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마치고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오랜만에 동생이랑 피시방에 갔습니다.
제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 생인데, 제가 어릴 때부터 스타 좀 많이 가르쳤는지라
그래도 동년배에서는 괘 잘하지요.
원래는 저그가 주종이지만, 갑자기 테란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문득
테란을 선택하고 제 동생은 주종인 저그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시작했죠....
투배럭스 올리고 아카데미 올린 후, 마린과 메딕, 파벳 좀 충분히 생산한 후
배럭 한 개 더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팩토리 띄워서 시저 한 두어 대 만든 후
6시로 쳐들어갔지요. (로템이었음. 제가 8시.)
허나, 동생 놈이 입구에 해처리 하나 지어놓고 성큰 두, 세개 정도 지은 후였고
옆에서 뮤탈과 저글링으로 견제하더군요. 그래서 본진으로 가지는 못하고
앞 마당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진을 쳐서 확장을 막았습니다.
물론 간간히 정찰을 나갔지요. 스타포트를 띄우고 드랍쉽에 마린, 메딕 등을
태운 두 대로 본진의 동북쪽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러고는 성큰을 파괴하며
양, 옆에서 합동했는데 가볍게 뭉갰지요.
헌데, 이상하게도 발전이 별로 되어있지 않은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문득
이상하다 생각하다가 혹여나 확장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불연듯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막 정찰하려는 본진에 오버로드 세 마리가 난입을 해서는 히드라와
저글링을 내려놓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멍청하게 속고 기지를 부수는데
정신이 나가있었던 지라 별 방비조차 하지 않았지요.
일꾼 한마리로 도망친 저는 곳곳에 서프라이즈 디퍼(얌실하지만...-_-;;)를
지어서 생명을 연장한 후, 주력 병력으로 12시로 향했지요.
근데 그 순간에 동생과 동년배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4명 정도가 제 모니터를
보고는 그 중 한 명이 조용하게 속닥이더군요.
"헐, 이 형 더럽게 치사하다. 졌으면 정당하게 GG 치고 나가지, 자꾸 개기네."
"진짜 열라 치사하다. 나도 배틀넷 하면서 이런 형 많이 봤는데 이런 플레이할떄
열라 기분 드러워."
화가 끓어올랐지만, 주위에 어른들이 꽤 앉아있었던지라 그냥 참고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쳐들어갔지만 워낙 동생놈이 자원을 많이 모아놓았고
병력의 수에서부터 밀려서 졌습니다.
그리고 또 속닥속닥....
마침 그 놈들이 시간이 끝나서 나가는 중에 제 모니터를 본듯 하더군요. 컴터를
끈 저는 문을 열고 바로 나갔습니다. 피시방이 이층이라 내려갈려면 계단을 내려
가야하는데 다행히(?) 그 놈들 빼고 아무도 없더군요.
그리고는 그 놈들 앞을 가로막아서는...
"꼬마야. 니가 얼마나 스타를 잘할런지는 모르겠는데 남의 뒷통수대고 앞으로
그런 말 하지마라. 알겠냐?"
그냥 주의 정도 주고 가려고 했지요. 근데 그 중 한 놈이 생글생글 웃으며....
"뒷통수에 대고 그런말 안했는데요? 옆통수에 대고 했는데요."
그 말에 옆에 있던 놈들이 쿡쿡 거리더군요. 그 놈을 보니 조심성 없이 입을
떠벌리는 놈 같던데 좀 웃겨볼려고 했던 말인것 같았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생글생글 거리는 그 웃음, 정말 짜증나더군요.
"그 입 좀 다물어라!"
동시에 뒷통수를 냅다 한 대 후려갈겼습니다.
빡-
정확한 마찰음....-_-;; 그리고 동시에 들려온 그 놈의 음성....
"아, 씨! 존나 아프다...."
저는 그쯤에 그치고 고개를 돌려 걸어갔지요. 헌데, 갑자기 등판에서
충격이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저한테 뒷통수를 맞은 놈이 날아서
옆차기를 저의 등판에다 한 것이지요.
그 놈 덩치 꽤 크더군요. 저는 중학생 치고는 덩치 좀 작았습니다. 하지만
태권도를 3단까지 따뒀기 때문에 발힘이 장난아닙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끓어오르더군요. 동시에 '초딩들이 이렇게 간디가 붓나?'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놈은 결국 저의 중간만한 덩치를 보고 덤빈듯 하더군요.
그 놈 배에 비계가 넙실거리는걸로 보아 엄청 처먹는 놈인걸로 보이더군요.
키는 제가 조금 더 컸지만 덩치는 그 놈이 더 컸지요....
저는 그런것도 안따지고 순간적으로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발로 그 놈 배를
걷어찼습니다. 그러더니 한 방에 바닥을 동동 구르더군요. 숨이 막히는지
'켁켁' 거리고 배를 부여잡더군요.
그걸 본 나머지 놈들은 얌전하게 있고, 저는 그 놈을 보고있자니 한 대더
갈길까봐 그냥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잠자리에 들기 전 문뜩
생각을 해보니 쓸데없는 짓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봅니다.
제가 조금만 참았어도 됐을텐데 라고 말입니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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