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을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언제나 수요와 공급이 적은 장르의 팬은 입맛에 맞는 작품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특히나 SF와 대체역사물처럼 수요층에 변동 없이 쭉 마이너를 유지하는 작품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게 진행되며 역사를 바꿔나가는 소설이나, 자신의 목적 하나를 완성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들은 꽤나 많은 수작들이 있지만,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전쟁 소설은 특히나 그 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중국 삼국지 시대가 아닌, 한국 역사에서 꽤 괜찮은 전쟁-정치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아오르기 작가님의 ‘내가 미륵이니라’입니다.
시대는 고려시대, 주인공은 몰락 왕족(족보 가장자리에 있는 방계) 왕선이라는 인물입니다.
삼국지 대체역사물들이 차지한 시장까지 노리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군웅할거의 환경을 유도해내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대체역사물을 전문적으로 써오신 작가님이기 때문인지, 필력이 꽤 탄탄합니다.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단어선정과,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인물들을 주변 캐릭터로 삼는 디테일도 좋습니다.
물론 잘 알려진 이인임, 최영, 정도전 같은 캐릭터들 역시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미륵관심법’을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의 컨셉에 맞게, 관심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풀어나가는 모습이 시원시원하고,
동시에 특수능력에만 의존하지 않아서 여러 형태의 사건 전개를 보는 맛이 있습니다.
리메이크 이전과 달리 관심법과 대중 선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차차 진행되면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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