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이야
사람이 기분 내키는 대로 멋대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그러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 한 사람이 있으니, 천하에 명필로 알려진 왕희지
(王徽之)가 바로 그런 부류였다.
왕휘지는 일찍이 산음(山陰) 지역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인가 눈이 내
리고 갠 지 얼마 안되어 달빛은 맑고 낭랑하여 사방을 훤하게 비추었다. 그
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흥얼흥얼 읊조
리다가는 불현듯 섬(剡) 땅에 사는 대규(戴逵)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졌다. 주저할 것 없이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작은 쪽배에 몸을 의지해
대규를 찾아 나섰다. 그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겨우 대규네 문 앞까지 이
르렀다. 그러나 그는 문 앞에서 대규는 불러보지도 않은 채 무슨 생각에서
인지 그만 발길을 돌려 집으로 되돌아 왔다.
이를 이상히 여긴 어떤 사람이 애써 갔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발길을 돌린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왕희지 曰 : "내가 흥(興)이 나서 왔다가 흥이 다하여 되돌아가는 것이니
하필 대규를 꼭 보아야 한단 말이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다 묻는다는 투의 왕휘지의 대답이었다({晉書} 王
徽之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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