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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인공인 것에 대해 독자들이 가지는 편견은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이는 문피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쩌면 문피아의 시작이 고무림으로 무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죠.
판타지 장르의 경우 여성을 주인공으로 작품은 이를 따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죠. 판타지의 근원인 설화에서도 신데렐라니 바리데기니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고 이를 모티프로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창작이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무협의 경우 아무래도 소수라고 할 수 있죠. 그 이유는 너무 장황하게 나와야 하니 패스~
- 사천당문 / 진산
당군명, 남성적인 이름을 가졌긴 했지만 무협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가장 균형잡힌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진산님의 필력이 무르익었을 때 나온 작품이라 고난, 역경, 무협, 애정 등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품이죠. 나름 삼각관계도 등장.
- 정과검 / 진산
상처받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고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독백으로 장식하는건 여자애기에 이쪽으로 분류. 사실 이건 로맨스소설에 가깝지만 무협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전작인 대사형이나 홍엽만리에 비해 훨씬 사실성을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진산님은 너무나도 유명하니 간략하게만 짚어봤고...
- 반인기 / 유사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유사하의 데뷔작, 충격적인 작품이었죠.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아버지의 복수를 행하는 소비아의 뒤를 따라가는 형태로 그려진 이 작품은 뭐... 몽환적이죠.복수를 위해 소비아는 끊임없이 떠돌아야 하며 결국 그녀가 복수를 끝낸 후 편히 머무르게 되는 곳은 죽음의 안식처였죠. 복수를 위해 인간이 아니게 되었고 사랑을 아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복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에... 그래서 반인기(反人記)입니다.
- 추혼유기 / 유사하
이거도 이쪽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애매합니다만... 엄청난 스포일러.. 유기는 여자앱니다. 전 작품 끝에 가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반인기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 것이 유사하의 주인공은 전부 아버지를 그리는 소녀이기 때문에 세상도 모르고 사랑도 모르죠. 더군다나 유기는 천방지축 꼬맹이...
- 비정소옥 / 송진용
이 작품은 작가의 말을 일단...
「소소옥(蘇素玉)은 비정(非情)하다. 소소옥은 그래서 슬프다.
소소옥은 그 슬픔마저 잊어버리기 위해 몸부림친다. 소소옥은 그래서 또 아름답고 처연하다.
그녀의 삶은 그 처절한 몸부림이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지느냐에 이 소설의 생명이 걸려 있을 것이다. 미인도(美人圖)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전장(戰場)의 살벌함과 처참함 속에 홀로 우뚝 살아서 서 있는 아룸다움 말이다.」
작가의 말만큼 아름답게 그려진 건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보다 훨씬 처연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죽음을 택한 소비아나 가문을 뒤로 한 채 연인과의 방랑을 택한 당군명이나, 벽 너머 저편에 있는 연인을 그려야만 하는 정과검의 주인공에 비해, 무림의 최고수가 되어 복수를 끝낸 소옥이 훨씬 좋아보일 지 몰라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결한 사부와 떠나가는 정인, 피비린내 나는 칼 한자루.
송진용님은 비정한 칼을 휘두르고 대나무 쪼개는 기세로 무림을 헤쳐나가는 여고수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지만, 꿈도 여성도 사라져 버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비정함뿐이었습니다. 무림을 결국 어딘가 잘못되어 버린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외로이 칼을 휘둘러야 한다면 소옥의 모습을 닮아버릴 수 밖에 없겠죠. 사천당문이 여러모로 균형잡힌 작품이라 볼 수 있다면 소옥은 가장 상식적인 그래서 더욱 볼 수 없고 외면하게 되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죠.
그밖에 중국무협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편입니다. 양우생의 작품 중에도 백발마녀전이나 산화여협전이 있습니다.
덤으로 여성이 주인공인 무협이 아니라 여류무협작가를 살펴본다면
먼저 위에 나온대로 진산님, 유사하님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소옥이 가지는 대단함이 돋보이죠.
그리고 권천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내기도 한 천화상련주의 녹수영님. 지금은 창작을 중단하신걸로 알고 있고, 최근에는 용검전기, 무도, -삭제-뭐 남궁세가소공자의 작가도 여성이긴 하지만... 아 전 무협을 쓴 여성작가를 밝히고 싶지, 무협의 탈을 쓴 작품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근간에서는 조금 나아지고 있는 것도 같지만 별반 다를게 없죠. 참고로 도서출판 뫼에서 출판하는 모장르의 작가는 동일한 이유로 전부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 삼협오의와 포청천에 등장하는 전조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무협을 쓴 여성작가가 한 분있습니다. 이 작품은 무협장르가 아닌 역사문학으로 출판되어 잘 알려지진 않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필명이 기억이 안나요. 감상란에도 한번 올라왔을 겁니다.
제가 접한 건 이 정도입니다. 일부의 편견에 비해서는 작품 수나 작가 수나 상당히 부족하지요. 그럼에도 이에 대한 편견이 넘쳐나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한 모작품의 영향을 상당부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길...
이와는 별개로 남성작가에 의한 작품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비정소옥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제대로 그리면 그릴수록 소옥을 닮아가게 되고 그래서 외면하게 되지 않는지...이는 무협소설이 남성적인 취향을 대변해서 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림 그 자체가 남성적 시각에 의해 좌우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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