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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3 박람강기
작성
04.09.21 10:46
조회
300

이 글은 1999년 권혁범(대전대교수)씨가 쓴 글을 옮겼습니다, 네이버 첫 투표할때 많은 분들이 엥 조작된거 아냐? 이런 느낌이 들정도로 당연히 국보법 폐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저또한 그랬지요. 개정이래서 그래도 개정하면 된다라는 폐지안되면 개정한다니깐 머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결국 존치로 가는 여론조사결과들.

그러면 처음 개정 아니면 폐지 라는 의견은 개정정도는 당연한거 아녔나? 대체 이 결과가 무슨 뜻인가? 폐지찬성 한 분도 궁금할테구 개정찬성한 분도 궁금할테구 존치의견을 낸 분도 의외의 결과에 놀랐을 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요즘 제가 정치적인 이슈만을 보긴 하는데 재밌어서 그럽니다, 약간 웃겨요,

헌재/대법관은 반대하는데 형사법을 가르치는 모든 교수들의 학회인 형사법학회는 또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죠? ㅎㅎ. 법학도라면 왜 그런지 차이에 대해 짐작할 수 있을텐데

일반분들은 장난하는 걸루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알고보면 세상은 요지경 ㅋㅋ

아침에도 뉴스보며 나왔는데 박근혜대표는 2조 참칭조항의 삭제논의 가능하다고 하고 같은 당 여성의원 김영선씨는 2조 빼면 7조 찬양/고무빼고 전부 논리적으로 무용지물 된다고 안된다고 말해쬬. 김영선의원 말이 맞지요. 그런데 왜 박근혜대표는 2조를 협상카드로 들고 나왔을까요? 그것을 지지했다는 당내 의원들의 수와 정체는 무엇일까요?

아주 재밌는 게임입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이런 이면을 보는 공부가 중요하단 것을 알것입니다, 상당한 지식이 바탕이 되야 이런 흐름들에 대해 훤히 알게되지요. 아 물론 전 초보라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이상한 기대는 하지 마시공*.*

100분토론에서 장윤석의원이 최재천의원에게 대통령탄핵은 국민투표로 해놓고 토론해서 그 담에 여론조사하자니깐 왜 열우당은 안하느냐며 비꼬았죠. 그때 최의원 말하긴 햇는데 약간 열받아 얼굴이 붉어졌죠. 열우당편은 아니지만 최근 정책은 지지하며 최의원은 제 선배라 특별히 열우당입장은 이런 것이다, 란 취지로 자료 올립니다,

나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지하철 객차 출입문의 위쪽에 있는 안기부의 광고 잘 보면 보입니다 에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플래시가 번쩍 터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또 동시에 내가 카메라를 겨누었던 대상으로 옮겨갔다, 그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바로 옆에 있는 또 하나의 간첩 신고 홍보물 주변에 혹시 이런 사람 없습니까를 찍었다. 다시 한 번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약간의 웅성거림을 느꼈다, 의혹의 눈길,수군거림,호기심에 찬 시선 등을 느끼며 결국 나는 카메라를 반공 표어 옆에 있는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 사신이 들어 있는 이유식 광고에 조준하고 셔터를 눌렀다, 연이어 그 반대쪽에 있는 다른 소주광고로 카메라를 돌려 재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했다는 듯이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각자 원래 취하고 있던 자세로 돌아갔다,

나는 지난3년간 남과북-문화 통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90년대 한국의 반공주의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주로 초,중,고 교과서 및 언론에 드러나는 반공주의와 길거리에서 접하는 반공 표어 분석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일정한 정치 사회적 효과를 발휘하는 반공주의의 의미 체계를 밝혀 내는 작업이엇다, 그 덕택에 나는 경기도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반공 표어 및 구호를 수집했고 또 어느 시점부터는 그것을 카메라 슬라이드 필름에 담는 작업도 병행했다, 앞에 소개한 경험은 서울의 지하철에서 안기부 명의의 홍보물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반공주의가 지배해 온 사회에서 그것을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게 해준 개인적 사건이었다,

사실 국민의 정부하에서 반공 표어를 연구한다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잡혀 가지는 않는다, 지하철 승객들 중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 신고해서 설사 내가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다 해도 학술진흥재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학 교수가 하고 있는 일을 불온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몰지각한 신문이나 검찰에서 내가 그 동안 북한이나 쿠바의 사회주의에 대해 쓴 논문을 정밀히 검토한다 해도(나는 공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지만)내가 사상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할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나는 무슨 주의자도 아니고 특히 북한의 체제나 주체 사상에 대해서는 이미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연구자이기 때문이다.(꼭 이런 주장을 삽입하고 마는 나!)

그런데도 나는 찍는 데 약간 망설였고 찍고 나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으며 결국 그 시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나도 모르게 이유식 광고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말았던 것이다, 아니, 찬찬히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과연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과연 존재했는지도 의문이다,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낸 따가운 시선 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지하철에서 내가 느낀 것은 객관적 관찰의 결과인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든 그리고 그 순간에 확장된 과대 망상적 피해 의식에서 나오는 주관적 감정에 불과했는가? 별 희한한 놈도 다 있다면서 한 번 쓱 쳐다본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는데 왜 나는 약간의 긴장을 느꼈으며 그 평범한 승객들을 잠재적 신고자로 느꼈던가?

그것은 나(특히 북한을 연구하고 있는 나!)로 하여금 어떤 경우에도 좌경용공, 친북용공의 혐의를 받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이 그런 혐의가 있는 자를 멀리하거나 신고할 것이라는 강박 관념 때문이었다, 개인적 가족적 피해에 대한 과대망상(한순간의 좌경사상 후손에게 눈물된다)그것에 기초한 자기 검열(설마 하는 방심 속에 불순분자 스며든다)낯선 주변에 대한 불신 및 경계(의심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의 메커니즘이 오랜 사회과학적 훈련에도 불구하고, 내 몸 안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머리와 논리와 이성 속에서 한심스러운 것으로 비웃었던 그 반공주의가 순간적으로 어디에선가 솟아올라 내 감정을 순간적으로 지배하고 나에게 일정한 행동을 강제했다는 사실! 유식한 말로 풀자면 반공주의 생체 권력이 연구자의 몸 속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는 현실에서 과연 반공주의에 대한 객관적 연구는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해를 사서 용공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이것이 반공주의의 잔재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약간은 걱정하는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연구 논문의 긴 각주을 통해서 매우 복잡하게 내 정치적 입장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현실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을 실패로 보며 북한 사회주의 체계 및 정권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니까 반공주의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용공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이념적 면죄부를 주려는 불온한 연구로 봐서는 절대로 안된다 고 못박고 시작했다,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얼마나 구차하고 바보 같은 각주인가? 나는 해외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제3세계, 특히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발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또 귀국해서 항상 그 쪽 얘기나 발표 끝에 두 정권 및 체제의 부정적인 특징을 애써 강조하고 끝내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주변의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갖게 된 필요 이상의 피해 의식에서 나오는 이 버릇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와 그것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밝혀 내는 학술적 자세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설명이 요구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유독 예민하거나 피해 의식이 과도한 탓일까? 물론 난 유별나게 예민하다, 특히 쿠바나 북한의 사회주의의 발전의 문제를 연구하면서 민주화와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1980년대에 내가 겪었던 몇 가지 개인적인 경험이 나를 주변의 반응에 예민하고 하고 또 피해 의식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시켜 놓은 탓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탈냉전 시대에서 반공주의는 쇠퇴하거나 그것의 약발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나의 지나친 신중성을 시대 착오적인 것으로 비판할 수 있다, 물론 이념적 수준에서 보면 그 주장은 일리가 있다, 현실사회주의는 실패했으며 북한사회주의의 정치 경제 체제는 이미 남한 사회에서 정당성과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래며 그곳의 처절한 기아 상태는 극우 보수 언론에 의해 왜곡된 사실이 아니라 엄연하게 존재하는 사실임을 잘 안다, 색깔의 대명사였던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된 세상이다, 북풍도 제대로 제때 불지 않았다, 1998년 가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어떤 신문의 최장집 교수 죽이기도 일단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도 이런 글을 겁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공주의가 사라졌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노장은 죽지 않는 법이다, 반공주의는 이제 정치,안보,군사의 영역에서 확산되어 오히려 우리의 일상적 사고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적 비이성적 정치 논리와 정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의 반공주의는 단순한 북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비난이면서 동시에 그것과 교묘하게 결합된 고도의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목적 활동의 성격을 갖는다, 일종의 권력 이성은 그것에 순응하고 굴복하는 대중의 처세술적인(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대중의 입장에서 사실은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사리 판단을 북에 대한 적대적 감정 및 정서와 결합시킨다,

그것은 오랜 세월 내면화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정신과 가슴 속에 특정한 정치 사회적 사고와 행위를 자동적으로 유발시키는 기제를 만들어 놓았다, 그것은 사상적 획일성과 단순성, 군사 동원주의적 심리, 배타적 감시자적 태도, 굴종적 순응적  태도, 반정치적 일원주의 질서 및 도덕주의에 대한 강한 동경과 요청을 유발한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주입되었던 이러한 동경과 요청의 기제가 사회과학적 분석과 비판에 의해 내게서 사라진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내 몸속 깊은 곳에 철저히 정서의 일부로 내면화되어 내 행위와 사고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보안법의 현존과 반공주의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 확보라는 여전한 분단 현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지속되고 있는 권력이다, 이 권력이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는 한 예민한 북한 연구자의 바보 같은 사족은 사회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나는 친북 용공이 아니고 북한을 싫어하며 빨갱이가 아님을 확실히 밝혀 놓고 주류적 생각에 시비를 걸어야만 안전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솟아나는 것이다, 이 점을 자세히 살펴보자,

내 연구 논문의 핵심은 한국의 반공주의 기제가 우리의 몸 안에 특정한 정치 사회적 사고와 행위를 유발하는 일종의 자동적 조건 반사의 회로판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그 회로판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의 회로가 형성되어 있다,

첫째 회로에서는 모든 비판적 생각과 운동, 주류 이탈적 사고나 행위는 좌경,불순,용공,친북의 혐의로 즉각 연결된다, 또한 반공주의 좌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은 스탈린주의에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보적 사상을 좌익 불순 사상으리 카테고리로 단순화시킨다, 민주위장 좌익세력 다시 보고 신고하자, 민주의식 저해하는 불순행동 배격하자,의심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 사회혼란 조장하는 불온문서 신고하자,고 할 때 민주적 주장, 불순한 행동, 수상한 행위 등은 좌익 혐의를 자동적으로 받는 것이고 그 다음 순서로 친북 용공 혐의와 간첩 혐의까지도 받을 수 있다, 즉 수상-불순-좌익/좌경-용공-간첩의 회로를 타고 우리들의 의심은 첫번째 단계에서 마지막까지 자동적으로 이동한다, 수상한 사람과 간첩은 백지 한 장 차이인 것이다, 분별없는 좌경용공 북한오판 자초한다, 좌익세력 경계하여 민주화합 이룩하자, 좌익폭력 밀어내어 민주안정 이룩하자,좌경용공 이적행위 경계하고 신고하자,등의 표어나 좌익 사범 신고......운운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이미 좌파적 언행의 공간을 완전히 좌익시, 불법시함으로써 사상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1항과 제37조2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좌경 용공 논리를 확대하면 좌파 사회민주주의자도 신고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적 정당이 정권을 잡은 국가들과의 교류도 끊어야 한다, 토니 블레어를 경계하자!?민주노동당은 신고하자!?

이러한 반공주의의 렌즈에서는 분홍색,주황색,빨간색의 구분이 없다, 모두 다 빨갱이인 것이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는 좌에 대한 정치적 공간 박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좌익,좌경은 위장,폭력,불순,혼란의 담론과 동일시된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전혀 좌파나 공산주의와 관계없는 영역에서의 지배적 담론에 대한 도전도 반공/용공의 이분법에 걸려 들기 쉽다, 왜냐하면 반공주의처럼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자를 순식간에 완전히 수셍에 몰아넣는 좋은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 수상한 데가 있어서...... 그사람 사상이 좀 이상한 게......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그 당사자는 아무런 근거 없이도 자신을 열심히 방어해야 하는 수세적 위치에 저절로 놓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대한 혐의가 불려도 여전히 그를 의심하는 주변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물론 과거에는 이런 혐의를 받으면 상당히 물리적 폭압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했다.) 당사자의 사상이나 행위가 친북 용공, 좌경 이냐에 관계없이 이런 낙인 찍기의 효과는 발휘된다,

따라서 반공주의는 한국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을 지배적 규범 지키기의 감시자로 만들어 버리며 체제 규범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사람에게 혹 이러다가 용공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고 겁먹게(좌경용공 이적행위 경계하고 신고하자,국가발전 가로막는 용공책동 분쇄하자.), 이탈자를 목격하는 사람에게는 혹 저 사람이 북에서 내려온......(어떤 맥주 광고는 장난이 아니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서(간첩은 표시없다 너도나도 살펴보자,우리 마을 간첩 있나 다시 한번 살펴보자) 양측에게 심적 부담을 부과한다, 더구나 밝아오는 선진조국 자수하여 동참하자, 속은 인생 어제까지 밝은 생활 오늘부터라는 구호는 그것을 읽는 주체인 나를 간첩으로 가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간첩이 분명히 아닌 우리도 그것을 읽는 순간 자신이 언제고 간첩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부담을 스스로도 모르는 새 갖게 된다, 신고와 자수를 권유하거나 강제하는 반공 구호가 과연 간첩잡기만을 위한 것인가? 이러한 부담을 통해서 억제되는 것은 단순히 진짜 간첩의 첩보활동만이 아니고 모든 형태의 수상하고 이탈적이고 진보적인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도전적 생각과 행위이다(오해하면 안된다, 내가 대한민국에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런 모든 표어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간첩은 우글거리지 않을 뿐이며 따라서 수십만 개의 반공 표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만약 진짜 간첩을 보면 112혹은 113으로 신고하면 된다, 사실로 밝혀지면 엄청난 상금도 받는다, 숨어있는 간첩 신고하여 애국하고 상금타자!)

두 번째 회로에서는 혼란,분열,해이는 즉각 불순  책동, 북한의 도발 위험, 안보 불안과 동일시된다, 혼란 속에 간첩오고 안정 속에 번영 온다, 좌익폭력 사회혼란 북한오판 초래한다, 분별없는 좌경용공 북괴오판 자초한다, 너와 나의 방심속에 무너지는 국가안보, 흔들리는 안보정신 경제불안 사회불안 따위의 구호는 자동적으로 혼란과 방심과 분열에 대한 대항 정서 다시 말해 질서, 안정, 안보, 단결 ,번영을 준강제적으로 즉각 요청하는 심리를 만들어 낸다, 걸핏하면 언론이나 정부가 사회 불안을 강조하면서 안보 의식 해이, 기강 이완이니 우리 내부의 허점, 뒤숭숭한 세태 운운할 때 뻔히 요청되고 강화되는 것은 풀어 줬더니 군기가 빠졌다는 식의 군사주의적 질서 의식이다, 24시간 경계하고 의심하고 방심하지 말고 긴장하며 살아야만 한다는 심리적 강박을 요구함으로써 이러한 질서 의식이 강화된다, 최근에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나 탈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약화되기 쉬운 이러한 의식을 강화하가 위해서 동원되는 것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공포다, 북한은 변함없다 위장평화 경계하자, 붕괴직전 북한체제 대남도발 경계하자, 인민은 기아절망 김정일은 남침준비 등의 구호에는 남한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압승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공포를 조장, 주입하려는 집요한 의도가 살아 있다,

이러한 분열 공포 혹은 이완 공포는 집단 광증이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한 적대적 감정만으로 환원될 수 없고 반드시 그 배후에 앞서 설명한 권력 이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권력 이성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북한의 도발 경계나 예방이 아니라 매우 권위주의적이며 수직주의적인 질서의 정당화이고 그것에 대한 도전을 사전에 억지하거나 혹은 일시에 무화시키는 것이다(물론 인간은 로봇이 아니고 한국인은 모두 바보가 아니므로 이러한 권력 이성이 설치한 회로를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그러나 그것을 시도한 수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폭압과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것을 목격한 대다수 사람들은 회로제거, 아니 회로 발견조차 스스로 거부하며 그것을 자발적으로 내면화하며 살아 왔다)

한 마디로 우리는 반공주의 회로판의 작동을 통해 매사에 겁먹고 움츠리게 되면서 타인의 눈에 의존해서 사는 비주체적 주체로 전락한다, 아니 오로지 반공과 애국의 주체만이 활개를 치고 개인/여성/시민 등으로서의 주체는 말살되는 결과를 빚었다. 북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개인의 인권과 행복, 여성의 권리, 사상의 자유가 뭐 그리 중요할 것인가. 또한 분열과 혼란을 금기시하는 정치 사회적 심리가 아예 한국인의 심성의 일부로 전환되면서 모든 형태의 사회적 도전과 이탈을 두려워하는 사회적 차원의 문화가 굳건한 헤게모니를 확보했다(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들어온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자신의 눈이 타인의 눈, 정확하게 말하면 소수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직되고 생산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이미 대체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세기를 넘게 재생산된 반공주의 회로는 모든 불법적이고 부패한 현실을 코앞에서 보면서도 그럭저럭 순응하고 사는 버릇(좋은게 좋은 거지 뭐. 세상이 다 그런 거지). 그것에 대한 도전이 도전자 개인에게 쓸모없는 고통과 번민을 안겨 줄 것이라는 공포(너 혼자 그래봐야 너만 손해야. 세상이 바뀌겠냐). 이것을 통해 유지되는 집단적 범뵈 행위에 대한 동참과 인정(너나 나나 다 그렇게 뜯어 먹으며 사는 거지. 도덕 군자라고 별 수 있냐?)의 정치 사회적 문화를 더욱 강화하는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하였다,

우리 몸 안에 자리 잡은 이러한 반공주의 회로는 체제 순응성을 강제하는 정치 사회화 과정을 통해 불균형 발전과 사회 이익의 불균등 재분배로부터 오는 사회적 약자의 저항을 봉쇄하고 길들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반공주의는 이제 단순히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거부가 아니고 한국 사회의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질서를 정당화하고, 보호하고 그것을 재생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생체 권력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이미 안기부/교육부를 정점으로 한 국가 권력이 강제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외부적 이데올로기의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반공주의는 이미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과 가슴속에 한국적 정서의 일부로 내면화되었으며 따라서 그것은 국가 권력 못지 않은 또 하나의 권력인 것이다, 그것을 국가나 극우 언론이 강요하거나 조작하는 외부적 이데올로기로만 보는 것은 반공주의의 뿌리와 비강제성을 과소 평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나 한국 사회으 위기시에 일상적 의식의 저변으로부터 순식간에 부상하여 안보 최우선성을 앞세우고 정당화하는 집단적 심리의 결집을 불러일으키면서 실천적 힘으로 전화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배 집단은 지배층 내부의 파열을 봉합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세력의 힘과 정당성을 일시에 무력화시킨다.(물론 그게 시간이 갈수록 뜻대로만 잘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짧은 글에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러한 내면화된 반공주의의 생체권력을 일종의 분단규율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그것은 북한의 시대  착오적 봉건적 주체 사상이 그러한 것처럼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필요한 과잉 억압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상의 자유를 축으로 하는 근대적 자유와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개인의 행복 추구와 한국 사회의 정상적 발전에 치명적 장애를 초래했다, 북한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제거된 반쪽 사회가 남한에서는 사회주의와 좌파 사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수용이 철저히 금기된 반쪽 사회가 형성되어 한반도 주민들의 의식과 행위를 비정상적으로 절단하고 옥죄어 왔다, 레드 콤플렉스와 블루 콤플렉스를 남북한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주조하는 이 과정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가는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하자,

모든 것을 용공과 반공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사회, 차이와 다양성을 묵살하는 사회. 적과 동지를 명확히 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절 입장권/자판기 컵/지하철 안내 방송ㅇ르 통해 모든 이웃을 잠재적인 간첩으로 의심할 것을 24시간 요구하는 사회, 모든 비판적이고 이탈적인 문제 제기가 불순 혐의를 받을 수 있는 그래서 말조심해야 하는., 또 그래서 나는 빨갱이가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사회,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혐의를 받은 즉시 집단적 이지메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회, 좌경 자체가 범죄인 사회, 사상의 자유가 사회적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우리들은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이 사회가 변하지 않고서 우리들은, 아니 나는 과연 온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집단적 정신 병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남한이나 북한이 과연 통일을 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해도 그런 통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반공주의 회로판에 토대한 분단 규율을 넘어서는 일, 즉 탈분단은 꼭 통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나의,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나는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반공주의 권력과 오늘도 씨름하고 있다, 내 몸에서 이 이질적인 회로를 발견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문제는 그것을. 이 몸 속 외계인을 내 몸속에서, 가슴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일이다, 그것은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나는 지하철에서 안기부 홍보물을 찍을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이유식 광고 따위를 이유없이 찍는 짓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얼마 전 드디어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변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시선이었나 아니면 또 하나의 나의 시선이었나? 질문은 계속된다.

읽는 분이 있을지 모르겟네요.  이런 류의 글에 평소 흥미가 있지는 않은데 이번 국보법사태의 여론 조사에 꽤 충격을 받았네요. 그래서 나름대로 글을 요즘 읽었지요.

윗글은 그 중 가장 가벼운 문제의식을 담고 있고 제 생각과 상당히 다릅니다, 헌데도 가장 짧게 요약된 글이고 약간은 가볍고 재밌어서 올립니다, 다른 글은 너무 길어 타자 못치겠어요;; 읽으신 분이 있다면 가볍게 댓글 정도만


Comment ' 2

  • 작성자
    붉은이리
    작성일
    04.09.21 11:24
    No. 1

    어릴때 한국이 분열되고 서로 왜 싸우지라고 생각한적이 있더랬죠
    아무리 생각이 틀리다고 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 ㅡㅡ;;
    통일 통일 외치면서 남한과 북한은 왜 제대로 된 대화를 안할까요..
    통일은 언제가 될련지... 나참...
    진짜 막말로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통일도 될걸요?
    통일이 안되는 이유가 남한이나 북한이나
    윗사람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을려고 하는것 같고
    국민들도 통일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같군요 말로만 통일이지
    그다지 신경을 안쓰는 것 같기도 하고
    설문조사에서도 통일 안했으면 한다에 표는 적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적은편은 아니었다는...
    그거 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본글이랑 별루 상관 없는 이야기를 적어버렸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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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金剛槍破
    작성일
    04.09.21 17:19
    No. 2

    우오 눈아퍼 나중에와서 읽겠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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