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
12.10.07 20:01
조회
1,814

제가 판타지를 처음 접한 건 10년 전에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8년쯤 됐습니다. 그냥 판타지는 이냥저냥 보는 용도였으나 SF를 보면서 확 꽂혔지요.

이 SF를 쓰는데 이건 또 하드 SF와 소프트 SF로 나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SF와 착각하지만 그냥 우주가 배경일 뿐인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스타워즈 같은 건 SF가 아니라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가 있습니다.

하드 SF는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거, 그러니까 과학자가 보더라도 "음, 그럴 만도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 개연성을 중시합니다.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미래예측에 가까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대표적으로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가 있습니다.

반면 스페이스 오페라는 드래곤 대신 우주 항공모함, 강인한 용사 대신 파워드 슈트를 입은 군인, 마법사 대신 과학자, 글자 그대로 배경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판타지의 틀을 가진 소설들을 말합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말인데, 스페이스 오페라는 앞서 말했듯 판타지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SF로 분류해선 안 됩니다. 즉,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면서, 예를 들어 스타워즈를 보면서 "광선검은 과학적으로 말도 안 돼." 같은 소릴 해선 안 된다는 거지요.

이걸 고대로 캐릭터에게 가져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건 무협, 판타지 등입니다. 여기서 캐릭터가 현실적이란 건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사는 세계(하드 SF와 같은)의 인간상을 판타지(스페이스 오페라와 같은)에 그대로 투영해야 한다는 걸까요? 손에서 불꽃이 나가고 번개가 찌릿찌릿한 사람들에게? 사실적인 캐릭터 따위는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시골 농부 산쵸 판자 정도면 사실적일 수 있겠네요.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사실적이란 말은 그 소설 세계의 현실에서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곳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하며, 이런 사상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간다. 그러므로 주인공 A와 조연 B는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게 바로 사실적인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판타지 소설에서

1. 이 세계는 신분제 사회이고 귀족이 있다.

2. 군주 아래 오등작 체계로 나뉘며 그 아래에는 평민과 노예가 있다.

3. 각 신분 격차는 몹시, 아주 엄격하다.

주인공 A는

1. 귀족 출생이다.

2. 평민이나 노예의 삶과 접촉한 적이 없다.

3. 귀족으로 자랐으며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

라고 가정해 보지요. 그렇다면 주인공 A가 사실적이기 위해서 그는 평민과 노예를 이해할 수 없으며, 귀족의 삶을 당연시 하고, 신분 체계에서 모순을 느낄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한 번 겪어 본 적 없는 노예를 가엽다고 여기며 노예 해방을 선동합니다. 이러면 이 주인공은 사실성을 잃게 되는 거지요. 만일 주인공이 노예 해방을 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정리

1. [사실적]이란 말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2. 소설에는 배경 세계관이 있고 그 세계관에 맞는 인간상이 있어야 한다.

3. 인물의 사실성은 인물이 사는 세계 + 인물이 겪은 사건에 부합하는 경우를 말한다.


Comment ' 16

  • 작성자
    Personacon 강춘봉
    작성일
    12.10.07 20:06
    No. 1

    그렇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10.07 20:07
    No. 2

    그 사실성을 개연성이라고 부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2.10.07 20:10
    No. 3

    엔띠님이 바로 맞췄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에게사냥꾼
    작성일
    12.10.07 20:12
    No. 4

    그 예로 드신 이유없이 노예를 이해하고 위하는 귀족이란게 존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현실에도 비현실적인 사람이 넘쳐나니), 존재한다고 해도 아마 주변에게 이해받지는 못할 극소수가 되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2.10.07 20:13
    No. 5

    저건 그냥 바로 떠오르는 예시가 없어서 쓴 것 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중요한 건 로직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자까마까
    작성일
    12.10.07 20:59
    No. 6

    공감 합니다. 작가분들이 설정하신 세계관에서의 개연성을 바탕으로 비평을 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나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인 요소들을 나열하며 비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들의 세계관에서는 그곳의 법을 따라야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ransistor
    작성일
    12.10.07 21:42
    No. 7

    그래서 사실적이기 위해서는 전형적이어야 하지요. 같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자란 놈이 나오면 비현실적이 되고요. '현실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라는 작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그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하는 주요 이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2 로드뱀피
    작성일
    12.10.07 21:57
    No. 8

    현실성과 개연성은 미묘하게 다른 개념을 담은 단어란 말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2.10.07 22:57
    No. 9

    에게사냥꾼님, 유르카님. 그러기 위해서 전제조건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 있습니다. 철학자들도 그들의 논리를 완성하기 위해 인풋이 있어야 철학이 나옵니다. 철학자들이라고 아무런 인풋도 없이 갑자기 아웃풋이 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본문에 시대상 뿐만 아니라 인물이 처한 상황이라고 쓴 건 그 모든 걸 포함한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윤지아
    작성일
    12.10.07 23:05
    No. 10

    종종 세계관을 깡그리 무시 한 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적인 요소를 나열하면서 비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되더라구요.

    예를들어 마법이 존재 하는 세계관인데 마법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비평하거나....그런거 말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liecryin..
    작성일
    12.10.07 23:12
    No. 11

    8년쓰신 분이라 내공이 만만치 않으시군요... 공감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지옥
    작성일
    12.10.07 23:55
    No. 12

    와아.. 정말이지 많이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청청루
    작성일
    12.10.08 01:03
    No. 13

    역시 채셔어르신이십니다. 근데 그런 설정속에서 비판을 하더라도 뭐가 어떠냐는 독자와 작가들이 더 많더군요.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분들과 작가분들도 상당수 있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하는아이
    작성일
    12.10.08 01:12
    No. 14

    눈을 가지고 보지않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사는게뭘까
    작성일
    12.10.08 01:29
    No. 15

    그런데 글쓴이님 사실성과 개연성은 다르게 아닐런지요.
    글쓴이님께서 말하신 사실성은 결국에 개연성을 설명하고자 하신거 같은데 사실성은 개연성과 엄연히 다른게 아닌가요? 사실성이라고 함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려고 하는 경향을 띤 특성' 즉 이것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성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요? 본문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결국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야한다 라는 점인데 그건 개연성에 대한 설명이지 사실성이란 설명과는 다른거 같습니다. 좋은 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서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마오유우
    작성일
    12.10.08 01:37
    No. 16

    가엽다고 노예해방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노예해방을 주장할 수는 있는 거죠. 자신과 적대인 귀족은 대규모 토지를 기반으로 해서 노예를 통해서 경작을 하고, 본인은 도시 기반 위에 시민 기반이라면 노예 해방을 통해서 상대 귀족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노예 해방을 할 수가 있고, 그 명분을 가엽다(?)라던가 평등하다라던가 하는 것으로 삼을 수가 있는 거죠
    이런 내용이 사실성인거죠. 앞에 나와 있는 내용과 뒤에 숨어 있는 뜻을 구별해야 하면, 작가님들은 숨어 있는 뜻을 독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복선을 깔아 두시면 저희는 그것을 이해하면 되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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