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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곡을 읽고

작성자
Lv.99 연목
작성
12.04.04 19:54
조회
1,662

작가명 : 취룡

작품명 : 기상곡

출판사 : 문피아 작가연재

취룡님 세계관속의 다섯번째 이야기가 완결이 났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일관된 세계관속에서 어긋남 없이 각기 다른 다섯개의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만도 어려운데 각각의 주인공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모든 글을 완결하시고 게다가 아직도 남은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에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수없이 얽혀 있는 여러 단서들, 대사들 이 모든 것이 매끄러운 필력으로 여기 저기 숨어 있다가 결말에 와서 모든게 하나씩 밝혀지며 완결을 이룹니다. 전편을 잘 기억하시는 독자들은 그 부분에서 읽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겁니다. 취룡님의 글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사실 그래서 감상문을 쓰기가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작가의 개성이 굳어 가는 시점에서는 참 머라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결국은 가치순위의 우선순위 문제가 되는데 그건 딱히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다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도 안되구요. 해서 간단히 느낀 감상만 적겠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구 게임이 있습니다. 아주 방대한 설정입니다. 게임이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설정이 추가되겠지요. 웬만한 판타지소설보다 방대하고 수없이 많은 영웅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소설이라 할만 합니다. 나중에 이것이 소설로 정의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제가 보기에는 글쎄요….판타지 역사책이랄까요…어쨌건 게임 설정을 위한 자료집이니까요.

물론 취룡님의 글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로 ‘히어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없이 얽혀진 설정속에서 나름의 역할/배역을 합니다. 물론 주인공 자체가 설정을 만들기도 하지요. 때로는 작가가 의도치 않았던 설정이 생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작가님 말대로 ‘등장인물들이 작가의 손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한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설정에 주인공이 먹힌 달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암시나 나중을 위한 대사들이 가끔 소설에의 집중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독자의 기억력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책 모두를 앞에 갖다 놓고 정독을 하는 것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게다가 많기까지 하니… 적거나 아주 중요하거나 바로 닥칠 일일 경우에는 소설속의 긴장을 유발하는 요소로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만 때로는 거의 묻혀 가는 경우도 많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 많은 설정을 다 알아야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에 따른 작가의 배려도 보입니다. 설정 좋아하시는 분은 그에 맞춰 보시면 되는 일이고 복잡한거 싫다 하시는 분은 전투신 즐겁게 읽으시면 됩니다. 재미는 조금 반감될지도 모르지만요.

이번 이야기는 거의 ‘자동필기법’에 의해서 쓰여 졌다고 하셨지요. 작가의 세계관이 확고하고 훈련된 필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덕분에 글전체에 작가님의 취향이나 성격이 많이 묻어 나기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멋있는 조연들이 많습니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그리고 확실히 느끼게 되는 게 작가님이 만화, 만화영화, 게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아마 요즘 세대는 거의 그러리라 봅니다. 그래서 받는 느낌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정형화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소설 구성도 그렇지만 우리는 주인공과 같은 시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우린 구경을 하죠. 작가가 주는 무대안에서 주인공이 활약하는 것을 봅니다. 등장인물들은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연극을 봅니다. 때로 감정이입이 되기는 하지만 연출/무대효과죠. 우리는 대서사시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와 같은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몸짓도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그들이 배우라는 것을 압니다. 진정 몰입할 수 있는 등장인물이 없습니다. 때로는 배우도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감독의 힘이 너무 큽니다.

장영훈님의 글중에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루에서 힘없는 여인네가 두려워하지만 남을 위해 저항하는 것에 감명받아 우는 장면입니다. 이전의 무협소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죠. 두번째는 신분을 숨긴 우이에게 위험에 처한 전 조직사람이 경호를 부탁하는 장면입니다. 통쾌하지요. 무협의 주요 플롯이기는 하지만 아마 굉장히 잘 된 경우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취룡님의 글에서는 두번째는 사용되지만 첫번째는 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라 해도 어쩔 수가 없지요.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까요. 저는 다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의 입체화를, 현실화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방대한 설정인데 거기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창조라니… 글이 산으로 갈지도.. 평생 써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취룡님은 이미 출판작가이시고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 진 작가입니다. 기성 작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매너리즘이지요. 이번에 자동필기법으로 쓰신 이유도 그에 대한 대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한번 다 풀어 놔바야 알 수도 있으니까요. 때론 매끄러운 필력의 임기응변이 오히려 글을 갉아 먹지 않나 하는 조심스런 생각도 해봅니다. 절제란 참 어려운 부분이라서요.

아무래도 기성작가님의 글에 대한 감상문(감상과 비평을 따로 하라니 어찌 해야 할지 ㅡㅡ)은 쓰기가 어렵네요. 가장 기초적인 필력이나 주제의식이나 편집, 사전조사등의 이야기가 아닌 글의 방향이 되어 버리니까요. 글의 방향은 전적으로 작가의 가치관에 달린 것이고 그에 대해 머라 왈가왈부 할 일은 전혀 아니지요.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는 세계는 이미 죽은 문화니까요. 이미 단서는 발견하신 듯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건필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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