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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무기와 무술과의 관계

작성자
Lv.9 竹槍
작성
16.06.03 20:50
조회
1,954

정담떡밥에 화약무기떡밥이 나와서 글 씁니다


 화약이라는게 발명되고 전쟁에 사용되면서 전략과 전술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은 모두 알만한 사실입니다.


 냉병기시대에 밀집방진을 짜서 밀어붙이기 힘싸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화약무기가 발달하면서 점점 진형이 느슨해지더니 선형진을 거쳐 결국은 산개대형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변화됩니다. 이러한 일의 근본적 원인은 화약무기가 가진 살상력과 방어기술 수준의 괴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화약무기의 살상력은 월등한데 이를 막을 기술이 부족하니 기존의 종심이 깊은 밀집대형에서 점차 종심이 얕아지는 진형에서 종심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총기가 가진 살상력을 극대화한 선형진이 나타나게 됩니다. 

 어차피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이면 일단 쏘고보자는 사상의 극대화가 선형진이고 산개대형인 것입니다.

 기존의 방어기술을 모두 무시하는 신무기에 주목한 국가들은 이런 무기들을 시급히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치명적인 위력을 가진 무기를 함부로 밖으로 내돌릴 국가가 있을 리 없습니다. 제정신을 가지고 통제력을 가진 국가라면 화약의 생산과 유통을 모두 정부에서 통제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이 화약이라는게 생산하기도 쉬운 물건이 아닙니다.  당시 만들어지는 흑색화약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초석인데 이 초석을 만들어내는게 어려운 일입니다. 왜란 전 조선이 군기시에 보관한 초석이 고작 15톤 정도에, 왜란기 연간 초석 생산량이 1.5톤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생산과 수요법칙에 따라 생산량이 적고 수요가 많으면 자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즉, 보급이 훨씬 비싸지고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화약무기의 발생으로 보다 많은 머릿수가 총을 쥐고 쏘는게 전쟁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국가들이 점차 대규모 상비군체제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전쟁의 규모가 커지게 되고 화약무기를 막기 위한 성형요새와 같은 신형요새가 건축되는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전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이 엄청난 전비때문에 유럽에선 어지간한 봉건영주들은 군대유지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조선시대에도 훈련도감 상비군을  유지하느라 허리가 휘었다고 하는데, 중앙집권을 유지한 조선이 이럴진데 기껏해야 자기동네에서나 큰소리치는 봉건영주들은 어떨까요?


 우리가 역사시간에 화약때문에 서양의 봉건제가 무너졌다고 배웠지만 사실 정확히 하자면 이 화약의 위력때문에 봉건제가 무너진게 아니라 화약으로 인해 변화된 보급체계를 견디지 못한 봉건영주들이 무너진 것이라고 보는게 좀 더 정확합니다. 즉 전쟁의 요점은 돈지랄입니다.


 이제 위의 두가지 요소를 가지고 무림과 화약무기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무림은 보통 중국을 모델로 하고 중국은 중앙집권국가입니다. 이런 중앙집권 국가에서 위와 같은 치명적인 위력을 가진 화약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통제권 밖에서 지역사회에 이런저런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력집단이라는 것은 정부입장에선 매우 거슬리고 위협적인 존재들이므로 언제나 이들에 대한 감시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제 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지역사회에서 거들먹거리면서 공공연히 관과 대적하는 도적이나 마피아 비스므리한 종자들을 곱게 봐줄 리가 없는데 거기에다 이런 놈들이 집단단위로 화약을 가지고 집적거린다? 그야말로 토벌해 달라고 용쓰는 꼴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국가에선 화약무기는 군용일 수밖에 없고 민간에서 사용되더라도 관에 철저히 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론 비용문제입니다. 위에도 이미 말했듯이 화약이라는 건 비싼 물건입니다. 게다가 한번 만들어둔다고 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한것도 아니고 한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소모품입니다. 기껏해야 지역에서나 큰소리치는 무력집단들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비용을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는 상황이라면 대답은 밀거래뿐인데 그렇게 되면 가격은 더 크게 상승할게 분명한 일입니다. 게다가 정부에 이러한 사실이 적발되면 그날로 자신들의 존속은 더이상 장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무림의 집단들 입장에선 이러한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약무기를 입수해서 써먹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겁니다. 결론은  얻는 이득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으로 나오겠죠. 


 즉, 화약무기 없이 현상유지가 정답이라는 건데 여기에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무림이라는건 무술을 익힌 무력집단들간의 공동체사회라고 보면되는데 이 화약이라는 것이 무력의 평준화를 이뤄버립니다. 무술이라는 것은 익히기 어려운 것이고 무술의 원리라는 것이 상대에게 넘어가버리면 파훼당하는것도 비교적 쉬워집니다. 어렵게 익힌 것이 쉽게 파훼되지 않으려면 자연적으로 전수는 폐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무술이라는 건 책만 가지고 익힐 수도 없는거고 누군가가 옆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줘야 합니다. 

 헬스를 해본 사람들은 알텐데 어디서 책이나 동영상만 보고 운동을 익히면 틀림없이 이상한 버릇이 들어서 자세가 틀려지고 나중에 드는 무게가 올라가거나 하면 다치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운동을 잘 아는 누군가가 옆에서 자세를 교정해줘서 처음부터 제대로 익힌 다음에 난이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죠. 자 그런데 이렇게 운동을 배우는데 맨입으로 될까요? 퍼스널트레이너를 붙여서 하면 한달에 몇십만원이고 아는사람이면 최소한 음료수하나는 사줘야 사람다운 일이죠. 


 태권도도 1단을 따려면 보통 1년은 배워야 하는데 옛날 무술들은 더하겠죠. 거기다 절정고수가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무술을 배워야 할까요? 옛날 무협지에서 보면 은거고수에게 물긷기 삼년, 빨래 삼년, 밥짓기 삼년 이렇게 허드렛일 해주고 무술을 배웠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수년간 무술을 배웠는데 문제는 결국 총앞에선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이란 것입니다.

 수년 혹은 십여년 넘게 무술을 배워 출도했는데 총을 맞고 바람구멍이 나서 죽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총기가 없을 때는 그나마 그게 무력을 가질 방법이지만 총기가 생겼으니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나도 떨어지죠. 실제 역사에서도 검술이나 창술과 같은 병장기술은 총기가 발달하면서 도태됩니다. 중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습니다. 한국은 특히 더 그런게 검술은 이미 조선시대에 단병접전에 필요한 무술들은 철저히 도태되고 활 정도만 육예의 일종으로 권장되어 살아남게 됩니다. 


 이렇게 살인기술로서의 무술의 효용성이 도태되게 되므로 자연적으로 굳이 돈과 시간을 퍼부어서 배울 필요가 무에 있느냐는 근원적 물음이 생가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무술가들은 살인기술에서 정신수양으로 자신들을 간판을 바꿔달고 생존을 모색하게 되는거죠. 병장기가 횡행하던 시대엔 별 효용이 없고 병장기술의 부속기술로 존재하던 맨손무술이  발달하고 주류로 올라서는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즉, 화약으로 인해 무술은 살아남을 수 있어도 무림은 살아남기가 힘들 겁니다.

 

  기영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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