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전엔 쓴 소설을 프린트로 뽑아 우체국에 가서 출판사에 부치는 투고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세상이 좋아져서 이메일로도 투고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메일로 투고했고.
100번이 뭐예요? 엄청나게 도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줄곧 보내도 아무런 답도 안 오잖아요. 맥이 빠지죠. 그때는 기본이 2달 기다려야 답을 해줄까 말까. 그나마도 떨어지는 원고에는 답변도 없죠.
요즘처럼 댓글이나 조회 수로 반응도 알 수 없고, 그저 엄청난 시간과 물량의 싸움. 그리고 인내심. 특별히 우편으로 공모전 투고면 그 기다림과 인내심이 정말~ 그 때는 등기조회도 안 되고. 잘 도착하긴 했을까? 하는 조마조마부터 시작해서... 몇 달간 엉엉~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주 큰 동네 출판사에서 딱 한 번 답 메일이 오더라고요.
그땐 어디 공모전 붙은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그때 담당자분은 제게 아주 짧게 두어 마디 남기셨어요.
요약하자면 [당신의 글은 말이 너무 많아요] 인 것입니다.
즉, 저는 웹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약 15년 전부터 이미 웹소설 같은 모양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대사가 아주 많았지요. 하지만 대단한 큰 동네 출판사에서 그렇게 딱 한 마디 쾅! 듣고 나니...
그 때부터 거의 5년 정도. 순수문학 스러운 문체와 글이 되기 위해서 전 죽도록 노력했습니다. 대사는 1/10 정도로 줄이고 묘사는 거의 다섯 배 가량 늘이고, 행간 띄움도 극단적으로 절제하고...
그런데 세상이 또 이렇게 변하더라고요.
세상과 좀 단절된 곳에서 지내다가 나와보니 (감옥아님);; .. 세상엔 웹 소설이라는 게 생겨나 있었어요. 그래서 드디어 출판사 투고만이 아닌 길도 생겨났구나! 얼씨구나! 하고 감격으로 엉엉거리면서 웹소설에 도전했지요.
그런데 웬걸. 아예 처음부터 쓰던 스타일에서 필력만 더 늘렸으면 딱 웹소설에 맞는 글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간 '큰 동네' 출판사 담당자님 그 말씀 한마디에 올인한 탓에 이미 굳어버린 버릇대로 글을 쓰니...
행간 띄움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는 그런 글을 웹상에서는 아무도 안 봐 주죠.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더라고요. 다시.. 다시 옛날로 돌아가야 해. 내가.. 옛날에 어땠더라?? 투고하고 거절당하고만 거듭되던 시절. 처음부터 아예 웹소설 타입이었던 그 15년 전 시절의 글로!
하지만 안 되더라고요. 한 번 독한 의지로 바꾼 버릇을 다시 되돌리기가 정말 ..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노력 중이지만.. ㅠㅠ 정말 땅을 치고 울며불며 가슴을 뜯는 심정이지요. 덕분에 정말 죽도록 간절한 사람에게는 뭐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별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에도 누군가는 인생이 펴거나 꺾이거나 할 수 있거든요...결론은 지금도 노력 중이지만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 무엇보다 억울하고 슬프다는 마음이 커요.
그냥.. 내 개성에다가 필력을 높이는 걸 목표로 쭉 소중하게 내 스타일 간직할걸. 배운 적도 없는 순문학 흉내 내는 글 쓴다고 그간 낭비한 시간과 다시 허비해야 할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면...
그래도 옛날에는 유명한 출판사에서 한 마디 팁이라도 들려주신 게 그토록 감사해서 방방 뛰었었는데. 줏대 없이 그 한 마디에 휘둘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그러나 좋은 성과는 하나도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둠에 빠지면 끝이 없기에, 결국 억지일지라도 긍정적인 마음도 쥐어짰습니다. '결국 그 모든 걸 다 극복하고 났을 땐, 난 쌍검을 쥐게 될 거야.' 라고 말이지요. 전 어린 시절엔 문창과라는 과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진짜 없었을지도?;) 그래서 글에 대해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씁쓸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험은 많이 쌓았다고. 말이지요.
그 쓰린 경험이 어떤 결실을 맺어준 건 아니지만요. 아하하;
그렇게라도 홀로 달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간 많은 분이 아픈 댓글들에 상처받거나 날카로운 댓글로 서로를 상처 입히는 싸움을 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전 혼자 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지요.
"남이 툭툭 뱉는 무책임한 말들에 휘둘리지 마세요." 라고요...
엉엉... 남들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ㅠㅠ
그들에겐 책임이 없지요. 책임은 오직 자신이 지는 것.
휘둘리다가 일이 틀어지면 피보는 건 자신뿐이니까요...
실컷 고생만 하면서 그거 하나 깨달은 슬픈 썰이었습니다.
횡설수설 죄송.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