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장외로 던져진 인간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
06.10.02 12:08
조회
7,622

작가명 : 이외수

작품명 : 장외인간(1.2권)

출판사 : 도서출판 해냄

홀로 달을 잃어버린 사람의 외마디 비명은 짧고 강렬한 것이었다.

"오메?"

그 뒤로 이어진 푸념은 무려 수백페이지를 서서히 되짚어간다, 달이 사라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 오직 한 단어 "달" 그리고 한 사람 "소요" 가 사라져 버렸다. 주인공의 배경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가업을 이어 [금불알] 이라는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가게에서 일하게 되는 "소요" 라는 한 여자를 중심으로 사건은 진행된다. 일상적인 대화에 세밀한 부분묘사가 곁들여진 진행, 흡입력 넘치는 대화체는 이 소설의 읽을꺼리를 더해준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외수(필명) 만의 문체는 장외인간에서 그 절정을 달리고 있다. 장외인간의 뜻에 대해서는 소설 내내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장외" 라는 공간은 메인스트림에서 외부로 "나갔다" 기 보다는 "쫓겨난" 이라는 느낌을 주기 쉽다. 그래서 더더욱 장외인간의 주인공이 걷는 인간적인 행보와 고뇌는 아름다워 보인다.

[달빛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금불알을 본 적이 있는가? 소요의 날개짓은 엑스터시를 갑으로 맞은양 사람을 비틀거리게 하는데, 그것은 내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세상에 대한 불만의 유일한 해소였다.]

- 소설이 던져주는 플래쉬 포인트를 엮어보자면 위와 같은 문장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소요는 말 그대로 "달" 을 뜻하는 이름, 그 소요는 매 달 보름마다 한 번씩 달빛속에서 행글라이딩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했다. 그것을 훔쳐보게 되는 주인공은 세상에서 동떨어진 또 다른 세계를 엿보게 되는데, 그것은 차마 인간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쾌락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주인공은 말하고 있다. 기독신도인 주인공의 누나는 이것들을 사탄의 꼬임이라고 역정을 내며 불화하지만 사실 주인공은 이것이 사탄의 꼬임이라면 그 꼬임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만다. 그리고 그 이후 주인공의 모든 것은 장외로 혼자 내던져진 이유를 찾기 위한 행보로 변한다.

작가 이외수는 두 권 분량의 이 소설을 통해 사회상의 관념을 부수고 자연적인 색체의 아름다움을 개입하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의중을 알기 힘든건 마찬가지이다. 글로 무엇을 말 하고 싶었을까? 단순히 "달" 의 천문학적인 실종에 대한 메커니즘의 규명?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상형에 대한 주인공의 과도한 개입? 그렇게 단정할 정도로 주인공이 걷는 행보는 단순하지도 않다.

고대 중국의 인물 "이태백" 은 취기가 감돌자 연에 배를 띄우고 달맞이를 즐기고 있다가, 호면에 비춘 달이 지나치게 예뻐 한 번 확 끌어안아 보려다가 투신하여 익사하였다. 전설로 남아있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지어진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실제로는 태백자가 그 때 죽지 않았지만, 그 휴우증으로 결국 병사하였다고 전해지고도 있다. - 이 역시 역사속의 허구일지 진실일지는 모르는 법) 아무것도 없는 검은 도선지에 홀로 떠 있는 하얀 달의 모습은 왜 그렇게 아름답다 못해 욕정적인가? 미녀의 하얀 얼굴에 깃들어 있는 한 점의 매력만큼이나 아름다운 천연의 색체인 달은 수천년 전 태백공을 비추던 모습이나 지금 서울의 밤야를 비추는 모습이나 다를바는 없어 보인다. 백지위에 깃든 불타는 태양의 모든 것은 눈부시다 못해 화려하여 서민적이지는 않으나, 달은 매우 서민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주인공의 평이한 생활과 결부되어 이 작품이 그토록 매력적인 화필을 펼치고 있는것은 아닐까?

달 과 같은 소요는 달 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달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보면 미인과 달 이라는 개념은 예로부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왔던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미술적인 개념으로도, 극학적인 개념으로도 말이다. 그러한 개념들을 글로 표했으니 문학적인 개념으로도 이는 적합하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달은 지구의 위성 중 하나로(지구에는 수 많은 위성이 있지만 그 중에서 달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위성으로는 볼 수 없어서 하나의 행성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달을 구성하고 있는 지층의 밀도, 및 함유성분은 지구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가 생성되었던 당시에 어떠한 원인으로 떨어져 나와 지구의 인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위성이 되었다[<--동시 탄생설] 본디 하나 였던 지구와 달이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달은 장외로 내던져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구의 Border line 을 맴돌고 있다. 그 결과 지구에는 바다가 가능했으며, 만유인력으로 인한 모든 만물이 지구상에서 번영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세포를 만든 에너지의 태양, 물리적인 환경을 가능하게 만든 인력의 달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구성된 것이다.

소설 속의 설정대로 진짜 "달" 이 사라졌다면 과학적으로 그 소설상 세계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소설 속만의 이야기니까 저러한 설정이 가능했을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장외에서 바둥거리는 주인공은 지구에 붙어있으므로 장외로 나가지는 않은 셈이 되지만, 스스로가 생각하는 생각의 편린을 가지고 자신을 장외로 내쫓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장외가 어울리는 소요를 찾아서 장외로 나가고 싶은 한 인간의 모순된 행동이 돋보이는 소설 장외인간..

당신도 같이 나가볼 텐가?

[이외수의 장외인간]


Comment ' 6

  • 작성자
    Lv.99 노란병아리
    작성일
    06.10.02 14:15
    No. 1

    호오 ^^ 보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악즉참
    작성일
    06.10.02 15:35
    No. 2

    강태공이 아니라 이태백 아닙니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6.10.02 15:57
    No. 3

    이외수님 작품...장외인간...말로만 듣고 아직 보지 못 했죠...후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일
    06.10.02 16:03
    No. 4

    수정하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Monophob..
    작성일
    06.10.02 18:55
    No. 5

    재밌게 보고 소장한 작품입니다. 낭만이 사라지고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의 부조리를 성토(?)하는 소설이랄까요.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일
    06.10.02 21:43
    No. 6

    그렇지요 아무래도 물질적인 주의.. (닭갈비집 내부의 갈등) 이나 초반부에 등장한 리니지게임 초딩과의 패럿 등 말이지요.. 달빛에 샤워를 하고 싶으시다는데 .. 요새 저런 말하면 돌맞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글이 써지지 않을때는 정말로 달과 술을 한 잔 기울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지요 .. 그 컨셉과는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2449 무협 신공절학 3권을 읽고 ,,, +6 Lv.1 텔레토빙 06.10.04 3,063 0
12448 인문도서 [논어] 호련(瑚璉) +3 Lv.1 한초희 06.10.04 7,288 0
12447 판타지 로스트 킹덤 3권 +13 Lv.24 마법시대 06.10.04 1,559 0
12446 무협 일인전승 리뷰해 달라고 해서 합니다. +11 Lv.33 원거 06.10.04 3,162 2
12445 판타지 더스크 워치 9권 (완결)을 봤습니다. +13 Lv.3 지존보 06.10.03 5,302 1
12444 무협 제목 : 일인전승(박신호:도편수, 산동악가등) +6 Lv.24 풍이풍 06.10.03 4,099 3
12443 무협 천잠비룡포 5권 감상(역시 미리니름) +8 Lv.6 검도천신마 06.10.03 1,923 0
12442 무협 천하대란을 읽고.. +3 Lv.1 창천운 06.10.03 1,610 0
12441 무협 비뢰도 21권 보고[미리니름잇음] +26 Lv.1 眞魂 06.10.03 3,027 0
12440 판타지 이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로스트킹덤 +2 NovelHolic 06.10.03 1,744 2
12439 판타지 아르제스 전기 1~2권 +14 Lv.3 한재혁 06.10.03 2,009 2
12438 인문도서 [논어] 부유해진 자공 편 +2 Lv.1 한초희 06.10.03 7,528 2
12437 무협 천잠비룡포..미리니름있음[경고] +15 Lv.68 검푸른광풍 06.10.02 2,380 0
12436 무협 천잠보의 +5 Lv.71 무적진가 06.10.02 2,197 0
12435 판타지 센티넬 +8 Lv.1 불패마왕 06.10.02 1,833 1
12434 인문도서 살인자의 건강법 +7 Lv.1 한초희 06.10.02 9,686 2
» 인문도서 장외로 던져진 인간 +6 Lv.1 한초희 06.10.02 7,623 3
12432 판타지 트렌드의 짜집기인가- 철혈의 군주 데칸 +18 Lv.33 원거 06.10.02 2,707 4
12431 무협 실망....일인전승 +29 Lv.33 원거 06.10.02 3,753 1
12430 무협 비리제일존 - 제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6 Lv.87 파룡 06.10.01 2,369 2
12429 판타지 강철의 열제 13권을 읽고 +4 Lv.1 호좁무사™ 06.10.01 1,921 0
12428 판타지 마스터 룩 +5 幻首 06.10.01 2,013 2
12427 무협 천잠비룡포5권... 떳습니다!!(미리니름대박..) +10 Lv.1 태수 06.10.01 2,952 0
12426 판타지 레드 스톰 - 연대기의 시작 +6 Lv.77 라비 06.10.01 5,411 4
12425 무협 절대비만 완결을 읽고. +17 Lv.6 dasom 06.10.01 3,852 2
12424 무협 [이도휘님의 신작 '도천무영道天無影'을 읽... +5 비도(飛刀) 06.10.01 2,691 2
12423 판타지 천마이계록을 일고 +10 Lv.3 존귀 06.10.01 2,199 2
12422 무협 적룡마제 5권을 읽고... +5 Lv.23 가상인 06.09.30 2,344 1
12421 판타지 에스트라의이방인을 읽고 +1 Lv.38 콜나고 06.09.30 1,263 1
12420 무협 한수오님의 아수라를 읽고 +10 Lucci 06.09.30 2,823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