이런 면을 들어 “예쁘고 귀엽다”는 것 때문에 ‘아빠미소’라든가 ‘가벼운 잘못 정돈 용서’ 등의 이후 다른 인물들의 반응이 있기 때문에 “예쁘고 귀엽다”라는 표현이 원인 설명으로서 여러 번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물의 신체 묘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외관에 대한 묘사가 같은 형용사로 중복되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 할 수 잇는데요.
(제 개인적인 불평이라면 머리카락이 붉다든가 눈이 녹색이라든가 하는 객관적인 신체 묘사와 달리 왠지 ‘이 인물은 예쁘고 귀엽다’라는 판단을 주입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작가분이 그런 의도는 아니겠습니다만.)
보편적인 문제는 동일한 표현으로 인해 다수의 서로 다른 내용의 문장들이 서로 비슷한 형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번 패턴의 예시를 다르게 표현한 문장을 최근에 하나 보았는데요. 이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투정을 부리며 밉지 않게 볼을 부풀리는 딸에게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이 상황처럼 결국 대부분 작품에서 주인공은 히로인이 “투정부리는 모습도 예쁘고 귀여워서” 히로인이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려도 웃으며 대응합니다. 위에 언급한 ‘아빠미소’가 이에 포함되죠. 그런데 이렇게 한 인물이 화를 내고, 이를 다른 인물이 보고 웃으며 답하는 과정들이 언제나 “투정부리는 모습도 예쁘고 귀여워서” 라는 표현과 그로 인해 이 문장과 그 전의 문장이 거의 흡사하다면 이를 나쁘다고 하기엔 과한 평가일 것이나 별로 지지할만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이건 저 혼자의 투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자주 보아온 이 “예쁘고 귀엽다” 또는 “귀엽고 예쁘다”라는 표현과 이를 사용한 문장 패턴은 이제는 마치 한국 장르 소설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클리셰로도 느껴집니다. (일본 라노벨의 (어느 방향에서 나타났든) 주인공과 부딪혀서 등장하는 미소녀처럼 말이지요.) 그러니 작가 분들이 “예쁘고 귀엽다” 또는 “귀엽고 예쁘다”를 2번 또는 3번 쓰실 때 한 번씩이라도 이 형용사 조합을 사용하지 않고 다르게 그 상황이나 인물을 표현해 주신다면 저로선 매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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