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유투브에 동영상을 보러 갔더니, 월드비전에서 광고를 올렸습니다. 뼈에 가죽만 입힌 듯한 기아난민의 동영상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불쌍하고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더 볼 수가 없었습니다. ㅠ ㅠ 더 큰 문제는, 제가 저들을 도울 돈이 없다는 점이었죠....
김용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는 무슨 병이든 다 고치는 호청우라는 의원이 나옵니다. 이 호청우는 마교(명교)를 믿는 무림인이기도 합니다. 호청우의 별호는 ‘접곡의선’인데, 나비가 많은 골짜기의 신선 같은 의원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그는 ‘견사불구’라는 또 다른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것은 그가 마교 교인만 치료하고, 다른 사람은 치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병으로 죽는 것을 뻔히 보면서 ‘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는 의사’이니, 참으로 이상한 의원입니다.
1984년 미국의 가수와 배우들이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서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그것이었죠. 가뭄과 내전으로 수없이 많은 난민들이 굶어 죽어갔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가사를 썼다고 하죠. 그 노래의 동영상은 유투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새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에서 가난을 영원히 없애는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굶주림을 없애는 방법을 꼭 찾고 싶었습니다. 대충 45년쯤 된 ‘오래 된 욕망’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굴뚝 같기는 해도 제 돈벌이 능력은 무능력자에 가깝기 때문에 저는 ‘견사불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기가 번 돈은 자기 마음대로 쓴다’는 경제적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남이 굶어 죽든 말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는 면죄부를 발행해 주고 있지요. 남을 가난에서 구원하는 것은 돈이 들기 때문에 몹시 부담스러워서 모두들 ‘견사불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 비난할 수도 없고, 서로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기아 난민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양심에 가책을 받을 뿐입니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와 우유를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굶주림에서 벗어난 게 겨우 40년~50년 전이라는 얘기입니다. 박정희 일당이 쿠데타를 저지르고 독재를 일삼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국민들은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 공로를 더 중시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박정희의 공로가 과대평가되었다고 확신합니다만...) 오늘날에는 쌀이 과잉생산되어서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
1995년에 북한도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북한에 쌀을 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기껏 보낸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많은 보수우파 국민들도 이 운동을 반대했습니다. 현재의 적대관계만 생각하면 일견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반대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는 9만원인가 13만원인가를 보탰습니다... 돈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없지만...
<월드비전 광고를 보고 우울해서 이 글을 씁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