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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저의 멍멍고생 썰.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
16.03.23 13:38
조회
1,181

전 예전엔 쓴 소설을 프린트로 뽑아 우체국에 가서 출판사에 부치는 투고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세상이 좋아져서 이메일로도 투고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메일로 투고했고.


100번이 뭐예요? 엄청나게 도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줄곧 보내도 아무런 답도 안 오잖아요. 맥이 빠지죠. 그때는 기본이 2달 기다려야 답을 해줄까 말까. 그나마도 떨어지는 원고에는 답변도 없죠.


요즘처럼 댓글이나 조회 수로 반응도 알 수 없고, 그저 엄청난 시간과 물량의 싸움. 그리고 인내심. 특별히 우편으로 공모전 투고면 그 기다림과 인내심이 정말~ 그 때는 등기조회도 안 되고. 잘 도착하긴 했을까? 하는 조마조마부터 시작해서...  몇 달간 엉엉~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주 큰 동네 출판사에서 딱 한 번 답 메일이 오더라고요.
그땐 어디 공모전 붙은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그때 담당자분은 제게 아주 짧게 두어 마디 남기셨어요.
요약하자면 [당신의 글은 말이 너무 많아요] 인 것입니다.


즉, 저는 웹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약 15년 전부터 이미 웹소설 같은 모양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대사가 아주 많았지요. 하지만 대단한 큰 동네 출판사에서 그렇게 딱 한 마디 쾅! 듣고 나니...


그 때부터 거의 5년 정도. 순수문학 스러운 문체와 글이 되기 위해서 전 죽도록 노력했습니다.  대사는 1/10 정도로 줄이고 묘사는 거의 다섯 배 가량 늘이고, 행간 띄움도 극단적으로 절제하고...


그런데 세상이 또 이렇게 변하더라고요.
세상과 좀 단절된 곳에서 지내다가 나와보니 (감옥아님);; .. 세상엔 웹 소설이라는 게 생겨나 있었어요. 그래서 드디어 출판사 투고만이 아닌 길도 생겨났구나! 얼씨구나! 하고 감격으로 엉엉거리면서 웹소설에 도전했지요.


그런데 웬걸. 아예 처음부터 쓰던 스타일에서 필력만 더 늘렸으면 딱 웹소설에 맞는 글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간 '큰 동네' 출판사 담당자님 그 말씀 한마디에 올인한 탓에 이미 굳어버린 버릇대로 글을 쓰니...


행간 띄움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는 그런 글을 웹상에서는 아무도 안 봐 주죠.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더라고요. 다시.. 다시 옛날로 돌아가야 해. 내가.. 옛날에 어땠더라?? 투고하고 거절당하고만 거듭되던 시절. 처음부터 아예 웹소설 타입이었던 그 15년 전 시절의 글로!


하지만 안 되더라고요. 한 번 독한 의지로 바꾼 버릇을 다시 되돌리기가 정말 ..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노력 중이지만.. ㅠㅠ 정말 땅을 치고 울며불며 가슴을 뜯는 심정이지요. 덕분에 정말 죽도록 간절한 사람에게는 뭐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별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에도 누군가는 인생이 펴거나 꺾이거나 할 수 있거든요...결론은 지금도 노력 중이지만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  무엇보다 억울하고 슬프다는 마음이 커요.


그냥.. 내 개성에다가 필력을 높이는 걸 목표로 쭉 소중하게 내 스타일 간직할걸. 배운 적도 없는 순문학 흉내 내는 글 쓴다고 그간 낭비한 시간과 다시 허비해야 할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면...


그래도 옛날에는 유명한 출판사에서 한 마디 팁이라도 들려주신 게 그토록 감사해서 방방 뛰었었는데. 줏대 없이 그 한 마디에 휘둘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그러나 좋은 성과는 하나도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둠에 빠지면 끝이 없기에, 결국 억지일지라도 긍정적인 마음도 쥐어짰습니다. '결국 그 모든 걸 다 극복하고 났을 땐, 난 쌍검을 쥐게 될 거야.' 라고 말이지요. 전 어린 시절엔 문창과라는 과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진짜 없었을지도?;) 그래서 글에 대해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씁쓸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험은 많이 쌓았다고. 말이지요.


그 쓰린 경험이 어떤 결실을 맺어준 건 아니지만요. 아하하;

그렇게라도 홀로 달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간 많은 분이 아픈 댓글들에 상처받거나 날카로운 댓글로 서로를 상처 입히는 싸움을 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전 혼자 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지요.


"남이 툭툭 뱉는 무책임한 말들에 휘둘리지 마세요." 라고요...


엉엉... 남들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ㅠㅠ
그들에겐 책임이 없지요. 책임은 오직 자신이 지는 것.
휘둘리다가 일이 틀어지면 피보는 건 자신뿐이니까요...


실컷 고생만 하면서 그거 하나 깨달은 슬픈 썰이었습니다.


횡설수설 죄송.


Comment ' 8

  • 작성자
    Lv.98 경천
    작성일
    16.03.23 13:55
    No. 1

    참 알 수 없죠. 제가 군대 가던 12년 때만해도 이런 시장이 생겨날 줄 전혀 몰랐거든요. 안타깝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6.03.23 14:03
    No. 2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은...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필수잼
    작성일
    16.03.23 14:01
    No. 3

    왜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죠?
    순문학스러운 글이면 굉장한 필력인데 왜 다시 되돌아가려 하나요?
    좌백님 소설들 읽어봤죠?
    그정도 문체,필력 갖추셨나요?
    그러면 엄청난 장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6.03.23 14:06
    No. 4

    ^^ 네. 전 글 잘 쓰지 못합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꿈을 놓지 못하는 노력가입니다.
    그래서 이 본문에도 [순문학 흉내 내는 글 쓴다고 그간 낭비한 시간]이라고 썼지요.
    그리고 죄송해요. 좌백님 소설 몰라요. 무협을 안 읽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三人成虎
    작성일
    16.03.23 14:48
    No. 5

    예나 지금이나 지금 말씀하시는 '순문학스러운'글이 장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같을 텐데요.
    출판사에서 그렇게 조언을 했을 리가 없을 텐데..ㅠㅠ

    혹시 말이 너무 많다.. 라는 조언이 전개상 필요한 글줄기 이외의 잡담이나 주변묘사로 중언부언 내용만 불려놓았다 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6.03.23 15:07
    No. 6

    ㅠㅠ 더 정확히는 대사가 너무 많고 묘사가 너무 적다.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이 아니다. 라는 조언 ㅠㅠ 이었습니다. 딱 그 말만... 전개나 내용관련의 친절한 조언까지는 아니었고요. 그 시절엔 장르문학이란 말도 없던 시절이라.. 흠.. 쩝. 이젠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린 기분이지만, 그래도 노력중입니다. 얍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사막보름
    작성일
    16.03.23 22:30
    No. 7

    누군가 장난 삼아 던진 돌에 맞아 원숭이는 애꾸가 되었다
    ㅡ솔제니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6.03.23 22:36
    No. 8

    ' _ T) 장난 삼아 던진 돌에도 애꾸가 될 지경이니, 진지하게 던진 돌에 맞은 나는 어떻게 되었겠느냐고 ... 혼자 어둠 속에서 가슴 치며 괴로울 때 많았지요... 흑흑;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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