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들이 잘한 게 뭐가 있다고···”
[일부 네티즌, 정대협·정신대 할머니 비난 파문 ]
17일 저녁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로 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로 보아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할머니들이 잘 한 게 뭐가 있다고 연예인을 자갈밭에서 무릎 꿇게 하느냐. 정신대가 독립운동도 아니고, 막말로 나라위해 큰일을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 이런 생각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승연 위안부 테마 영상집 파문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초기에 영상집을 기획한 네티앙엔터테인먼트와 이승연을 향했던 비난의 화살이 이제는 반대로 정대협과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정대협 김동희 간사는 “17일 이승연씨가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후, 정대협 게시판에 ‘할머니들이 뭘 잘했다고···’식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며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밝혔다.
정대협 게시판에는 17일 이후 “(정대협이) 알지도 못하는 할머님들을 부추겨서 돈이나 벌려고 한다. 진짜 XX들이다” “누가 누굴 용서하고 누가 누굴 탓하나. 웃긴다” “애초 용서할 마음도 없으면서 왜 잔디에 의자까지 갖다놓고 앉아서 이승연 무릎 꿇게 한건가”라는 인신공격성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 등 점점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동희 간사는 “이승연씨가 무릎 꿇고 눈물 흘리는 모습과 할머니들이 화내는 모습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등 선정적인 보도로 인해 이승연씨는 불쌍한 피해자로, 할머니들은 악에 바치고 무식한 사람들처럼 비춰졌다”며 “(기자들이) 예전엔 너무 없어서, 지금은 너무 많아서 힘이 든다”고 밝혔다.
김 간사는 “이번 일을 기회로 정대협이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면 제가 9년 동안 이 곳에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에 섭섭해 했다.
한편 네티앙엔터테인먼트측은 18일 오전 보도 자료를 내고 “영상집 기획의도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며 “사회 각계각층 인사 100여명을 데려다 공개 시사회를 열고 심판을 받겠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대협은 이에 대해 “사전에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시사회 결정을 내리고, 일부 기자들에게만 관련 내용을 흘렸다”며 “공개시사를 반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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