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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4.08.03 16:19
조회
634
K-1 역사에서 테크니션을 논할 때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든 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선수들을 꼽으라면 단연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와 '벌목꾼(Lumberjack)' 피터 아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격투로봇' 세미 슐트는 사기적인 사이즈와 단순한 공식같은 공격패턴에서, '흑마' 레미 본야스키는 수비위주의 파이팅스타일 때문에 혹평을 받기도하지만, 후스트-아츠는 기술구사능력은 물론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다.

둘은 K-1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공격기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름을 떠올렸을 때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확실한 킥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아츠는 상대의 가장 높은 곳을 가격하는 하이 킥(High Kick), 반대로 후스트는 가장 낮은 곳을 때리는 로우킥(low kick)에 능했다. 그런만큼 경기를 풀어가는 색깔은 상당히 달랐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의 주특기로 박살을 내버렸다는 점이다.

노련한 벌목꾼 피터 아츠의 만능도끼

피터아츠.jpg
 피터 아츠
ⓒ K-1

 

숙련된 벌목꾼들의 나무 베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순히 힘과 근성으로만 하는게 아닌 오랜 세월 몸에 배인 경험까지 더해 자신 몸통의 몇 배에 달하는 두꺼운 고목들도 척척 베어버린다.

'벌목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전성기 아츠 역시 그랬다. 실제 벌목꾼들과 달리 그의 일터는 입식 링이었지만 도끼로 불리는 하이킥을 사용해 상대의 상단을 베는 솜씨(?) 하나만큼은 K-1 역사를 통틀어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다.

MMA무대에서 하이킥으로 명성을 떨쳤던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의 하이킥은 너무 빠르고 강력해서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 붙었다. 반면 아츠의 하이킥은 '보지 못해, 알지 못해 당하는 하이킥'으로 악명이 높았다.

아츠의 하이킥은 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가격될 때가 잦았는데 크로캅의 하이킥이 발등으로 안면이나 정수리 쪽을 때리는 케이스가 많았다면 아츠의 하이킥은 정강이가 상대의 목 쪽으로 박히듯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츠의 하이킥은 깊숙이 체중이 실려서 꽂혔던지라 적중된 상대는 대부분이 거기서 경기가 끝나던가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었다. 워낙 파괴력이 엄청난지라 얻어맞은 상대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다리가 풀려 춤을 추듯 주변을 흐느적거리다 무너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맞은 순간 몸이 석고상처럼 굳어지며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며 고목나무처럼 쓰러지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아츠의 하이킥이 진정 무서웠던 이유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가 구사하던 하이킥은 상황과 패턴을 가리지 않았다. 코너에 갇힌 상대를 향해 원투 컴비네이션과 섞어서 마무리 짓는 다소 정석적인 스타일은 물론, 데미지를 받고 물러나는 상대를 향해 긴 걸음으로 성큼성큼 쫓아가 맞추는가 하면 자신이 공격을 당하며 백 스탭을 밟는 와중에서도 벼락같이 하이 킥을 뻗어낸다. 물론 적중률도 대단히 높았다.

아츠를 상대로 클린치 상황에 들어가게되면 극도의 조심성이 요구된다. 떨어지는 순간 허를 찌르는 하이킥이 불을 뿜기 때문으로 도저히 킥이 불가능할 것 같은 근거리에서도 절묘하게 하이킥 거리가 만들어지곤 했다.

주먹으로 상대의 시야를 덮어버리며 같은 방향에서 하이킥을 그대로 이어서 차는 연결동작은 적중된 상대는 물론 지켜보는 관중들까지도 멍하게 만들었다. 아츠의 도끼는 날카로우면서도 둔중했고, 둔중하면서도 부드럽게 감기는 만능무기였다는 평가다. 한창때 벌목꾼의 도끼는 베지 못할 고목이 없었다.

방어가 불가능했던 어네스트 후스트의 채찍 흑마법

 어네스트 후스트.jpg
 어네스트 후스트
ⓒ K-1

 


'미스터 퍼펙트'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네스트 후스트는 공수에서 가장 완벽한 기술을 갖췄던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타격파워, 스피드, 체격, 맷집 등 하나하나 따져 봤을 때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다.

후스트는 링위의 마법사였다. 무시무시한 스윙을 자랑하는 하드펀처를 짧은 펀치연타로 무너뜨리는가하면, 스피드가 좋은 선수는 길목을 선점해버려 발을 묶고 무섭게 몰아쳐 바닥에 주저앉혀버린다. 단순히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해 패퇴시키는 수준을 넘어 장점을 역으로 찔러 경기 의지까지도 꺾어버리는 놀라운 흑마술을 구사했다.

후스트 흑마술의 시작은 '마병(魔兵)'으로 불리는 검은 채찍 로우킥이다. 종아리나 허벅지 등 상대의 하체를 노려 가격하는 기술인 로우킥은 K-1 무대에서 복싱의 잽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짧은 거리에서 나가는 발기술 중 하나인 데다 얼굴이나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선을 놓치기 쉬운 하체 쪽이라 대비한다 해도 제대로 막기 어렵다. 더욱이 거푸 맞을 경우 관절이나 근육 등에 충격이 누적, 자칫 입식의 가장 기본인 스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균형을 깨거나 리듬을 깨는데 매우 효과적인 공격이다. 후스트는 이러한 로우킥을 누구보다도 잘 구사했다. 가장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장 복잡하고 깊은 경지까지 끌어올린 그야말로 '로우킥 마스터'였다.

후스트 로우킥의 특별함은 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테크닉이 뛰어난 아웃복서의 잽처럼 경기 내내 로우킥을 구사할 수 있고, 강·중·약을 정확하게 구분해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기술을 펼친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에게는 스텝의 진행 방향을 미리 막는 용도로, 힘과 주먹이 강한 상대에게는 펀치를 뻗는 순간 카운터로 사용했다.

외형적으로 후스트 다리는 타 선수들과 비교해 굵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단단하게 잘 단련된 하체에서 곡선의 궤도를 최대한 활용해 터져 나오는 로우킥의 순간 파괴력은 살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부를 찢고 유혈을 머금는 한자루 혈편(血鞭)이 되어 상대를 무너뜨렸다.

후스트의 로우킥은 타 선수들에 비해 방어가 훨씬 어렵다. 로우킥에 대한 디펜스로는 무릎을 세워 막는 방법을 비롯 발을 들어올리거나 재빨리 거리를 벌려 흘리는 방어법 등이 있다. 하지만 후스트에게는 이같은 방어가 잘 안통한다. 풀파워로 휘두르는게 아닌 적당한 힘으로 차되 절묘한 타이밍에서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때문이다.

상대의 안면과 복부를 펀치로 가격하는 컴비네이션의 마지막 자락에서 자연스럽게 로우킥을 연결시키는가하면 다음번에는 패턴을 거꾸로 뒤집어서 상대를 혼란시킨다. 방어할 생각을 못하는 혹은 다른 곳을 막느라 방어하기 힘든 타이밍에서 로우킥이 꽂히는지라 상대선수들은 속절없이 공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파워보다는 타이밍'이라는 타격의 격언에 가장 잘 부합되는 파이팅을 펼쳤던 선수가 바로 후스트라고 할 수 있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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