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펌]돈 있어요 모금통 주세요

작성자
Lv.5 萬波息笛
작성
04.03.17 22:06
조회
369

요즘 탄핵에 대한 울분으로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 곡곡에서 촛불의 물결이 밀려오고 국민의 모든 관심은 탄핵과 관련된 것뿐입니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친구들조차 울분을 삼키지 못해 이런 전화들이 걸어옵니다.

"진한아 진짜 이민 가고 싶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열리고 있는 촛불 집회에 자원봉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해서 종로 교보문구 앞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피켓과 퍼포먼스 장비를 든 채 조용히 집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주머니(알고 보니 샴 쌍둥이 자매 사랑이, 지혜 가족이었습니다)부터 연세가 많이 드신 어르신(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님도 계셨습니다)까지 모든 사람들이 집회를 기다리며 탄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준비를 마치고 7시가 가까워 오자 자원활동가들이 집회 때 맡을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집회 기획을 하는 한 분이 저에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 진한씨는 모금함을 들고 돌면서 모금을 하세요."

" 네. 모금요? "

암담했습니다. 유난히 남들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모금을 어떻게 할지 답답했습니다. 7시가 지나자 수많은 사람들을 "탄핵반대" "민주수호"를 외치면서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손에도 모금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 진한씨는 저 끝에서부터 모금을 해 오세요."

"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네."

인파를 헤치고 모금통을 들고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탄핵 반대를 위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등에서 땀은 나고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멍하니 서 있으니 등 뒤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여기요! 돈 있어요 모금통 주세요."

" 여기도 있어. 빨리 갖다 줘요."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모금통을 찾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돈을 넣고 있었습니다. 모금통을 찾는 소리들이 점점 커져 갔습니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돈을 내고 있었습니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모두 내는 사람, 한국 돈이 없다며 외국돈을 내는 사람, 어린아이들의 동전 등 서로 경쟁을 하듯 성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탄핵 반대 촛불 행사를 위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성금 부탁드립니다."

제가 외치자 모금통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면서 모금을 하고 있는데 순간 뒤에서 사람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아보니 학생처럼 보이는 20대 초반쯤 되는 청년이 보였습니다.

" 괜찮으세요? "

" (웃으면서) 모금통 따라 오다 넘어졌어요! 돈을 내고 싶어도 돈을 낼 수가 없네요."

그리고는 만원 짜리 한 장을 모금통에 넣고 절뚝거리며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의 뒷모습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이후 모금통은 삽시간에 다 채워졌고, 그렇게 집회가 끝날 때까지 세번이나 모금통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맛보는 감격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국회에 대한 울분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모금통에 속에 쌓인 성금은 국민을 무시한 국회에 대한 분노와 서로의 힘을 확인하며 기뻐하는 국민들의 마음인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모금통 들기를 머뭇거렸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탄핵정국 때문에 술 소비량이 많이 늘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격분하며 술을 많이 마신 결과이겠지요. 하지만 촛불 집회에 가보면 그런 우울함이 희망으로 바뀌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를 탄핵정국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이들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40 절대삼검
    작성일
    04.03.17 23:29
    No. 1

    가슴이 뭉클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작성일
    04.03.18 12:43
    No. 2

    국민들은 저너머의 희망을 보고있는데 정치인들은 쓰레기통위에서
    절망만 쏟아내고 있는 이현실이...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신쥬니어
    작성일
    04.03.18 13:18
    No. 3

    저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야할말이 잇다고생각합니다. 바로정치인이라는거죠 정치하는것들(물건취급을 하면 물건들도 기분나빠 할텐데 ㅠㅠ)도저히 살아잇는 어떠한 생물에게도모욕이라는 느낌이 하긴 그나마 사람인가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416 조류독감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 +9 Lv.1 사슬이 04.02.21 593
19415 궁금궁금...? +2 Lv.1 破天皇 04.02.21 425
19414 come back gomurim is 색황 +16 Lv.1 神색황魔 04.02.21 414
19413 매담]2월21일 포청천의 시사만화 : Lv.39 매봉옥 04.02.21 384
19412 오늘 오후 10시입니다! 스타리그 참가자들 필독! +5 Lv.18 검마 04.02.21 278
19411 앗! 청룡맹 7권에서 오타발견..(심각한거 아님^^) +2 Lv.60 횡소천군 04.02.21 371
19410 [永話]미연시겜의 주요대사 미연시 매니아분들도 다들 그... +11 Lv.18 永世第一尊 04.02.21 502
19409 누드교과서가 좋나요? +12 하얀나무 04.02.21 464
19408 이것이 진정한 염장이닷!! (아래 검우님,버들님,유령님 ... +11 Lv.60 횡소천군 04.02.21 448
19407 역시 소장목록+잡담.. +7 Lv.1 유령 04.02.21 252
19406 곤룡유기9 +4 Lv.1 우 현 04.02.21 301
19405 (충격고백)슬램덩크 강백호와 서태웅은 바로 이런 관계였다. +15 Lv.83 無形劍客 04.02.21 543
19404 MBC는 라디오 중계중..;;;; +4 Lv.2 썬가드 04.02.21 364
19403 [펌] 2ch Racing +1 Lv.11 백적(白迹) 04.02.21 305
19402 도.개.걸.윷.모 미소녀 절정 신공!!! 캬아~~~~~~ +8 Lv.1 김준 04.02.21 374
19401 [이것저것잡담]근자에 들어... 메아리歌 04.02.21 132
19400 술퍼와 조양의 듕이 육아일기(1) +24 Lv.1 술퍼교교주 04.02.21 321
19399 꼭! 검우 님만 보십셔. +28 Lv.1 등로 04.02.21 404
19398 [猪story] 소장중인 목록(검우님 따라하기~) +7 둔저 04.02.21 345
19397 총판에 대해 궁금한점.. +1 Lv.18 정파vs사파 04.02.21 192
19396 우리반 아이;;;(우리학교 간판;;) +16 Lv.25 티미. 04.02.21 366
19395 아래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이라는 글을 수정..=-=;; +7 Lv.14 취검取劒 04.02.21 302
19394 고교생 10명중 7명 우울증 +5 낙원 04.02.21 168
19393 [검책(劒冊)] 소장중인 소설 목록입니다.[염장글 성격 다분] +27 Personacon 검우(劒友) 04.02.21 547
19392 으악~~ 영풍문고 왕짜증 +2 Lv.1 소천사모 04.02.20 507
19391 새로 가입한 멤버에요 +7 Lv.1 사카무라 04.02.20 160
19390 1000원 가지고 뽀뽀할수 있는 방법 +11 Lv.1 xiucai 04.02.20 375
19389 지금 듕이 엄마가 자고있는 와중에.. +42 Lv.1 술퍼교교주 04.02.20 507
19388 흐흐흐 대형설서린.ㅎㅎ +2 Lv.1 청순한오빠 04.02.20 209
19387 무상검 하고 비슷한 소설 추천좀 해주십시오. +7 웨이 04.02.20 32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