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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
05.10.13 09:29
조회
1,593

아래 글은 아카데미란에 아룬시아님이 올리고 연재한담에 비평요청글을 띄웠던 글의 전문입니다.

본래 감상/추천란의 '비평요청'카테고리는 비평을 원하는 작가가 자신의 연재란을 제시하고 독자비평을 댓글로 시행하는 방식이라 이 글처럼 본문을 쓴 글은 감상/추천란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만, 아룬시아님의 정열이 보기 좋더군요. ^^

아직 '비평요청'카테고리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작가나 독자회원분들이 이 카테고리에 대해 잘 모르시고 있기 때문에 홍보도 할겸, 칼을 맞고 싶으시다는 아룬시아님의 소원도 들어들일겸 이리로 모셨습니다.

아카데미란의 존폐를 놓고 담당자인 다라나님이 오랫동안 숙고중이셨는데 이처럼 자발적으로 아카데미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출현하시다니. ^^ (아카데미란에 가면 몇 분 더 계시더군요.)

다라나님이 참 즐거우시겠습니다. 축하드려요.

아래 글처럼 본문의 비평을 원하시는 분들은 계속 아카데미란을 이용해주셔도 되겠습니다. 물론 담당자와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겠습니다만. (아마 반대안하실 듯...^^)

앞으로는 본문을 올리고 그에 대한 비평을 원하시는 글이 감추란에 올라오면 아카데미란으로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감추란 '비평요청' 카테고리는 자연란 이상 게시판을 갖고 있는 분들이 게시판을 제시한 후, 비평요청을 하는 방식이 되었으면 하구요.

긴 글이 되었습니다. 그럼 아룬시아님의 글을 보시도록 하시죠.

고무판 감추란의 첫 공식 '비평요청'글입니다.

- 무판돌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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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시아

- 프롤로그 -

아슈란 대륙에서 유일하게 왕국과 종족의 지배를 받지 않는 자유의 땅으로 알려진 에슬론은 상인들의 천국이며 모든 종족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폐쇄적이었던 아슈란 대륙의 많은 종족들과 왕국이 평화의 나날이 계속되자 서로의 문화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관심들이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에슬론 지역에 하나의 거대한 상업지역을 만들어 냈다.

에슬론 지역은 언제나 많은 종족들과 인간들로 북적였고 다양한 상점들이 저마다 진열해 놓은 많은 물건들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이 에슬론 지역 서쪽 외곽으로 조금 이동하면 낮은 동산의 위쪽으로 주변 나무들의 성장을 완전히 무시한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 아래에는 주변의 경관과 아주 잘 어울려 있는 아담한 집 한 채가 보였다.

이 집이 고문서 해독에 있어서 최고라고 알려진 엘라함 족의 여성 문 샤이엔이 사는 집이다.  

간혹 고문서 해독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서 나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조용했던 이 집이 몇 년 전 검은 머리의 평범하게 생긴 한 명의 남자가 상주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부터 자기 집처럼 들락거리는 덩치 큰 남자로 인해 그녀의 평온한 일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1장 : 의뢰 (1)

매서운 겨울바람이 물러가고 자연이 기지개를 펴는 따스한 봄날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이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상쾌한 아침이지만 오늘 샤이엔의 집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한 명의 여자가 앞에 보이는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서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흐음......역시 차는 리엔탈 대륙에서 만들어진 차가 좋아."

강인한 인상과 함께 굉장해 보이는 근육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감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커다란 손을 이쁘장하게 오므려 잔을 살짝 잡고 말하고 있는 에슈미르의 모습은 엽기 그 자체였다.

“에슈미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의뢰비를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그나마 남은 돈으로 밤새도록 술 마시고 난 다음 지금 이 꼴로 내 집에 기어 들어와서는 지금 나하고 차 품평회를 하자는 거야?”

샤이엔은 말을 하면서 점점 화가 나는지 이마에 핏줄이 올라오며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샤이엔, 지나친 흥분은 건강에 해롭거든 일단 진정 좀 해.”

“이게 진정 할 일이야? 아룬시아의 칭호를 받은 이 최고의 고문서 해석가가 너희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의뢰비를 몽땅 탕진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한다는 소리가 진정하라는 소리야?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샤이엔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에슈미르는 ‘그건 네가 의뢰비 받을 거 생각해서 미리 골동품 서적들을 왕창 구입해서 집이 넘어가게 생긴 거잖아!’라고 속으로 말했지만 자신도 지은 죄가 있어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홀짝였다.

“시끄럽군......”

조용히 소리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홀짝이고 있던 검은머리의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말하고 나서 다시 차를 음미했다.

“넌! 그냥 나가 죽어!”

샤이엔은 손가락으로 문을 가르치며 아이언에게 소리쳤다.

아이언은 샤이엔의 외침에 차를 마시기 위해 들어올리던 손을 잠깐 멈추고 고개를 살짝 들어 샤이엔과 눈을 맞췄다. 잠시 샤이엔과 아이언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아이언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에 입술 끝만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는 것이 모호한 느낌을 주었다.

“싫어......”

이 말과 함께 아이언의 입술 끝이 내려앉았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홀짝였다.

“으아아악~~~!”

샤이엔은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면서 샤이엔은 유명한 격언 중에 하나인 ‘살인만은 면하자! 살인만은 면하자!’를 수없이 마음속으로 반복한 끝에 그나마 진정시키고 에슈미르를 향해 떨리는 손가락을 힘겹게 들어올려 가리키며 아이언에게 윽박질르듯  말했다.

“저놈이 사고지치 못하게 하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넌 뭐했어?”

아이언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샤이엔이 저놈으로 지칭한 에슈미르를 슬쩍 보고는 고저가 없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 도박이란거 말이야..... 재미있더군......”

“와하하하! 이 녀석 워낙 표정이 없어서 몰랐는데 도박의 짜릿함을 느꼈나 보지?”

“역시, 겪어봐야 안다니깐.”    

에슈미르가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홀짝이는 아이언을 보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샤이엔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어지러운 듯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반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으드득, 저것들을 오늘 자연의 품으로 보내버리지 않으면 내가 엘라함 족이 아니다!”

이빨을 갈며 샤이엔이 천천히 일어나며 허리에 촘촘하게 꼿혀있는 화살촉으로 보기에는 조금 길고 넓은 형태의 날카로운 금속체들 중 두개를 양손에 쥐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에슈미르와 아이언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놨고 약간은 긴장된 눈빛을 했지만 여전히 에슈미르의 표정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아이언은 무표정했다.

“쿵! 쿵!”

샤이엔이 날카로운 물체를 던지기 위해 어깨 근육이 꿈틀거리는 순간 이 험악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문에 연결된 문고리를 이용하여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너무나 정확한 순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샤이엔은 기운이 빠져버렸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쥔 두 개의 금속체를 다시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허리춤에 금속체를 다시 넣은 샤이엔은 그들에게 지독한 눈빛을 던진 후 문을 향해 몸을 돌려 걸어갔다.

“후우, 이번엔 위험했어.”

에슈미르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녀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했고 아이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에 그들도 상당히 긴장했는지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옷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덜컹!”

샤이엔이 문을 열자 문 앞에는 고급스런 검은 색 옷을 입고 있는 금발의 예쁘장하게 생긴 16-18세 사이로 보이는 소녀가 보였다.

“대륙 최고의 고문서 해독가로 명성이 자자한 샤이엔님이신가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자신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 소녀를 보며 샤이엔은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그녀는 칭찬에 무척이나 약했다.  

“호호호, 맞아요, 제가 그 샤이엔이죠.”

“역시, 대륙 최고의 고문서 해독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하더니 소문이 틀리지 않군요. 저는 파레 세리아라고 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그녀 앞에서는 이렇게 말 하지만 그녀가 없는 곳에서는 ‘돈독 오른 고문서 해독가’로 불리고 있었다. 그나마 속이 뒤집힐 정도로 칭찬을 해야 고문서 해독 의뢰비를 깎아준다는 소문 때문에 세리아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칭찬을 다 하고 있었다.

‘쳇! 겉만 아름다우면 뭘 해? 속은 153살이나 먹은 할망구구만.’

에슈미르는 차마 말로 하지는 못하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엘라함 족은 평균 수명이 200년 정도 되었고 180년 정도가 되면 급격하게 늙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샤이엔이 대륙 최고의 고문서 해독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 자체가 인간의 수명으로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언어학을 공부하고 나온 천재 중에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타고난 노력도 있었겠지만 엘라함 족이기 때문에 저 외모에 고문서 해독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달고 온 꼬리들은 잘라야 할 꼬리인가 아니면 두어야 할 꼬리인가?”

아이언의 말에 세리아는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표정을 정리하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인데 불편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

아이언은 세리아의 사과의 말을 듣고도 무표정한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가 차가 없는 것을 알고는 한잔 더 마시기 위해서 차를 따르기 위해서 주전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퍽!"

"어디서 의뢰하러 온 하늘같은 손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떠들어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따르고 있던 아이언의 뒤통수로 두루마리 종이뭉치가 부딪쳤다.  소리가 큰 것을 보니 꽤 아플것 같은데 아무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여전히 물을 따랐다.

“호호,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저 인간이 과거에 세리아양을 보호하고 온 사람들과 비슷한 일을 해서 좀 민감하거든요. 그 외에는 장식용 석상이다 생각하면 됩니다. 호호호!”

샤이엔의 말을 듣고 세리아가 다시 아이언을 보자 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찻잔을 들고 다시 덩치 큰 남자의 옆에 앉아서 차를 홀짝였다.

과연이라는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는 세리아의 모습에 샤이엔은 세리아를 소파로 안내했고 그녀에게 차를 한 잔 주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샤이엔도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세리아가 또 한번 차를 마시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 샤이엔이 물었고 세리아는 두 명의 남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머뭇거렸다.

“아, 이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샤이엔의 말에 세리아는 안심한 표정을 짓고는 자신이 샤이엔을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저의 주인으로 계시는 분이 우연히 석판 하나를 입수하게 되었는데 이상한 도형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다른 고문서 해독가에게 확인해 본 결과 1차 인족전쟁 이전의 그림문자인 것만 확인했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분이 해독이 가능한 해독가로 한 명을 추천하셨는데 그게 바로......”

세리아는 말을 줄였지만 나머지는 안들어도 알 수 있었다. 1차 인족전쟁 이전의 그림문자는 세리아의 전문 해독분야 중에 하나였다.

그림문자 하나에도 워낙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문자라도 10명의 고문서 해독가에게 맡기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난해한 문자 중에 하나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대 언어 중에 하나가 그림문자였다.      

“그럼 탁본은 가져 오셨나요?”

샤이엔의 물음에 세리아가 가만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게......저의 주인님이 꼭 오셔서 해독하셨으면 하셔서......”

세리아는 고문서 해독가인 샤이엔이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출장업무는 안한다고 5년 전에 선언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곤란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았다.

“란시르 공작인가......당신의 주인이란 사람......”

아이언이 차를 마시면서 마치 독백처럼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세리아의 눈을 바라봤다.  

세리아는 잠깐 얼굴에 변화가 있었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오히려 무슨 쌩뚱맞은 소리를 하냐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묻고 싶은데요?”

세리아와 아이언의 갑작스런 대화에 나머지 사람들은 정신없이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기에 바빴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은 종종 실수를 만들기도 하지 꼬마 아가씨가 신고 있는 양말의 발목에 작게 수놓은 란시르 가문의 문장처럼 말이야....”

세리아의 실수이기 보다는 아이언의 상상을 초월하는 눈썰미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검은색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크기 또한 매우 작아서 가까이에서도 확인하기 어렵게 작게 수놓은 란시르 가문의 문장을 세리아가 소파에 앉기까지의 몇 걸음 동안에 발견해 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세리아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들켜버렸네요.”

세리아가 순순히 시인하자 샤이엔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오~, 란시르 공작가라 딱 걸렸어! 감히 날 속이려 들어?’

샤이엔은 문득 작년 겨울 들리던 모종의 소문을 생각해 냈다.

“세리아님, 이 에슬론 지역은 대륙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정보가 들어온답니다. 상인들의 정보란 어느 정보보다 정확하고도 빠르거든요.”

잠시 말을 멈추고 세리아의 굳어가는 얼굴 반응을 보며 샤이엔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란시르 공작가에 비밀리에 유적발굴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소문 작년 겨울에 잠깐 들렸었는데 그렇다면 석판의 그림문자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이 해석되었을 걸로 생각되는군요.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요?”

샤이엔의 말이 끝났을 때 세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져 있었다.

“후~! 알았어요! 알았어! 다 말하죠.”  

세리아는 마음의 결정을 마쳤는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이 전설을 기억하세요?”

“온통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인족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드니 지팡이의 끝에서 엄청난 빛이 떠오르네. 그는 지팡이로 해를 끄집어내고 번개를 마음대로 부리니 모든 종족이 두려워했네.”

“빛과 번개의 마법사 간돌프의 전설이군요.”

세리아의 말에 샤이엔은 1차 인족전쟁 타 종족에게 강력한 마법을 행했던 위대한 마법사 칸돌프의 전설을 생각해 냈고 세리아의 이어지는 말이 아이언과 세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자리에 일어나게 만들었다.

“작년, 석판의 발견으로 인해 빛과 번개의 마법사 간돌프의 전설은 사실이 됬어요......”

세리아의 말에 너무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났던 샤이엔과 에슈미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무안했는지 서둘러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다스렸다.

세리아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승리의 미소를 살며시 지었다가 아이언의 담담한 표정에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언님은 놀라지도 않는군요.”

“장식용 석상이라고 생각하라니까요. 역사나 유적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니까 특별히 기대하지 마세요.”

샤이엔이 이런 종류의 일로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표시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말했다.

세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직도 차를 홀짝거리고 있는 아이언에게 슬쩍 눈길을 줬다가 샤이엔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샤이엔님의 말처럼 비밀리에 50명 정도의 인원을 모집하여 그나마 해석된 부분 중에 중요한 단서로 보이는 지역으로 추정되는 아스라즈 산맥 남동쪽 끝자락으로 탐사대가 이동했는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잠시 숨을 돌린 세리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뢰를 맡기려 이곳으로 달려오던중 어제 란시르 공작가에서 보낸 전서구를 통해 탐사대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알려왔어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탐사대가 사라진 지점에서 빠르게 걸어도 십일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심연의 계곡에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었어요.”

“하필이면 심연의 계곡이라니......”

세리아의 표정은 말하는 내내 혼란, 의문, 답답함 등의 수많은 종류의 표정들을 다채롭게 보여줬고 듣고 있던 샤이엔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들어도 황당하네......아스라즈 산맥에서 50명이 증발했다가 그나마 흔적이 발견된 곳이 심연의 계곡?”

에슈미르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심연의 계곡은 아슈란 대륙의 사람들이 포기한 지역들 중에 하나였다. 습기가 많은 울창한 나무들과 독초 그리고 수많은 괴물들로 인해 포기한 지역이었다.

에슈미르도 호기심에 한번 부르 산맥을 통해서 들어가려고 했으나 얼마 진입하지 못하고 수많은 괴물들에게 쫓기다 나와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솔직히 이런 부분들은 란시르 영지에 들어가서 자세히 설명 드릴려고 했는데......”

세리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뒷말을 줄였다.

“그럼 대충 의뢰 내용이 이렇겠군요.”

“석판에 있는 고문자 해석과 더불어 심연의 계곡에서 흔적이 발견된 50명에 대한 조사, 간돌프의 유적발굴이 이외에도 더 있나요?”

샤이엔이 이렇게 말하자 세리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50명 중에 생존자가 있다면 구출해 오는 것이 추가가 되겠네요.”

샤이엔은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종이와 펜을 들어 쓰기 시작했다. 몇 번을 쓰고 버리기를 하다가 펜을 멈추고 만족한 표정으로 종이 한 장을 세리아에게 내밀었다.

“뭐죠?”

세리아가 궁금해 하자 샤이엔이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고문서 해독비[출장수당 포함]             : 5000골드

탐사대 50명에 대한 사전 조사비용        :  800골드

심연의 계곡 위험수당                         : 2000골드

소모성 물품 및 개인 장비 사용료          : 3500골드

사기 진작을 위한 문화생활비 및 유흥비 :  500골드

기타 잡비 [이동비 및 여비, 식비]         : 1000골드

총계 : 12800골드

* 탐사대 구출비 두당 1000골드로 하며 기타 추가 비용은 매달 일괄 청구하겠음.

쩌~~저~~쩍~~!

세리아는 엄청난 가격의 의뢰비에 석상이 되었다가 산산히 부서져갔다.

‘란시르 공작가의 반년 치 예산을 몽땅 내놓으라는 소리냐? 이 망할 할망구야!!!!’

세리아는 란시르 공작가에서 왜 자신을 여기로 보냈는가에 대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주된 담당업무는 회계였다. 그녀가 란시르 공작가의 회계를 담당한 2년 동안 공작가의 재무는 매우 튼튼해 졌는데 물품을 대는 상인들과의 협상에서 최고의 재능을 보였다.

오죽했으면 상인들이 아예 공작가에서 지급하는 급료의 2배를 주겠으니 오라고 할 정도였다.

“3000천 골드!!!”

찌~익! 찌~익!  

세리아는 샤이엔이 들고 있던 종이를 뺏어서 찢어버리며 말했다.

‘어린 것이 해보자는 거야!’

‘네, 한번 해 보자구요!’

파바박~!

어린 소녀와 속은 할망구인 두 여자는 눈으로 대화하며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1골드면 공작가 기사 한명의 봉급에 부대비용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비용이에요. 그런데 12800골드라니 이번 의뢰를 끝으로 은퇴하실 생각이세요?”

“그건 세리아님이 모르셔서 하는 소리죠. 일단 심연의 계곡의 위험성은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란시르 영지의 기사단이 어느 정도 보호해 주겠지만 그래도 생명은 하나뿐이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 싫다면 저 두 명이 저를 보호하며 함께 가야합니다.”

샤이엔이 두 명의 싸움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는 에슈미르와 여전히 표정없는 아이언을 보고 말했다.

‘누가 같이 간다는 소리야! 절대 못가!!!!’

에슈미르는 눈으로 이렇게 말했지만 샤이엔은 강렬한 눈빛을 날려서 조용히 묵살시켜 버렸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 중에 고가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런 장비는 수리비도 아~주 비싸죠. 거기다 다치거나 하면 빠른 의뢰 수행을 위해서 무지무지 비싼 약을 사용해서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도 무척 심하죠. 일에 대한 두려움과 명성에 대한 압박감 등등으로 인해 휴식을 취할 때는 최대한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쉬어야만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죠. 마지막으로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것이 부실해서는 사기저하로 인해 의뢰 수행에 지장이 아~주 많아요.”

“거기다가 만약 탐사대 중에 만약 생존자가 존재하고 구출하려면 그들의 심각한 부상에 대비한 최고의 약을 준비해야 하고 각종 응급조치에 식량에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모두 감수해야 함으로 이 정도의 금액도 부족할 지도 몰라요.”

샤이엔은 요목조목 당당하게 설명했다.

“심연의 계곡은 란시르 공작가에 존재하는 기사단 중에 최고라고 말하는 어둠의 기사단이 각종 위험에 대비하여 여러분을 보호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저희 영지는 언제라도 대륙 최고의 장인이라고 부르는 부르 족의 장인들을 모실 수 있으니 장비 수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또한 각종 소모성 약품 중에 란시르 공작가가 생산하는 포션보다 더 좋은 약품이 있느냐고 묻고 싶구요. 어둠의 기사단이 포션을 가지고 심연의 계곡으로 함께 진입함으로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리고 3000 골드라면 지금까지 샤이엔님이 받은 의뢰비 중에 가장 고가인 의뢰가 될 것이며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리아는 샤이엔이 지적했던 사항들을 모조리 반박하며 의뢰비를 왕창 후려치고 있었다.

‘그래? 너 좀 한다 이거지?’

‘네, 저 이걸로 공작가에서 인정 받았구요. 제가 재무에 관여하는 동안에는 절대 영지를 거지로 만들 수 없어요!’

또 한번 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둘 사이에서 꿈틀거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슈미르와 아이언은 조용히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래도 저 두 사람 같은 계열 인 것 같아......”

에슈미르는 치가 떨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다가 신선한 공기를 폐에 가득 담으며 말했고 아이언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벌써 정오가 넘어가는데 그녀들은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아직도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4300골드!”

“7700골드!”

.

.

.

창문 아래쪽에서는 아이언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에슈미르는 지친 표정으로 여전히 열심히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그만 좀 하지......이젠 지켜보는 것도 지겹네......’

에슈미르는 하품을 하고 심드렁하게 지켜봤다.

“배고파......”

쭈그리고 앉아있던 아이언이 독백처럼 말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에슈미르는 문득 에슬론 거리에서 동냥하던 거지의 모습과 아이언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처량하게 보이는지 무심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을 찾고 있는 자신에게 화들짝 놀라고는 다시 시선을 안으로 돌렸다.

“독한 것들......”

창문에서 바라본 그녀들의 모습은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마지막 제안이에요. 4500골드에 라므르 왕실에만 납품하는 란시르 공작가 특제 포션 2박스 더 이상의 양보는 없어요.”

세리아는 이 말을 마치고 침묵했고 샤이엔의 대답만 기다렸다.

샤이엔의 입장에서 란시르 공작가 특제 포션 2박스라면 그리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란시르 공작가의 포션만큼 좋은 효과를 내는 약품은 드물었다.

그중에서도 왕실에 납품되는 포션은 그 효과가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었고 생산량이 아주 적어서 목숨을 담도로 하는 용병들 사이에서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우 귀한 약이었다.

“흐음, 좋아요. 조금 밑지는 것 같지만 저도 그 정도 선에서 양보하죠.”

이것으로 그 둘의 협상은 끝났다.

‘지독한 것!’

‘돈에 환장한 할망구!’

협상이 마무리 된 것을 안도하는 듯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은 서로에 대한 평을 이렇게 하고 있었다.

에슈미르는 창문을 통해 그녀들의 협상이 마무리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질렸다는 표정을 했다.

‘역시,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에슈미르는 아이언을 보며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에슈미르와 아이언이 늦은 점심을 천천히 마치고 샤이엔의 집으로 들어가자 그 둘은 식탁에서 빵과 우유를 마시며 계약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그들이 계약서에 서로의 직인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 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난 후였다.

그날 저녁 세리아는 자신과 함께온 보호자들과 함께 어둠을 틈타  란시르 공작가로 갔고 샤이엔 일행은 다음날 아침 출발했다.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다. 그의 뒤로 수많은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아침 햇살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지 커튼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많은 빛을 차단하지 않는지 그 남자가 일을 하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 같다.  

“여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인 사내가 책상 앞에 서서 말했다.

“흐음~,드디어 시작인가?”

열심히 일하고 있던 남자는 부산하게 펜을 놀리던 손을 멈추고 기지개를 펴서 말했다.

40대 남자는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대단한 야심가, 모두 얻거나 모두 잃거나......'

2장 : 돌입

샤이엔 일행이 에슬론에서 북서쪽으로 보름정도 이동하자 그들이 원하던 란시르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덕위로 보이는 견고하게 보이는 란시르 성은 부유한 영지의 사정을 말해주 듯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영지에 들어가자 세리아가 샤이엔 일행을 맞이했고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된 방에서 각자의 짐을 풀었다. 짐을 모두 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인들이 들어와서 접견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한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화려한 레이스에 보석 장신구들로 치장한 옷에서 얼굴로 시선이 넘어가자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누군가의 얼굴과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세리아?”

샤이엔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던 좀 전의 세리아가 맞는지 물었다. 샤이엔의 물음에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는 세리아 일행에게 한 명의 사내가 뒤로 호위기사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타났는데 40대 후반의 강인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화려한 금발의 남자였다.

가슴에 보이는 선명한 란시르 가문의 문장이 그가 누구인지 추측이 가능하게 하였다.

“나 란시르 오르사르 공작이 그대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바이오.”

“전 고문서 해독가인 문 샤이엔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와 일행인 카샨 에슈미르, 루 아이언입니다.”

샤이엔은 예를 표하며 자신의 일행을 소개했고 에슈미르와 아이언도 예를 표했다. 소개가 끝나자 란시르 공작은 자리에 앉았고  란시르 공작의 앞쪽에 배치되어 있는 의자에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란시르 공작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웃음을 터뜨리며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허허! 나의 딸에게 들었던 설명 그대로이구려. 오면서 영지를 본 소감이 어떻던가?”

란시르 공작은 자신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세리아에게 눈길을 잠시 주고 샤이엔에게 물었다.

“몇 안돼는 부유한 영지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생각 이상이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의뢰비를 더 받을 껄 그랬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군요.”

“허~! 타 영지에 비해 나의 영지가 부유한 편이긴 하나 그 정도로 만족해 주었으면 하오. 영지의 모든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나의 딸이 지금 의뢰 금액으로 인해 구멍 난 살림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안쓰럽다오.”

란시르 공작이 무척이나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마쳤고 세리아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호흡이 아주 척척 맞네. 누가 그 아버지에 그 딸 아니랄까봐......’

샤이엔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 확인해 봤으면 합니다.”

샤이엔은 표정을 지우고 란시르 공작에게 말했고 란시르 공작은 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기사 한명이 튼튼하게 제작된 상자를 들고 들어왔고 그것을 샤이엔의 앞에 놓았다.

란시르 공작은 비밀을 알고있는 인사를 제외하고 모두 내보냈다.

샤이엔은 란시르 공작과 세리아가 준 열쇠를 각각의 구멍에 넣고 돌려서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하나의 석판이 있었는데 상당히 많은 양의 그림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샤이엔은 석판을 꼼꼼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하고 샤이엔의 모습만 주시했다. 샤이엔이 충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확인을 마친 샤이엔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틀림없이 1차 인족전쟁 이전에 제작된 석판이 분명합니다. 그림문자를 확인해본 결과 빛과 번개의 마법사 간돌프의 내용이 틀림없이 맞습니다.”

샤이엔이 다시 한번 석판을 확인해 주자. 란시르 영지 사람들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1차 인족전쟁 이전의 유물들은 가끔 발견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재의 문명이나 기술보다 현저히 떨어져서 가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간돌프의 유물은 전혀 달랐다. 구전 되어온 전설에 따르면 자신의 종족 뿐 아니라 타 종족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어둠의 아카론 족을 물리친 위대한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용을 모두 해석한 것인가?”

란시르 공작의 흥분된 물음에 샤이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림문자는 아시다시피 그림 하나에도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 의미를 풀어가며 해석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십일은 걸립니다.”

“흠, 더 빨리는 힘들겠는가? 사실 탐사대의 실종으로 더 이상 비밀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오. 이 사실이 타 왕국에 알려지면 자칫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소.”

란시르 공작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 란시르 공작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일반적인 유물 탐사라면 공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면 보고 없이도 할 수 있었지만 간돌프의 유적이라면 국가적 차원에서 발굴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잘못하면 간돌프의 유물을 통해 반역을 꾸미고 있었다고 모함을 해도 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정도로 간돌프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상황은 영지의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샤이엔은 말을 마치고 상자를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럼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내 딸과 상의하도록 하고 최대한 해석에 힘써주기 바라오.”

란시르 공작은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문을 나섰고 딸을 제외한 중요한 영지사람들이 공작을 뒤따라 문을 나섰다.

“놀라셨나요?”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세리아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충 짐작은 갔지만 설마 했지요. 영애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샤이엔의 물음에 세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훗!, 호칭이야 크게 중요한 게 아니죠. 그나저나 필요한 거나 궁금한 것 있으신가요?"

"아~, 물론 저의 경우는 어쩌다 보니 영지의 살림을 맡게 되었고 다행히도 적성에 맞아서 겸하고 있으니 속였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당연한 일이겠죠. 묻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옹졸하지는 않답니다. 그리고 석판에 대해 다른 해석가의 해석서가 있으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거든요.”  

“이미 준비해 뒀어요. 다른 건?”

“당장은 없군요.”

샤이엔은 뭔가 생각났는지 이렇게 말했다.  

“아~, 의뢰비는 선불이에요.”

“보통 의뢰를 마치고 받는 것이 아닌가요?”

세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통 이런 일을 할 경우 계약금 일부만 지불하고 나서 의뢰를 마치고 난 다음 나머지를 지불하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였다.

“보통의 경우는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 관계로......”

‘너 같으면 란시르 공작가가 잘못하면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꼴랑 500골드 받고 하겠니?’

샤이엔이 말을 마치고 간사한 미소를 떠올렸다.

‘쳇! 돈에 환장한 할망구 아니랄까봐......’

세리아는 속마음과는 달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4000골드를 대륙에서 가장 튼튼한 거래처인 골드 상회에 맡기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계약서를 가져다 드리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더 필요한 사항이 없으면 저도 이만 가보도록 하죠.”

세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을 나섰다. 세리아가 문을 나서자 에슈미르는 샤이엔에게 조용히 말했다.

“왠지 냄새가 나지 않아?”

에슈미르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샤이엔에게 말했지만 샤이엔의 표정은 확실하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행복감에 환한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

“냄새 좀 나면 어때? 돈만 확실히 챙기면 되지.”

‘으이구, 이 돈에 환장한 할망구야!’

에슈미르는 인상을 구겼다.

“다들 푹 쉬라구. 내가 이 석판을 모두 해석하는 날 부터 무척 바쁠 것 같으니깐 말이야.”

샤이엔은 작지 않은 상자를 한손으로 들고는 방을 나갔다. 에슈미르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면서 뒷머리를 글적이며 아이언과 함께 마지막으로 방을 나섰다.

모두가 나가자 방은 처음의 모습 그대로를 되찾았다.

*********************

샤이엔 일행이 도착한 지 오일이 지난 아침, 샤이엔은 여전히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있고 에슈미르는 영지에 도착한 그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란시르 성내에 거주하는 하녀들에게 추파를 던지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었고 아이언은 방 침대에 앉아서 자신의 검을 아주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물결무니가 선명한 검신은 장식용 검보다도 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지만 장식용이 아니라고 말하듯 검신을 하얀 천으로 닦을 때 마다 햇빛에 반사되는 검 날은 시퍼런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참동안 입김이 닿을까 하얀 천을 입에 물고 의식을 치르듯 정성스럽게 만지던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검집에 검이 들어가자 아이언의 표정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에슈미르가 들어왔다.

“다 끝났냐?”

“......”

대답없는 아이언의 모습에서 에슈미르는 아이언의 독특한 아침이 끝난 것을 느꼈다.

“너도 참 독특한 놈이야. 난 그렇게 하래도 못하겠다.”

에슈미르는 샤이엔의 집에서 아이언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언이 아침에 독특하게 검을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 놀리듯이 물었다가 목이 달아날 뻔 했었다.

그 이후로 아침이면 자신이 아예 방을 나가버리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에슈미르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하~~암~~! 샤이엔은 아직도 방이야?”

“.....”

에슈미르의 물음에 아이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덜컹!”

그때 방문이 열리며 샤이엔이 들어왔다. 머리는 얼마나 안감았는지 지 멋대로 하늘로 뻗쳐있고 눈은 시뻘건 것이 완전히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제발 일 끝내고 나면 좀 씻고 나오지?”

에슈미르는 샤이엔의 모습에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샤이엔이 일할 때 보이는 버릇이었는데 일하는 동안은 집중해야 한다고 해독이 끝날 때 까지 전혀 씻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그 입 다물고 이거나 봐! 급행으로 해독하느라고 지금 무지 힘들거든?”

샤이엔이 내민 종이를 에슈미르가 살펴봤다. 아이언은 도통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뭐냐? 네가 해석한 내용으로 보면 결국 심연의 계곡이 아스라즈 산맥보다 간돌프 유적의 위치로 볼 수 있다는 말이네?”

“그럼 대충 요약하면 탐사대도 탁본을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높으니 가는 도중 해석이 되서 다시 방향을 심연의 계곡으로 바꿨다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사라졌다고 보면 되는데 남은 문제는 어떻게 500명이나 되는 인원이 순식간에 아스라즈 산맥에서 흔적이 사라졌느냐 하는 거군.”

에슈미르가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샤이엔이 시뻘건 눈으로 에슈미르를 보며 말했다.

“너 내 해독서를 재대로 보기나 한거냐? 보면 아스라즈 산맥에 있는 동굴을 통해 심연의 계곡으로 갔다는 문구가 있잖아!”

“나도 그 문구를 봤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1차 인족전쟁이 일어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거기다가 아스라즈 산맥은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는 산맥이라 그간 많은 동굴이 발견 되었고 미 발견된 미지의 동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내가 문서 좀 끊어서 읽지 말라고 그랬지? ‘동굴의 중간부분을 막았다’라는 문구는 왜 안 읽었어?”

“엥? 그런 문구도 있었어?”

“휴~~! 너랑 무슨 말을 하겠어......일단 지금 내가 너무 피곤하니까 좀 쉬고 조금 있다가 다시 정리하자.”

샤이엔은 말을 마치고 정신이 없는지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다. 에슈미르는 샤이엔이 나가고 나자 심각하게 다시 해독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점점 더 위험한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은데......’

에슈미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후 늦게 일어난 샤이엔은 샤워를 하고나자 조금 사람이 되었고 해석이 다 되었다고 세리아에게 알리며 해독서를 넘겼고 그날 저녁 란시르 공작과 세리아 그리고 샤이엔 일행이 다시 방에 모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란시르 공작이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일단 동굴의 조사와 심연의 계곡에 대한 조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군......”

“저와 아이언이 심연의 계곡을 조사하고 에슈미르가 동굴을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슈미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싫다는 표정을 했지만 언제나 그랬지만 샤이엔은 무시해 버렸고 란시르 공작은 결정을 내렸는지 샤이엔을 보며 말했다.

“심연의 계곡 입구에는 몬스터의 습격을 막기 위해 기사단이 이미 주둔하고 있으니 그곳에서 합류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동굴 쪽은 어떤 위험이 존재하는지 모르니 어둠의 기사단과 함께 움직이면 되겠군.”

란시르 공작의 말에 긍정의 표현으로 샤이엔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래, 언제 출발할 생각인가?”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샤이엔의 말에 란시르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을 대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들어가겠네. 우리 기사단이 준비할 사항에 대해서는 세리아와 상의하도록 하게.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해독을 마쳐주어서 무척 고맙게 생각하네.”

란시르 공작이 샤이엔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럼, 성공 보수라도......”

“란시르 영지는 계약서를 아주 중요시 한다네. 그럼 이만!”

샤이엔이 돈을 더 달라고 하자 란시르 공작은 바로 얼굴색을 바꾸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인색한 너구리 중년!’

샤이엔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란시르 공작의 뒷모습을 째려봤다.

샤이엔은 세리아와 세부적인 준비사항을 점검했고 절대로 동굴로는 갈수 없다고 버티는 에슈미르를 그동안 부채 탕감을 조건으로 기사단과 함께 동굴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에슈미르는 기사단과 함께 아스라즈 산맥으로, 자신은 아이언과 함께 심연의 계곡으로 가기 위해 동시에 성문을 빠져나갔다.

성의 첨탑에서는 란시르 공작과 세리아가 말없이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지켜봤다.

************

넓은 책상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앉아서 열심히 서류를 읽고 있다. 책상 양 옆으로는 아직도 읽지 않은 서류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고 그의 뒤쪽 거대한 책장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덜컹!"

"란시르 공작가에서 그들이 드디어 움직였답니다! 두 명은 심연의 계곡 방향으로 이동하고 어둠의 기사단은 아스라즈 산맥으로 이동중이라고 합니다!”

그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뚱뚱한 중년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책상 앞으로 달려가서 노인에게 말했다. 뚱뚱한 중년 남자가 호들갑스럽게 말했지만 노인은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서류를 끝까지 읽었다.

뚱뚱한 중년남자의 숨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 때 서류를 모두 읽었는지 노인은 서류를 조심스럽게 말고 일어나더니 자신의 뒤쪽 책장에 넣었다. 이 모든 행동을 마치고 난 다음 요란을 떨었던 그 중년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 체스의 법칙을 아는가?”

“......”

뚱뚱한 중년남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저 노인이 저렇게 뜬금없이 말을 꺼낼 때면 항상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었다.

“체스란 말이야. 아주 재미있지 수많은 말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고 승리를 위해 서로를 죽인다네. 상대편은 오직 적이지만 자신들이 왜 죽고 죽여야 하는지 모르지. 그리고 다시 다음 판이 시작되면 새롭게 살아나서 다시 서로를 죽이지.”

“그게 무슨......”

뚱뚱한 중년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노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쉽게 말하자면 판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이유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말이고 판을 멈추려면 체스를 두는 사람을 잡아야 끝난다는 뜻이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체스를 하기위해 판을 펼쳤다는 뜻인가요?”

중년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샤이엔 일행이 란시르 공작가로 이동할 때 노인이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정보조직을 가동했었고 지금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조금 덩치가 큰 유적 탐사일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지만 노인의 판단은 달랐다.    

“흐음, 이번에는 좀 많은 인물들이 판을 벌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구먼 한수 한수가 아주 조심스럽거든......”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더 의심이 들어......”

노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이것이 중년남자가 40년 동안 이 노인을 보아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언제나 정확했고 작은 정보도 가볍게 흘리는 법이 없었다. 그런 작은 정보들을 조합하여 정확한 핵심을 찾아냈기에 오늘날 이렇게 있을 수 있었다.

뚱뚱한 중년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노인은 한 손으로 책상을 끝부분을 붙잡고 하얀 수염을 만졌고 이것은 그가 깊이 생각할 때 하는 버릇이었다.  

***********************

에슈미르는 어둠의 기사단과 함께 저 멀리 보이는 아스라즈 산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둠의 기사단은 크루거 단장을 선두로 하여 대형을 유지하며 이동하고 있었고 이동 중에는 일체의 대화가 없었다. 그나마 식사 중에 말을 붙이려고 해도 짧은 단답형의 대답이 끝이고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이런 상태를 이틀이나 지속하니 에슈미르는 미칠 지경이었다.

‘쳇! 재미없는 놈들. 이래서 내가 안 갈려고 했는데......이놈들하고 아이언이 같이 가면 볼만했겠군.’

에슈미르도 분위기에 질려서 아무소리 못하고 그냥 묵묵히 따라갈 뿐이었다.

삼일 째 오전이 되자 드디어 아스라즈 산맥의 남서쪽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규모 야영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 말을 멈춘 크루거 단장은 정지 수신호를 보내고서 에슈미르에게 말했다.

“이곳이 탐사대의 마지막 흔적이 있는 곳이오.”

에슈미르는 말에서 내려 주변을 세밀하게 살폈다. 한 참을 살펴봤지만 야영의 흔적 이외의 단서를 포착할 수 없었다.

“의심할 만한 사항이 아무것도 없군요. 일단은 근처의 동굴을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크루거 단장에게 말을 마친 에슈미르는 지도를 꺼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굴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아주 작은 동굴이 표시되어 있었고 에슈미르는 나침반을 이용하여 북쪽방향의 숲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가는 에슈미르의 모습을 보며 크루거 단장은 기사단에 휴식을 지시했다.        

오후가 되자 북쪽 숲에서 에슈미르가 다시 나타났다.

“역시 아무런 흔적도 없군요.”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샤이엔의 해독서를 좀 살펴보고 돌굴에 대한 단서가 없다면 가까운 동굴로 무작정 들어가 봐야겠죠.”

“우리 기사단의 예산까지 들어먹은 주제에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닌가?”

‘그럼 이렇게 우중충한 분위기가 그거 때문이었어?’

에슈미르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크루거 단장과 기사단은 그와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이나 화가나 있었다. 출발하기 이틀 전 재무를 맡고 있는 세리아 영애로부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지불금액이 너무 커서 올해 기사단 예산을 줄여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기사단 장비교체 시기가 한해 미루어졌으니 어둠의 기사단의 눈에 에슈미르가 곱게 보일 까닭이 없었다.

‘젠장, 이게 내 잘못이냐고! 다 그 돈에 환장한 할망구 때문이지!‘

에슈미르는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더 조사해 보고 말씀드리도록 하죠.”

“받은 만큼 하기를 기대하겠네.”

크루거 단장은 말을 마치고 바로 나무에 몸을 기댔다.

에슈미르는 머리를 끌쩍이며 멀리 떨어진 커다란 바위위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앉아 샤이엔의 해독서를 천천히 읽었다.

‘사방이 숲이고 거대한 바위가 앞으로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굽어보고 있는 곳에서 태양이 만들어낸 어둠이 승리의 길로 인도하리니? 틀림없이 내용으로 보면 아스라즈 산맥의 이 지점을 말하는 것이 맞는데.....’

아슈란 대륙에서 이 구절에 맞는 지형이 존재하는 곳은 이 지점 말고는 없다는 것은 이미 샤이엔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구절에 대해서는 샤이엔도 가서 알아보라고 했었다.  

‘흠, 태양이 만들어낸 어둠이 승리의 길로 인도하리니? 날 보고 어쩌라고?’

에슈미르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인상을 썼다.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던 에슈미르는 문득 저 멀리 초원을 향해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에휴~! 밥이나 먹자!’  

고민을 관두고 일단 저녁을 먹기로 마음을 굳힌 에슈미르는 걸터앉은 바위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때 문득 길게 늘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높이 솟아있는 바위를 한번 쳐다봤다.

몇 번을 그렇게 자신의 그림자와 바위를 쳐다보던 에슈미르는 거대한 바위가 길게 만들어낸 그림자의 끝부분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쳇! 아닌가?’

투덜거리며 다시 허탈한 표정으로 바위 근처로 가서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에슈미르는 높이 솟아있는 바위 근처의 돌과 바위들은 풍화작용에 의해 동글동글한 돌들이 많았는데 태양이 비치지 않는 뒤쪽의 그다지 크지 않은 바위 몇 개가 조금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색이 약간 틀리고 거친 느낌이 있는 바위들이었다. 워낙 힘이 좋은 에슈미르라 과감히 바위 하나를 치웠다.

“흐압~!”

기합과 함께 상당한 무게의 바위를 치워버리자 옆으로 작은 구멍이 보였다. 아마도 옆의 다른 바위를 치우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동굴이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군. 바위에 있던 발자국들 같은 경우 소나기나 비에 모두 흔적이 사라졌을 것이고 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위해 탐사대가 이곳을 들어가면서 막아버렸겠지.’

야영지 근처에 있는 바위들이고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있어왔었기 때문에 흔적을 조사하던 사람들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들어가고 난 다음 안에서 바위로 막아버린 후에 비나 소나기가 내렸다면 완벽히 흔적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이곳 동굴의 위치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이곳 바위들의 특징은 지역 특성상 강한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것으로 인해 바위들이 대부분 동글동글 했다. 그러니 심한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이정도로 입구가 작은 동굴정도는 완벽하게 감출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런 곳에 있었으니 도무지 찾을 수 없지. 가뜩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돌이 매끈한데 이렇게 살짝 막아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지.’

에슈미르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당당하게 저녁을 하고 있는 크루거 단장 앞으로 가서 섰다.

“찾았습니다. 높은 바위 뒤쪽으로 있는 낮은 바위들 속에 동굴이 있습니다. 아마도 소나기나 비가 내려서 바위에 있던 그들의 흔적이 사라졌었나 봅니다.”

크루거 단장은 에슈미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사라진 탐사대의 흔적을 조사하기 얼마 전에 큰 비가 왔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더 흔적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

“생긴 거에 비해 돈값은 하는군."

크루거 단장이 미소띤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저걸 콱! 결투신청이나 해버려?’

에슈미르가 인상을 구겼고 크루거 단장은 그냥 무시해 버리고 바로 부관에게 바위를 치우고 동굴을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잠시 뒤 동굴의 존재를 확인한 기사들이 보고를 했고 단장은 기사들 중 몇 명에게 말을 지킬 것을 지시하고 바로 에슈미르와 나머지 기사들에게 동굴로 진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 자식들아~! 난 아직 밥도 못 먹었다구~!!’

에슈미르는 기사단의 험악한 분위기에 속으로만 이렇게 외치며 동굴로 진입했다. 에슈미르의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

한 편 샤이엔과 아이언은 북쪽 심연의 계곡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지점인 투란두르 숲을 지나고 있었다.

“간돌프라는 인간 어떤 사람이지?”

말을 몰고 한가롭게 숲을 지나던 중에 아이언이 전방을 주시하며 샤이엔에게 물었다. 샤이엔은 째려보며 아이언에게 말했다.

“빨리도 물어본다.”

“천년도 전에 죽은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단지 전설에 의하면 그가 지팡이를 들면 엄청난 빛과 번개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고만 알려진 마법사야.”

“그 마법이란 거......진짜로 있는 거야?”

아이언이 고개를 돌려 샤이엔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샤이엔은 볼을 긁적이며 잠시 기억을 더듬는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마법사란 존재가 내가 말해줄 정도로 넘쳐나면 확실히 말하겠는데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그나마 자신만의 특기가 다들 다르다고 알려져 있고 난 이 나이 먹도록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니 해줄 말이 없네.”

“소문으로는 어떤 마법사는 손을 대지 않고도 커다란 물건을 움직이고 어떤 마법사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기도 한다고 하더군. 또한 심각한 상처를 순식간에 고치는 마법사도 있다고 하고......”

“워낙 마법사란 존재가 적어서 오히려 인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고나 할까? 스스로도 잘 알기에 모습을 잘 들어 내지 않는다고 해.”

샤이엔은 말을 마치며 아이언을 쳐다봤다. 아이언은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마법사란 존재가 있기는 있군. 적이라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목표......”

퍽!

아이언이 조용히 말하다가 갑자기 뒷통수로 강력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앞으로 튕겼다.

“아이언! 이제 그만 옛날버릇 고치랬지!”

“......”

샤이엔의 손에는 언제 들렸는지 작은 가죽가방 하나가 손에 들려있었다. 그 가방으로 아이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언의 몸은 이미 처음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고 샤이엔의 손에 들려있는 가죽가방을 다시 말 엉덩이 쪽에 걸쳤다.

숲 벋어나자 저 멀리 부르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언과 샤이엔은 동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부르 산맥의 모습을 감상했다.

아이언은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허공을 향해 눈을 돌렸다가 샤이엔에게 말했다.

“신경 쓰이는데 언제까지 끌고 갈 생각이야?”

샤이엔은 아이언과 마찬가지로 허공으로 눈을 돌렸다. 하늘 높은 곳에 점처럼 보이는 물체가 선회하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우리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가 보지. 뭐 아직 드러내고 행동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잖아. 일단은 두고 봐야지 뭐.”

샤이엔 일행이 에슬론 지역을 이동하면서부터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는 시선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단지 지켜보는 수준의 시선이라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 두어야 겠지......’

샤이엔이 심연의 계곡을 향해 빠르게 말을 몰았다. 아이언도 샤이엔의 옆에 바짝 붙어서 달렸다.      

**********

에슈미르가 먼저 허리에 줄을 묶고는 좁은 동굴로 들어갔다 성인 한사람이 틈을 밟으며 내려가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정도였지만 깊이가 상당해 보였다. 한참을 내려가자 점점 동굴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빛도 없는 동굴은 두려움을 줄 수 있겠지만 아카론 족인 에슈미르에게는 동굴의 어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카론 족의 특징 중에 하나가 어둠을 꿰뚫어 보는 눈이


Comment ' 12

  • 작성자
    Lv.1 삶의이유
    작성일
    05.10.13 19:04
    No. 1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상황 배경 있지요? 어디서 어디로 가고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걸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잘쓰셨네요
    나무랄것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3 19:45
    No. 2

    아~~! 역시 그 부분이 문제군요.

    처음 지도를 잡아서 이동경로를 표시했었는데 글을 쓰고나서 맞춰보니 조금 어긋나 있더군요.

    다시 글을 정리하면서 수정하고 있습니다.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4 09:22
    No. 3

    처음 비평요청을 한 사람이 되어서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삶의이유님의 말씀을 듣고 지도를 확인해 본 결과 예상 이동경로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까지도 수정이 가능했습니다.

    솔직히 자신의 글은 쓰는 순간에는 '아~ 이거 좋다!' 이렇게 느끼지만 몇 번을 읽다보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끼죠. 하지만 이런 것을 고치기 위해 수정에 수정(아룬시아의 경우 10번 다시 제수정 했음 ㅜ.ㅜ;)을 하다보면 처음의도 와는 많이 다른 길을 가고있는 글을 발견하고 허탈감에 빠지게 됩니다.

    더불어 글이 앞뒤가 안맞아버리게 되더라구요.

    저 같은 초보의 경우 이런 부분들을 지적해 주시는 분이 없으면 그냥 흘러가게 되는데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마구마구 비수를 꼿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하늘의땅
    작성일
    05.10.14 11:42
    No. 4

    잘 봤습니다. 작품평은 뒷 내용을 좀더 읽어본 후에야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리 나쁘지 않은듯 합니다.

    음.. 개인적인 생각엔 첫부분의 프롤로그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시는 게 어떨까 싶군요. 샤이엔이 칼날을 내던지는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꺼 같습니다. 서두가 좀 평이..해서 흥미를 유발하는데 장애가 되는듯 합니다.

    그 외에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아! 반지의 제왕이 연상되는 단어가 있네요. ^^* 음..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간의 거부감이 들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예 새로운 이름이나 단어를 쓰심이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럼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4 12:03
    No. 5

    하늘과 땅님의 지적 매우 감사드립니다.

    프롤로그 부분은 저도 고민중었습니다.

    샤이엔의 부분은 부터 시작하는 문제는 정말 감사한 지적이었습니다. 아예 회상씬으로 심연의 협곡 일부분을 과감히 넣을까도 고민중입니다.

    마법사 간돌프를 아마도 지적하시는 것 같습니다. ^^*

    요것이 마법에 대한 중요한 키 포인트라.....

    저는 환타지에서 나오는 서클이나 검기 같은 부분을 좀더 현실적으로 가자는 생각에서 마법사란 존재를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간돌프에서 모티브를 좀 땄습니다.

    오히려 많은 괴물들과 종족 그리고 개연성에 승부를 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적고 있습니다.

    거의 막바지에 나오겠지만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간돌프를 보며 느꼈던 의문을 글에 반영할 생각이라 이름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소설이 연상된다면 좀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좋은 지적 글에 확실하게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긴수
    작성일
    05.10.14 12:31
    No. 6

    판타지는 작가님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세계입니다. 내 머리 속의 생각을 얼마나 독자에게 보여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이나 줄거리 자체는 무난합니다만, 묘사가 좀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인물이나 주변 경관 등의 묘사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귀여운 소녀였다." 로 표현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사용하는 말투나 얼굴 표정, 버릇도 다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란시르 공작가의 여식이나 고문서 해독가인 여인이나 생각하는 거랑 말투랑 별 차이가 없다는 건 결국 둘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한 여자는 아름답다, 한 여자는 귀엽다. 는 차이밖에.
    지도를 만드셨다면 위치 선정만 하실 게 아니라, 세세한 풍경이나 기후도 상상하셔서 보다 눈에 보이게 하심 더 좋겠습니다. (Visual!!)

    보면서 저는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났어요. 보물 찾기의 분위기! 윗분 말씀처럼 반지의 제왕이나 타 작품의 기미는 가급적 없애는 게 더 좋겠습니다. 님만의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게 더 참신하다고 봅니다.

    이상은 비평까지의 거창한 것이 아니고, 제 소견입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기러기떼
    작성일
    05.10.14 12:37
    No. 7

    제가 볼 때는 서장부분이 미적지근합니다. 다시말해서 독자에게 흥미를 강하게 이끌 소재가 아주 약간 모자른듯 싶네요..^^

    대화체 역시 그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주기엔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무뚝뚝하고 강인한 캐릭터라고 짧고 뭉툭한 대사는 오히려 그 캐릭터의 존재감을 낮추는 길입니다. 카리스마적인 대사와 잊혀지지 않을 과감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독자들의 취향은 각기 제각각이라서 이렇다 저렇다 라고 감히 평가한 제가 좀 쑥쓰럽지만 이점이라도 도움이 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로 신설된 비평요청 카테고리는 고무림을 상징하는 새 아이콘이 될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전차남
    작성일
    05.10.14 13:53
    No. 8

    잘 읽었습니다.
    한번 쭉 읽어본바로는 글이 상당히 안정감이 있습니다.
    읽으면서 편안하더군요.

    몇가지 아쉬운점이 있더군요.

    첫째,대화가 밋밋합니다.이로서 케릭터들을 잘 못살려주고. 글 자체가 주는 안정감이 줄고 경직감이 다소 나타납니다.연재한담에 올리신 글이나 댓글을 보면 작가님이 상당히 재치가있으시던데 그 재치를 글에서 살려보시는 것이 한 방법이 될수 있겠습니다.
    둘째,탐사대 이야기인만큼 약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건을 다 서술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크게 중요하지 않으면 서술이나 기타 사건은약간 줄이거나 생략하고 전투나 혹은 긴박한 순간에는 짧지만 약간 늘려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덧붙인다면 전투씬에서는 다소 짧은 문장을 사용하시는 편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문장의 적절한 완급조절은 몰입도를 높이는데 유용한 무기입니다.
    셋째, 간달프라는 이름과 앞의 프롤로그 때문에 저도 처음에는 반지의 제왕의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프롤로그 그 자체는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물의 대화나 이쪽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또한 간달프라는 이름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군요.

    넷째,이글은 어드벤쳐물로 보입니다.필요한 경우에는 주위배경묘사나 기타 다른 새로운 소재에 대한 묘사를 좀더 해주셨으면 더 좋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석판을 단순히 기이한 도형의.. 이런 것보다는 좀더 자세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묘사가 부족해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안정감있는 글을 판타지에서 보는군요. 선작추가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4 13:54
    No. 9

    건수님과 기러기때님의 비평 매우 감사합니다.

    대화체에 대한 부분은 좀더 신중하게 다듬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세세한 장면묘사 비주얼적인 면도 보강하도록 하겠습니다.

    케릭터의 개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라 너무도 감사한 지적입니다.

    그들만의 정의라는 하나의 주제를 판타지라는 세계와 모험이라는 부분으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런 의도가 강했는지 다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상상이 가는 글이 되도록 또한번 수정을 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4 14:05
    No. 10

    전차남님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코믹하게 갈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아니다 싶어 몽땅 수정하고 중간중간 위트를 넣는것으로 낙찰을 보았습니다 .

    긴박감과 전투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적인 의견이 비주얼적인 풍경이나 장면묘사가 너무 단편적으로 되어있어 상상이 안간다는 의견이 많군요.

    또한 케릭터가 살아있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부분이 글에 보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말씀하시고 계시는 군요.

    이부분에 대한 사항은 신중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뼈가되고 살이되는 주옥같은 비평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5 00:00
    No. 11

    묘선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분이 날카롭게 쪽지로 지적해 주셨습니다.
    솔직히 이정도로 세세하게 지적하는 분이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 비평요청에 요청을 하면 다른 초보작가님들도 이 정도의 평가는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판단과 함께 앞에 비평해 주신 많은 글과 더불어 너무도 고마운 글이라 이렇게 올립니다.

    저를 시작으로 비평요청 카테고리가 고무판의 새로운 답안이 되기를 기대하며 묘선님의 허락을 받고 전문을 올립니다.

    ***********************************

    * 좀 길어서 댓글로 달긴 뭐해서 쪽지로 보냅니다.
    * 비평이 주가 된 내용입니다.


    너무 건방지게 쓴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제목에 칼질과 비수도 환영 하신다길래 한번 써봅니다
    제가 좀 이상하게 쓴 부분이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 아래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우선 처음 보며 불편했던건 계속 언급하는 많은 종족들에
    관한 얘기 많은 종족이라면 어떤 종족이 있는지 혹은 그 생김새에 관해서 조그만 언급이라도 있었으면 좋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해서 많은 종족 혹은 종족의 이름만 언급되니
    읽는데 좀 불편한감이 있네요.
    소설은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지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소설의 종족들은 별로 상상이 안 가는군요.

    프롤로그에서 다른 종족과 인간을 별개로 취급한 부분을 보면 다른 종족들이 인간과는 외적으로 다르게 생겼다던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나중에 가서 엘라함족의 수명에 관한 언급이 나오는데요.
    그걸 조금만 앞부분으로 옮겨서 좀 더 이해를 돕는건 어떨까요

    아니면 앞쪽에 엘라함족을 언급하지않고 설명하기 직전에
    샤이엔이 엘라함족이다라는걸 밝히는 쪽이 좀 더 쉽게
    읽히지않을까요?

    그리고 엘라함족은 엘프 부르족은 드워프와
    설정이 비슷한 것 같네요. 그럴거면 차라리 엘프와
    드워프를 쓰는 편이 낫지않을까요?

    내용을 보면 엘프와 드워프에서 이름만 바꿨다 뿐이지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또, 간돌프.. 거기다 온통 하얗고 빛과 번개..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의 설정 아닌가요?
    엘프를 엘라함으로 바꾸면서 개성있는 소설을
    쓰시려 한 것같은데 조금 실망감이 드는군요.

    중간에 나오는 샤이엔과 세리아의 흥정부분..
    과연 세리아가 그렇게 유명한 회계사인지 궁금하군요.
    12800골드에서 한번에 3천골드로 내려버리는 자신감..
    자만인가요? 그리고 좋다고 흥정을 받아주는 샤이엔
    너무 어색해보이네요.

    거기다 분명 공작의 딸이라면 대외적으로도 많이
    알려졌을텐데요 그리고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않았다고 해도 왕국내의 귀족들 그리고 정보가 빠른 상인들 정도는 알고있었겠죠. 그런데 상인들이 급료를 2배주겠다고 오라고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않으십니까?

    공작이 특별히 딸을 숨기려는 것 같지도 않던데 말이죠.

    그리고 에슈미르를 동굴쪽으로 조사하게 보내는 부분
    물론 이 의뢰의 위험성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낼 수도 있지만 계약을 할때 에슈미르는 분명 샤이엔의 호위로서 이 의뢰에 참여한걸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본분을 지켜서 샤이엔과 에슈미르 아이언은 심연의계곡으로 가고 동굴쪽은 공작의 부하들을 조사보내서 수상쩍은 것이 발견되거나 하면 가보는 편이 좀 더 자연스럽지않을까요 위험성이 큰 만큼 여러사람들이 함께 움직일텐데요.

    에슈미르를 동굴쪽으로 보내봤자 에슈미르는 이런 쪽으로는
    특별한 지식도 없어보이고요, 가봤자 별 도움도 안되고
    공작의 부하들에겐 불청객 이상은 되지않을 것 같네요
    가서 하는 행동도 그냥 해독서에 적힌 곳을 찾는 정도 뿐인가요?

    ( 보다보니 에슈미르에게 레인저쪽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앞 부분에 그에 대한 언급을 하는건 어땠을지..아무 언급없이 그냥 에슈미르를 보내놓고 거기서 에슈미르의 능력이 발휘되고 하는건 처음 이미지가 '전사'의 이미지였던 에슈미르를 보는데 좀 혼란이 생기는군요 )

    그 정도는 기사단장에게 지시를 내려서 찾게 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기사단장이라면 공작의 심복중의 심복일터인데
    비밀이 발설될 염려도 없을 것같고요, 아니면 그런 신뢰와 믿음도 없이 기사단장의 지위를 준 건 아니겠죠?

    그리고 샤이엔과 아이언이 심연의 계곡으로 향할때
    공작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이언의 실력은 검증되지않았는데
    조금의 호위도 붙이지 않고 그냥 샤이엔과 아이언 둘 만 보내는건 좀 이상하군요

    무르구르와의 전투씬에서
    분명 공작가의 기사라면 훈련도 잘 되있을텐데
    너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군요.
    거기다 전투를 하기전부터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글을 보기 전에 댓글을 조금 봤었는데, 댓글다신분들 말씀처럼 확실히 프롤로그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없어보이고요.

    프롤로그에는 뭔가 독자들에게 의문점을 던져주거나
    혹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이며 독자들 머리속에 그 작품을 각인 시키려는 모습들이 대다수인데 반해
    이 작품의 프롤로그는 너무 평범하달까요..

    특징이 없다고 말하는게 맞겠군요.

    아, 그리고 쉽게 쉽게 읽히지않는 부분들이 보이는데요.
    그냥 별 설명없이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에 너무 많은 설명들이 들어간달까요 물론 자세히 설명하는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자꾸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 부분이 흡입력의 저하를 갖고오는 것 같고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유운권
    작성일
    05.10.15 13:11
    No. 12

    11/ 묘선님이 아니구 백로님이었습니다.

    백로님 죄송합니다. OTL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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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7 무협 백준님의 새로운 포스 "청성 무사" +6 Lv.7 푸른이와 05.10.15 1,856 0
8956 기타장르 go! 판타지에 아룬시아 입성! 많은 공략 바... +2 Lv.74 유운권 05.10.15 793 0
8955 기타장르 고!판타지에 더스크(Dusk)를 연재 중입니다... +3 빛의세공사 05.10.15 1,335 0
8954 판타지 뱀파이어 소설 '붉은상처' +3 Lv.41 백금의화살 05.10.15 1,330 0
8953 기타장르 현월비화 강추!!!!!!!!!!!!1111 Lv.1 절대부호 05.10.15 1,141 0
8952 무협 무당마검을 읽고 +3 Lv.1 건무림 05.10.15 1,199 0
8951 무협 단천엽의 야수감각도가 나의 잠자고 있던 ... +4 Lv.1 神색황魔 05.10.14 1,690 0
8950 무협 철자검 1,2권을 읽고. +3 Lv.54 泰海 05.10.14 2,000 0
8949 무협 1세대 작가 백야그리고 신세대 작가 별도의... +10 Lv.1 8090임 05.10.14 2,060 0
8948 무협 철괴 여견자 4권..(내용 약간 있습니다.) +3 Lv.69 하늘의땅 05.10.14 1,153 0
8947 판타지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같은 판타지 wick... +2 Lv.1 용광검 05.10.14 1,384 0
8946 기타장르 명부귀의록 비평요청합니다! +4 thespis 05.10.14 1,167 0
8945 기타장르 최근에 읽은소설들. +7 Lv.67 라다 05.10.14 1,678 0
8944 기타장르 나이트 골렘 추천글이 없는것 같아서... +9 Lv.87 케너비스 05.10.14 1,389 0
8943 기타장르 문지기가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잠시 독자... +4 Personacon 文pia돌쇠 05.10.14 1,591 0
8942 판타지 제목 그대로 여성스러운 드래곤 레이디. +6 Lv.1 타반테무르 05.10.14 1,278 0
8941 무협 담천-탈 2/3의 말장난. +4 Lv.1 타반테무르 05.10.13 1,691 0
8940 무협 화산군도에는 혈기린이 산다? +6 Lv.1 타반테무르 05.10.13 1,423 0
8939 기타장르 이계의마스터를 읽고 +1 Lv.7 현상수배자 05.10.13 2,952 0
8938 무협 용대운님의 도왕을보고 +6 Lv.17 한줄기바람 05.10.13 3,146 0
8937 무협 신존(김한승 作)을 3권까지 읽고. +11 Lv.18 건곤무쌍 05.10.13 2,298 0
8936 판타지 [추천/ 감상] 이계의 마스터*귀차나 +1 Lv.67 못난잉 05.10.13 1,777 0
8935 무협 추천하면서 무협에대한 제생각 +3 Lv.1 쥔장아이디 05.10.13 1,190 0
8934 무협 강호풍무협의 재미, 일독을 권하며...(대장... Lv.1 풍운천추 05.10.13 1,530 0
8933 기타장르 이계마스터를 보며... +1 Lv.95 흑표범 05.10.13 956 0
8932 판타지 도둑과창녀.. 하하 연재란꺼 여기서 추천하... +3 Lv.73 느므느므 05.10.13 1,277 0
» 기타장르 번개비평받습니다....칼질 좀 왕창, 비수도... +12 Lv.74 유운권 05.10.13 1,593 0
8930 무협 아스피린같은 전진검법을 읽고!!! +1 Lv.1 뵨새 05.10.13 1,281 0
8929 판타지 초행님의 곽가소사를 읽고 강추함니다.... +7 Lv.1 斷天劍 05.10.13 1,3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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