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용사는 유료연재중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 약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덮을만한 강점이 있기에 추천의 글을 써 보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용사는, 주인공이 전근대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자신의 적들을 때려 부수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 글의 약점들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형식을 빌려왔기에 구태의연한 소재들을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상태창’이 있다. 문피아에서 사용되는 게임 요소들은, 이제 사골이 되다못해 너무 묵어서 쉰 냄새까지 날 지경이다. 이 소설도 그걸 피해가지는 못 했다. 그나마 타 소설들에 비해 그 사용빈도를 줄이고, 개연성을 갖추려 노력하긴 했지만...
2. 떡밥들을 너무 많이 던졌다.
이걸 과연 전부 개연성있게 수습할 수 있을까....?
3.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주인공이 중점적으로 나오는 소설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이 인상에 남을 정도로 입체적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헷갈린다.
4. 던전 디펜스의 아류작 냄새가 난다.
게임 형식을 차용하면서, ‘마왕’의 개념을 등장시키고, 세력간의 충돌을 그리고, ‘또라이’인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이전에 있었다.
유헌화 작가의 던전 디펜스다. 작가는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제3자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던전 디펜스를 차용한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이 작품이 던전 디펜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점이 매우 많다.)
이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이를 덮을만한 강점은 무엇이 있는가?
1. 주인공이 개성있는 또라이다.
상당수의 소설들은, 주인공은 강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가족을 끔찍히 위하며 절대자로 군림을 한다. 무언가 인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위적인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또라이’다.
(정말 여러 단어를 두고 고민을 했으나, 또라이라는 단어 외에는 도저히 이 주인공을 표현할 단어가 없기에 이런 저속적인 단어를 쓰기로 한다.)
그러나 뭔가 ‘자연스러운’ 또라이이기에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남을 등처먹는데 주저하지 않고, 자신만의 성격을 가지고 자기 하고싶은대로 한다. 정의로운 척 하지 않는다. 타 소설의 주인공들이 되도않는 ‘정의’를 들먹거리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납득이 간다.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사악함과 교활함을 대놓고 보여준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여기서 던전 디펜스와의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나타난다. 주인공이 허세병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2. 선과 악이 없다.
이 소설에선 여러 세력들이 중구난방으로 나타나 서로를 물고뜯고 있다. 형식적으로 ‘선제후’와 ‘마왕’이 나오긴 하나, 뭐가 옳고 그르고를 편가르기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립과 상대의 척결 뿐이다.
3. 주인공이 약한 편이다.
이 소설에서의 ‘파워 밸런스’는 이런 식으로 맞춰져 있다.
개미가 있다. 그리고 말벌들이 있고, 장수말벌들도 있다. 참새들도 있고, 독수리도 있으며, 인간도 있다.
주인공은 지금 장수말벌쯤 된다. 원래는 개미였다가 등급을 좀 높여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치여산다. 그래서 글의 긴장감이 있다.
4. 웃긴 장면들이 꽤나 많다.
이 작가는 여타의 남자 작가들처럼 ‘연애묘사’능력은 끔찍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들에겐 찾아보기 힘든 하나의 능력이 있다.
웃긴 장면들을 은근히 많이 넣는다. 억지 웃음을 만드는 장면들이 아니다. 보다보면 웃긴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서술능력이다. 이것도 나름의 강점이다.
이제 이 작품은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약 6~7권정도의 분량으로 연재가 된 상태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대략 3~4권 정도 안에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떡밥을 어떻게 적절히 다 회수할지, 그리고 끝을 어떻게 낼 것인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돈 주고 볼 가치는 있다. 주인공이 또라이인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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