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래저래 많이 바쁘단 이유로 소설도 안 쓰고 가끔 문피아 눈팅이나 하러 오는 작가 지망생 되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소설 구상을 하다가 “국가”라는 설정에서 고민을 해 봤는데요, 어쩌다보니 좀 많은 고찰을 하게 되어 부족하나마 한담에 글을 올려 볼까 합니다. 초심자이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흑흑.
우선 저는 국가라는 개념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를 못합니다. 적어도 판타지 소설의 세계 속에서는요. 아니 그렇다고 국가라는 개념을 아예 매도 하겠다는게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요... 왜냐하면 이건 단순한 제 생각일 뿐 입니다만, 판타지 세계는 보통 다들 중세 시대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물론 아니라면 정말 할 말 없답니다...)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때 당시 국가는 영토를 어떻게 관리 했을까요? 일단 국왕이 있습니다. 국왕은 넓은 영토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하여 영주와 주종 관계를 맺음으로써 영토의 일부를 떼어주고 자신의 위치를 확고이 하죠. 그리고 또 영주는 그 밑의 기사에게 영토를 떼어주고 자기 위치를 굳히기에 들어갑니다. 기사는 농노들 부려먹기 시전. 지구의 중세때는 이러한 방식의 통치가 어찌됐건 잘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것은 판타지의 세계입니다. 들짐승들 돌아다니고 포악한 괴물들에 도적 산적떼들 날아다니는 그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판타지 세계의 국가는 보통 중세의 봉건체계를 본받아 한 국가 안에 마을, 일명 영지가 여러 군데 존재함으로써 운영되어 갑니다. 그렇다면,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괴물들과 몬스터 그리고 도적떼 소굴이 되어있겠죠. 그런데 그 마을 밖에 바글바글거리는 무력 집단이 과연 자기들끼리 가족놀이를 하느냐? 아니라는 겁니다. 마을(혹은 영지)로 대거 침입을 해올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마을 사람들이 이걸 막아 낼 수 있을까요? 농기구나 다룰 줄 아는 농민들이?
그것을 막기 위해서 마을에 경비병도 있고 기사도 있지 않느냐? 네. 들짐승 몇 마리 정도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괴물들과 도적떼 입니다. 우선 괴물들은 못해도 보통 사람 몇 명분은 거뜬히 해내는 데다가 도적떼는 양판소에서나 한심하게 나오지 판타지 현실 보정 받는 순간 “괴물들과 들짐승이 가득 들어있는 던전에서 거뜬히 버텨내는 무력집단”으로 변합니다. 그런 존재들이 마을을 침공한다면? 물론 그런 애들이 연합해서 쳐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아마 그들 각개만으로도 마을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렇게 농사도 망치고 재산도 다 날아간 마을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 죽음...일 것입니다, 심하면.
마법을 써서 후원하자!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역시 관뒀습니다.
그게, 까놓고 말해서 순간이동같은 마법은 별거 아닌거 같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과 물자를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전송하는 그런 상당히 고난이도의 마법이거든요. 그런데 고난이도에 아마 상당한 자금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되는 마법을 가난한 농민마을하나 후원하기 위해 사용한다? 더욱이 후원 물자가 많을수록 마나라던가 비용도 점점 높아질텐데? 글쎄...평민따위 귀족의 돈줄이라 생각하던 봉건사회에선 그건 아마 꿈일듯 하네요. 영주의 도주용으로 쓴다면 모를까.
게다가 설령 그 마법을 써주려 해도 보통 그러한 마법 설비는 발전한 대도시에나 존재하지 농사나 지어먹는 마을에 그런 첨단 설비가 있을리 없죠. 궁극의 복지국가라면 모를까. 아무래도 마법을 써서 파괴된 마을을 수복하는건 무리일 듯 싶네요.
그럼 일일히 마을 수복을 위해 원정을 나선다? 괴물들에게 전멸당할 가능성, 도적떼의 습격 가능성. 도착한 뒤에 이미 마을 사람들은 죄다 아사할 가능성 등등... 과연 판타지 세계 속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잡힐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굳이 존재할 수 있자면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까지 걸려봤자 하루정도 걸릴 거리로 가까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근데 그러면 또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탈주하는 농노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아마 영주들은 가급적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겠죠. 그리고 침략, 혼돈, 파멸. 그 밖에도 지방 멀리 있는 마을의 영주가 반란 계획을 꾸밀 가능성이나 기사들이 영주를 등쳐먹을 확률 등등 판타지세계에서는 정말 나라하나 세우는게 무지막지하게 힘들듯 합니다. 그러저러한 가능성들을 전부다 배제하려면 또 머리가 복잡해지고.
아 쓰다보니까 제가 뭐라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이 글을 본다면 저를 굉장히 부정적이고 하나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아니 그게 사실 정상입니다. 사실 저도 쓰는 동안 ‘이 문제는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일단 저의 생각은 그렇다는 겁니다. 저 아직 글 하나 올린적이 없는 초심자 입니다. 제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통용될거라는 생각따윈 조금도 하지 않으며 저의 생각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겁니다.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까. 근데 비난은 사절입니다. 저도 사람이다보니 ’니 생각은 뭐 그 따위냐.‘라는 말이 보이면 좀 많이 빡칠거 같거든요. 그럼 긴 글이지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비판 부탁드립니다.
추신. 이 글은 지금까지 나라라는 설정을 잡고 소설을 쓰신 분들이 이상하다. 라는 글이 결코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제 생각이 그렇다는거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으면 전 그럴 자격 또한 없지요. 그러므로 이 글을 보신 다음에 ‘그럼 지금까지 소설에 나온 국가는 다 엉터리라는거냐’라는 댓글이 보이면
‘아, 난독증이시구나, 딱하기도하지’ 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당연시 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자격은 있는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다시 한 번 길고 어쩌면 그저 두서없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모두들 건필하시길. 저도 언젠가 건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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