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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동천
작성
03.08.28 02:40
조회
485

제가 태어나 겪은 여름이 어언 40번째이니 ...

이제는 여름날씨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올 여름은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에

해산을 한 산모도 아닌데 우울증이 걸릴 정도입니다.

작년 이담때인 2002년 8월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그럭

저럭 호구지책을 해결하고 있지요.

철들고 주로 해온 일이 가수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라 회사를 그만

두고도 공연기획을 대행하거나 제작의 일부분에 참여하는 식으로 놀지는 않지만

저의 직업이라는게 일이 눈앞에 있으면 기획자요 일이 손을 떠나면 실업자라

시간에 여유가 있는편이라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더 이상 멍하게 있다가는

정말 우울증에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상사가 염려되어 무작정 집을 나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책대여점'이 눈에 들어와 무심히 들어갔습니다.

대여점의 반은 만화책 그리고 반은 일반소설 및 무협지로 채워져 있더군요.

무협소설이 꽂혀있는 선반의 앞에 서니 힘이 넘치고 무언가 패기를 느끼게

하는 한자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 무협지 ~~~~

이십몇년전 그러니까 제가 중3 때 고입을 위한 연합고사를 마치고 3개월이라는

여유시간이 주어진 덕분에 동네 만화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 만화가게는 30대의 아줌마가 운영을 하시던 가게

였는데 그 아줌마의 서방님은 중동근로자로 사우디에 가셨고 아줌마는 몸이

약하셔서 하루종일 방에 누워있어야 하는 형편이라 병치료를 위해 몇개월간 누가

대신 가게를 봐주어야 하는데 월급을 주고 직원을 두기는 부담되고 해서 단골인

저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봐달라고 하더군요.

물론 약간의 용돈과 간식 그리고 가게에 있는 만화를 마음껏 보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지요.

지금이야 만화방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주로 청소년부터 성인들이지만 그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중3인 제가 운영하는데 무리가 없었지요.

한동안은 만화책을 원없이 보았습니다.

허영만 화백의의 '각시탈', 이상무 화백의 '독고탁' 등 정말 눈에 쥐나게 봤지요.

그러던중 만화가게 구석에 선번 두개 분량 정도로 꽂혀있는 소설책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제목이 한자인 관계로 관심을 갖지않던 소설책들... 두툼한 하드카바에 제목

들은 온통 금박을 입혀서 무언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었지요.

한두권을 임의로 뽑아 훑어보니 누런내지에 글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종으로

읽어내려가야 하는 읽기 불편한 책이라 다시 꽂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폭설이 내리는 탓에 만화가게에는 꼬마손님들이 한명도 오지

않아 만화가게는 적적하고 연탄난로 위의 주전자에서는 수증기만 뿜어대고

무언가 쓸쓸한 느낌이 들길래 미친척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한자제목의 소설책

을 한권 뽑아 무작정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저와 무협지의 첫 만남인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무협지는 와룡생(臥龍生)의 '무정벽검(無情碧劍)' 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 책을 정말 와룡생이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당시의 무협지는 저자가 '와룡생' 아니면 '진청운' 두사람이 전부였으니까요.

( 분신술을 쓰지 않으면서 그 많은 무협지들을 두사람이 다 썼다면 그 사실이야

말로 그들이 쓴 소설속의 무공보다 더 대단한 사건일테니까요. )

남자나 여자나 첫경험(?)은 정말 대단한 사건인 탓일까요?

이십몇년이 흐른 지금도 책의 제목과 남여 주인공의 이름 그리고 그 스토리가

확연히 기억으로 떠오르니 말입니다.

전백(全白)이라는 10대 후반의 순후하고 강직한 소년이 표사로 나오는데 첫번째

표행길에서 녹림도들을 만나 끝까지 기본적인 삼재검법(三才劍法)으로 대항하다

부상을 당하는데 그 와중에 어느 세가의 고수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 세가에 머무

르면서 여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러던중 기연을 만나 무림고수가 되고

나중에는 무림의 평화를 도모한 후에 4명의 미인들을 아내로 맞아 잘먹고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류의 무협지였습니다.

한 6권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하루종일에 걸쳐 읽고 나머지는 집에 가져와 밤을

세워 다 읽었지요.

그 후로는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까지 밤을 세워가며 그 만화가게의 무협지를 다

읽을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손에 잡히는데로 무협지 몇권을 뽑아서

집에 가져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져와서 보니 ... 초우 라는 작가의 '호위무사' 라는 책이더군요.

저도 주인공 사공운과 함께 챠이니즈 보디가드가 되기위해 용부(龍俯)로 가려고

합니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리고 ... 철없는 중년남의 꿈은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39 매봉옥
    작성일
    03.08.28 04:46
    No. 1

    40대라...
    그 언저리를 쫒아가는 저도 가끔 가슴이 답답하군요,
    이런 일을 구상하심은 어떨지?

    관련업종에 관한 까페나 커뮤니티싸이트 운영또는 참여을 통해
    만들어진 구성원들과의 사업...
    약간의 수익성과 조금 더 많은 공익성을 근거로 하는

    어쨋든 앞으로도 중년은 먹고 살기 정말 힘들겁니다.
    노동 유연성이라는 명제 앞에서 절대 희생양이니까요
    전 영업하지만 직장에 관한 걱정은 덜 합니다.
    직장보다는 영업이라는 직업이 위안이니까요

    동천님! 힘내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ごご바리
    작성일
    03.08.28 07:49
    No. 2

    일단 무지하게(= 잘 몰라서) 부럽습니다.
    자유로우시군요!.
    그리구... "호위무사"를 들고 계셔서 더 부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玄修學人
    작성일
    03.08.28 08:35
    No. 3

    기억을 더듬어보니 저도 중1때 읽은 와룡생의 무협이 제가 맨처음 읽은 무협이군요. 시골 외갓집에서 삼촌이 빌려 둔 걸 읽었지요.
    세로줄에 합본이었던 것 같고... 제목 모르겠고... 주인공 이름도 기억 안 나고... 떠오르는 이름은 주인공이 들고 다녔던 칼의 이름
    '옥야검'뿐... 음... 구슬 아홉개던가... 그걸 다 모으면 무슨 지도가 나타난다 했었고, 사람의 얼굴가죽을 뜯어서 변장을 한다는
    거도 나오고... 가물가물... 그당시 눈을 떼지 않고 읽었던 거 같네요. 약간은 흥분도 해 가면서요. 이미 그전부터 아버지가 보시던
    삼국지나 수호지를 읽은터라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이 낯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용어나 한자어가 힘들었고 앞뒤
    문맥으로 무슨 말인지 생각하면서... 꽤 시간이 많이 걸렸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느 정체불명의 작가가 썼던 책이었지
    싶네요. 당시에 나왔던 무협에는 거의 와룡생 이름으로 나왔었단 걸 나중에야 알았거든요. 대단하십니다. 아무리 첫경험이 인상적이
    었다 해도 그 때가 언젠데 아직도 기억을 하고 계시다니요. 덕분에 먼지 쌓인 옛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호위무사' 재미있게 읽으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3.08.28 10:04
    No. 4

    연합고사라..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저도 중학교 다닐때 와룡생의 군협지로 무협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에 밤을 잊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우님의 호위무사를 선택 하셧다니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03.08.28 13:37
    No. 5

    전..뭘 맨먼저 읽었는지 해깔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3.08.28 19:13
    No. 6

    다음 팬카페가 있습니다. 찾아서 가입하세요. 반갑게 맞아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강달봉
    작성일
    03.08.28 20:29
    No. 7

    제목 무협지->무협소설로 고치시는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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