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판타지를 처음 접한 건 10년 전에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8년쯤 됐습니다. 그냥 판타지는 이냥저냥 보는 용도였으나 SF를 보면서 확 꽂혔지요.
이 SF를 쓰는데 이건 또 하드 SF와 소프트 SF로 나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SF와 착각하지만 그냥 우주가 배경일 뿐인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스타워즈 같은 건 SF가 아니라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가 있습니다.
하드 SF는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거, 그러니까 과학자가 보더라도 "음, 그럴 만도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 개연성을 중시합니다.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미래예측에 가까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대표적으로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가 있습니다.
반면 스페이스 오페라는 드래곤 대신 우주 항공모함, 강인한 용사 대신 파워드 슈트를 입은 군인, 마법사 대신 과학자, 글자 그대로 배경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판타지의 틀을 가진 소설들을 말합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말인데, 스페이스 오페라는 앞서 말했듯 판타지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SF로 분류해선 안 됩니다. 즉,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면서, 예를 들어 스타워즈를 보면서 "광선검은 과학적으로 말도 안 돼." 같은 소릴 해선 안 된다는 거지요.
이걸 고대로 캐릭터에게 가져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건 무협, 판타지 등입니다. 여기서 캐릭터가 현실적이란 건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사는 세계(하드 SF와 같은)의 인간상을 판타지(스페이스 오페라와 같은)에 그대로 투영해야 한다는 걸까요? 손에서 불꽃이 나가고 번개가 찌릿찌릿한 사람들에게? 사실적인 캐릭터 따위는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시골 농부 산쵸 판자 정도면 사실적일 수 있겠네요.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사실적이란 말은 그 소설 세계의 현실에서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곳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하며, 이런 사상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간다. 그러므로 주인공 A와 조연 B는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게 바로 사실적인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판타지 소설에서
1. 이 세계는 신분제 사회이고 귀족이 있다.
2. 군주 아래 오등작 체계로 나뉘며 그 아래에는 평민과 노예가 있다.
3. 각 신분 격차는 몹시, 아주 엄격하다.
주인공 A는
1. 귀족 출생이다.
2. 평민이나 노예의 삶과 접촉한 적이 없다.
3. 귀족으로 자랐으며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
라고 가정해 보지요. 그렇다면 주인공 A가 사실적이기 위해서 그는 평민과 노예를 이해할 수 없으며, 귀족의 삶을 당연시 하고, 신분 체계에서 모순을 느낄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한 번 겪어 본 적 없는 노예를 가엽다고 여기며 노예 해방을 선동합니다. 이러면 이 주인공은 사실성을 잃게 되는 거지요. 만일 주인공이 노예 해방을 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정리
1. [사실적]이란 말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2. 소설에는 배경 세계관이 있고 그 세계관에 맞는 인간상이 있어야 한다.
3. 인물의 사실성은 인물이 사는 세계 + 인물이 겪은 사건에 부합하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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