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6.20 23:57
조회
1,365

작가명 : 요시미 아코

작품명 : 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L노벨

Attached Image

학교 따위 바보 같아. 선생님들도 바보 같아. 반 애들도 바보 같아. 엄마도 아빠도 바보 같아. 그리고 그따위 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가장 바보 같아. 그런 생각을 품고 사는 하루는 중학교 1학년 열네 살 소녀.

그래도 괴짜로 취급받으며 반에서 겉돌기는 싫어서 교실 구석에서 조용하고 평버마게 지내왔건만, 겨우 13표로 학급위원이 돼 버리고 말았다.

문화제 준비로 시끌벅적한 학교에서 의욕이라곤 없어 보이는 다임과 쓸데없이 의욕만 넘치는 반 아이들을 떠맡게 된 새내기 리더는 무시당하고 욕먹고 혹사당해 그저 울고 싶은 마음 뿐. 게다가 요즘에는 왠지 기분마저 싱숭생숭하다.

오래 전의 중학교에서 살짝 별난 1학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녀들의 이야기'.

---------------------------

전 작인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은 소년들의 이야기였고, 이번 '플라밍고의 가을'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캥거루'에서 후반에 잠시 언급된 '키요후미와 사귄다는 소문이 있었던 같은 반 부반장' 칸노 하루가 주인공입니다.

여름방학을 주된 배경으로 했던 캥거루와 달리, 이번 플라밍고는 2학기 전체를 배경으로 합니다. 캥거루에서는 후반에 '이렇게 되었더라~'라는 식의 후다닥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언급되었던 부분이지요.

크레이지 시리즈는 중학생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입니다. '캥거루'에서 다루었던 '소년의 성장'은 단순히 '자기의 자각', 즉 가족과 더 나아가 가문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에 대한 자각이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즉, 남자로서의 성장은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한명의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번 '플라밍고'에서 다룬 소녀의 성장은 무엇으로 이루어 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첫사랑'입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축구부의 누구가 멋지더라 하는식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세계와는 체질적으로 영 맞지 않는 칸노 하루. 초등학교때 친구의 영향으로 듣게 된 팝과 락에 빠져 오히려 남자아이들과 이야기가 더 잘 통하는 이 소녀는 모든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창부 소속이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소프라노가 아니라 알토라 노래를 못부른다고 생각해서 불만이고, 3학년의 미카미 선배가 멋지다고 단짝에게 말해 두긴 했지만 사실은 별 관심이 없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으면서도 말로만 염려하는 척 하는것도 불만이고, 깨끗한 표준말을 쓰는 엄마의 영향으로 표준말을 쓰지만 친구들과 섞이기 위해 일부러 칸사이 사투리를 써야하는것도 불만, 하여간 이리저리 불만 투성이. 그리고 가장 큰 불만은 학급위원으로 선출되서 초인적 수준의 우등생인 키요후미와 함께 무뚝뚝한 담임 하라다의 온갖 일거리를 처리하게 되었다는 것.

단짝이었던 아이와 충돌하기도 하고, 일 좀 제대로 해 보려고 나서봤더만 잘난체 한다는 수근거림을 받기도 하고, 문화제를 위해 남자아이 그룹의 신경전에 끼어들어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차 평소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아이들과의 어울림이 늘어나며 여지껏 모르던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면들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담임인 하라다가 무뚝뚝하면서도 거친 언사와는 달리, 인간적이고 학생들을 신경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하루.

문화제 이후, 하루의 기분은 갈수록 이상해져 갑니다. 각종 문제로 하라다에게 상담을 받고 귀찮다는 듯한 설교를 들으며 점차 하루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교우관계도 변해갑니다.

겨울방학, 갈수록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기분에 고민하던 하루는 설날 연휴에 우연히 레코드점에서 본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그날 밤 자기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는세 행동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야말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시종일관 소녀의 학교생활을 둘러싸고 훈훈하면서도 평이하게, 때로는 가슴 찡하게 진행되어 오던 소설이 단 한장을 경계로 완전히 돌변. 쿨하기 그지없던 선생님이 인정사정없이 망가지는 그 장면은 최근 읽었던 모든 소설중에서도 단연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루가 귀여워서, 하라다와 후지오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나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묘한 상황에 빠져서 이 소설의 대한 애정이 갑자기 급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크레이지' 시리즈의 '어른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하루의 담임인 하라다는 정말로 멋진 선생님이자 어른이자 사나이입니다.... 그래도, 앜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떠올려도 웃겨 미칠것 같아요 이거ㅋㅋㅋ, 자음체 써서 죄송합니다. 하여간 그 상황에서 그렇게 깨끗하면서도 확실하게 일을 정리할 수 있는 남자는 존경할 만 해요. 만인의 귀감이 될 만한 인물입니다. 정말.

크레이지 시리즈는 작가조차 경험하지 못한(...) 1979년대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 년도를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사용합니다. 캥거루에서는 각종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었다면, 이번 플라밍고에서는 음악. 특히 그 당시 유행했던 팝송들이 등장합니다.

79년이라 해도, 중학생이 개인 오디오로 팝송을 듣는게 보통인 그 시대는 살짝 상상이 안되는게... 한국의 '옛날 그 시절'과는 분위기가 꽤나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여간 다양한 팝송들이 등장하고, 따로 소개한 페이지도 있어서 뮤직온에서 몇개를 다운받아 들으며 이 감상문을 작성했습니다. 특히 '피아노 맨'은 아르바이트 하며 듣는 라디오에서 몇 번 들은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이 기회에 2005년에 발매된 빌리 조엘의 베스트 엘범을 다운받아서 듣게 되었네요. 작 중에 중요하게 작용한 사라 본의 'Lover's Concerto'는 뮤직온에 없어서 구하지 못했습니다만...

하여간 하나같이 좋은 노래들이라 이쪽으로도 득을 본 기분이네요. 지금도 알송으로 '피아노 맨'을 듣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감상문을 마치도록 할까요.


Comment ' 2

  • 작성자
    립립
    작성일
    09.06.21 08:01
    No. 1

    제목이 거부감이 들어서 미루고 있던 책인데... 살 만하던가요? 이 감상을 보고 살지 말지를 정하기엔 아직 좀 애매한 감이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09.06.21 10:03
    No. 2

    립립님//'청춘', '사춘기'라던가 '성장담'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해드립니다. 캥거루는 그쪽 취향이 맞아야 볼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플라밍고는 그런 것 상관없이 추천할 수 있을정도로 재밌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0753 무협 숭인문 6권을 읽고 +9 Lv.56 댓잎소리 09.06.25 3,366 6
20752 무협 풍운전설 감상 +1 Lv.1 목무 09.06.25 1,331 0
20751 무협 화공도담 5권 +2 Lv.36 겨울바른 09.06.25 2,248 3
20750 일반 묵시록의 기사 - 시원합과 씁쓸함 +4 Lv.43 만월(滿月) 09.06.25 2,478 14
20749 게임 달빛조각사... +6 Lv.54 눈을감지마 09.06.24 5,611 0
20748 무협 황규영 작가님의 책을 읽고. +6 Lv.5 독영獨影 09.06.24 2,375 0
20747 무협 매은님의 천검무결, 흠잡을 데가 없다 +14 Lv.1 리얼블루 09.06.24 4,703 0
20746 기타장르 독자들이 까다로운 것인가 아니면 출판사들... +29 Lv.64 고독천년 09.06.24 3,387 0
20745 무협 산조를 읽고 +3 Lv.1 물망아 09.06.24 2,029 0
20744 기타장르 전파적 그녀 3권 : 행복 게임 +6 Lv.29 스톤부르크 09.06.24 1,222 0
20743 무협 귀도풍운 감상 +1 Lv.1 목무 09.06.24 1,540 1
20742 무협 수국 +1 rlawlsfbf 09.06.24 1,043 0
20741 무협 간만에 책보고 크게 웃어본다. 포천망쾌 +3 Lv.44 風객 09.06.24 4,510 3
20740 무협 황룡무적 식상함이 몰려온다. +2 Lv.44 風객 09.06.24 2,199 1
20739 무협 하수전설 6권. +21 Lv.45 수서지 09.06.23 3,664 3
20738 무협 태룡전5권 산조1~2권 +11 Lv.37 깜까미 09.06.23 4,358 0
20737 판타지 스키퍼를 다 읽고 나서 +7 오크황제 09.06.22 2,897 0
20736 무협 청룡무사 감상 +1 Lv.60 코끼리손 09.06.22 3,716 0
20735 무협 기신합일은 언제.....골든플라이~3권 +6 Lv.61 단이천 09.06.22 1,910 1
20734 기타장르 AURA~마류인 코우가 최후의 싸움~ - 중2병! +8 Lv.29 스톤부르크 09.06.22 1,948 1
20733 무협 하인천하 1~2권 감상 후... +4 Lv.64 淸流河 09.06.22 4,316 4
20732 판타지 풍수사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5 Lv.19 카이혼 09.06.21 2,614 2
20731 무협 절대군림...보표무적 +8 Lv.15 한뉘 09.06.21 5,124 0
20730 무협 산조 +12 Lv.4 천상용섬 09.06.21 2,991 0
20729 일반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3 Lv.99 노란병아리 09.06.21 1,521 1
20728 인문도서 너희가 논술을 아느냐? 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09.06.21 1,098 1
20727 무협 숭인문을 접하고서... +12 Lv.85 소엽 09.06.21 3,446 2
20726 무협 감히 추천하옵 건데 제생각에 올해 무협중 ... +22 Lv.64 고독천년 09.06.21 9,984 1
20725 무협 연원질풍보... 차가운 도시의 무(武)!!! +4 Lv.88 카이샤르 09.06.21 3,131 10
» 일반 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 - 1979년 가을 1... +2 Lv.29 스톤부르크 09.06.20 1,36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