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견사불구--외면하기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3.03.28 14:30
조회
58

 조금 전에 유투브에 동영상을 보러 갔더니, 월드비전에서 광고를 올렸습니다. 뼈에 가죽만 입힌 듯한 기아난민의 동영상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불쌍하고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더 볼 수가 없었습니다. ㅠ ㅠ 더 큰 문제는, 제가 저들을 도울 돈이 없다는 점이었죠.... 


김용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는 무슨 병이든 다 고치는 호청우라는 의원이 나옵니다. 이 호청우는 마교(명교)를 믿는 무림인이기도 합니다. 호청우의 별호는 ‘접곡의선’인데, 나비가 많은 골짜기의 신선 같은 의원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그는 ‘견사불구’라는 또 다른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것은 그가 마교 교인만 치료하고, 다른 사람은 치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병으로 죽는 것을 뻔히 보면서 ‘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는 의사’이니, 참으로 이상한 의원입니다. 


1984년 미국의 가수와 배우들이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서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그것이었죠. 가뭄과 내전으로 수없이 많은 난민들이 굶어 죽어갔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가사를 썼다고 하죠. 그 노래의 동영상은 유투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새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에서 가난을 영원히 없애는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굶주림을 없애는 방법을 꼭 찾고 싶었습니다. 대충 45년쯤 된 ‘오래 된 욕망’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굴뚝 같기는 해도 제 돈벌이 능력은 무능력자에 가깝기 때문에 저는 ‘견사불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기가 번 돈은 자기 마음대로 쓴다’는 경제적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남이 굶어 죽든 말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는 면죄부를 발행해 주고 있지요. 남을 가난에서 구원하는 것은 돈이 들기 때문에 몹시 부담스러워서 모두들 ‘견사불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 비난할 수도 없고, 서로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기아 난민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양심에 가책을 받을 뿐입니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와 우유를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굶주림에서 벗어난 게 겨우 40년~50년 전이라는 얘기입니다. 박정희 일당이 쿠데타를 저지르고 독재를 일삼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국민들은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 공로를 더 중시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박정희의 공로가 과대평가되었다고 확신합니다만...) 오늘날에는 쌀이 과잉생산되어서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 


1995년에 북한도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북한에 쌀을 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기껏 보낸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많은 보수우파 국민들도 이 운동을 반대했습니다. 현재의 적대관계만 생각하면 일견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반대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는 9만원인가 13만원인가를 보탰습니다... 돈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없지만... 


<월드비전 광고를 보고 우울해서 이 글을 씁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68 고지라가
    작성일
    23.03.30 04:25
    No. 1

    호청우는 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아서 원한을 사 죽잖아요. 갑질의 최후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네발개발
    작성일
    23.04.01 08:33
    No. 2

    자기것 아까워하는건 인간의 본성이고 또 보통 도와줄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구요. 다만 인간의 본성에는 인의예지 도 갖추고 있으니 남의 아픔을 측은해 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내는것 도 훌륭하고요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보태는것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전체 커뮤니티 게시판 이용 안내 Personacon 문피아운영자 21.12.28 1,173
254476 문피아 나만 느리나? NEW +2 Lv.99 소시지에그 24.04.26 18
254475 문모전 NEW Lv.52 사마택 24.04.26 53
254474 오늘 가장 핫했던 민희진 기자회견! +5 Lv.85 백우 24.04.26 83
254473 문피아 왤케 느려요 Lv.94 dlfrrl 24.04.26 22
254472 오우 댓차단작가 추가요~ +11 Lv.34 트수 24.04.25 89
254471 여러분은 달에 얼마씩 저축하나요. +2 Lv.52 사마택 24.04.23 112
254470 자기 설정이 이상한걸 모르는건지 +21 Lv.34 트수 24.04.21 283
254469 강호정담을 보질 말아야 하는데 +1 Lv.27 섬작 24.04.21 182
254468 추천게시판에 선발대글 사라졌네.. Lv.34 트수 24.04.21 107
254467 작가가 댓글을 지우면 기록이 남았으면 좋겠네 +5 Lv.99 아이젠 24.04.21 98
254466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는 건 정말 개이득이 아닐까? +2 Lv.22 pascal 24.04.21 76
254465 (펌)독서율 +4 Lv.71 천극V 24.04.21 60
254464 제목알려주실준 계신가요 Lv.60 맹그 24.04.21 37
254463 아니, 작가는 독자 아니냐? +7 Lv.23 별랑(別狼) 24.04.20 167
254462 문피아 홈페이지만 휠 돌아감이 안되길래 마우스 고장인 ... Lv.18 치맥세잔 24.04.20 45
254461 소설을 쓰다가 왜이렇게 선호작이 안 늘지?라는 생각에 ... +2 Lv.18 치맥세잔 24.04.20 104
254460 글 제목 찾습니다 +1 Lv.66 해피바쿤 24.04.20 33
254459 문피아가 해야 할 것 +15 Lv.34 트수 24.04.20 172
254458 제목 알려주세요ㅠ +2 Lv.51 킹갓제너럴 24.04.20 37
254457 웹소설의 장점을 활용하지도 않네 +7 Lv.34 트수 24.04.20 126
254456 이소설 아시는분... 도와 주세요.. +2 Lv.60 고리땡 24.04.19 75
254455 요새 읽을 게 진짜 없네요 +6 Lv.50 혈월야 24.04.19 218
254454 작가님들 시간 걸려도되니까... +4 Lv.6 로모니스 24.04.19 128
254453 내가 느린 건지. 여기가 느린 건지. +1 Lv.34 n5******.. 24.04.18 75
254452 선호작 유감 +3 Lv.82 다훈 24.04.17 180
254451 제목 좀 알려주세요 .. +1 Lv.51 pe** 24.04.17 66
254450 소설 제목 찾습니다 +2 Personacon 유성처럼 24.04.17 58
254449 페이지 이동 할때마다 뭘 로드 하길래 느리냐 +1 Lv.99 아이젠 24.04.17 174
254448 요새 부쩍 볼게 많아진 느낌이다? +7 Lv.23 별랑(別狼) 24.04.16 16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