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운규
작품명 : 1850 대한제국
출판사 : 어울림
솔직히 말해 최근 장르문학에 대해 굉장한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문학을 처음 접한게 1998년정도니 어느덧 14년째군요. 그 동안 수많은 종류의 책을 꾸준히 읽어왔지만 요즘만큼 암울한 시기도 참 드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현판과 대체역사물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요 우연찮게 학교도서관에서 1850 대한제국이란 책을 보게되었습니다. 뻔하디 뻔한 대체역사물인걸 알면서 읽었지만 재밌더군요. 사실 악천후속에서 하필이면 백령도에 특정 사람들이 모여있을때 북한의 핵공격으로 어쩌고저쩌고 해서 1850년도로 시간이동하는 설정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대체역사물 자체가 이런 말도안되는 설정이 없으면 애초에 쓰여질 수 없는 책이기 때문에 넘어갔습니다. 대학생 중 한명이 철종과 닮아 철종 대신 왕이 되고, 시간이동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일치단결하여 조선을 강국으로 키우려고 노력한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판타지스럽더군요. 각국의 정세도 대한제국이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너무나 잘 풀려나가고 현대식 무기 덕분에 국제 깡패급으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들이 단점을 충분히 가리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는데
1. 기존의 역사와 정세를 상당히 그럴싸하게 그려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에스파냐의 필리핀군도 점령이나 태평천국 운동을 이용하는 모습, 일본의 사카모토료마나 이토 같은 놈들을 미리 암살하고 유구국을 이용하는 모습, 미국의 일본개항 자체를 사전차단하는 모습 등 기존에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을 어색하지 않게 결합시킨 덕분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감에도 어색함을 잘 못 느꼈습니다.
2.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한명의 주인공이 엄청나게 활약하는 소설도 재밌을 수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도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대학생에서 왕이된 사람, 갑자기 대한제국 최대의 상인이 되는 사람, 군대에 말뚝 밖는 사람, 외교가가 되는 사람 등 한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한제국 전체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이 머리속에 쉽게 그려지더군요.
3. 통쾌하다.
대체역사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죠. 통쾌함. 역사속에서 혹은 현실속에서 우리가 이뤄내지 못한 것들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사실 장르문학 자체가 대리만족을 위해 있는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소에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김진명식 민족주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어느정도 현실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이 정도 글쓰는 솜씨와 재미라면 충분히 추천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글 솜씨에도 불구하고 감상란에 글 올립니다. 엄청난 수작은 아니지만 최소한 작금의 장르문학 속에서는 추천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적어도 제가 읽은 대체역사소설물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3권정도까지 읽어보시고 나머지도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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