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피아 서버 증설과 관련에 해당 사이트 내에서 의견들이 분분한데, 사실 서버 증설 이후 사이트가 느려지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벌써 타 사이트 이동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요즘 같이 빠른 인터넷에 익숙한 시대에 너무 늦게 작업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문피아 운영진은 뭐랄까, 너무 폐쇄적인 느낌이 강해서...
어쨌든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문피아 이야기가 아니면서,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1. 리뉴얼?
요즘이야 외래어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는 시대라서... 어쨌든 리뉴얼이라는 건 '개편'이라는 뜻이다. 새단장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기존에 접근성이 불편했다거나 하는 것들을 열심히 고치는 것들이 '주된' 목표이며, 사이트를 새롭게 꾸며 기분을 환기하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필자의 주관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기존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사이트 메인 그림이랑 인터페이스의 '분위기'만 대충 바꿔놔도 리뉴얼이라고 하니 '개편'이란 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분위기를 바꿔주면서 신선한 느낌을 갖게끔 하는 '디자인 리뉴얼'이란 의미라면 틀린 말은 아니다.
2. 사용자 인터페이스
리뉴얼에는 보통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뜯어고치는 것이 필수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이런 저런 메뉴를 좀 더 사용이 간편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의 몫이다. 이건 사이트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이나, 뭐 그런 곳에서도 심심찮게 제기되는 내용이며, 뭔가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여길만한 것들은 편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고, 인터페이스가 짜증나서 즐기지 않던 콘텐츠도 리뉴얼을 통해 '바꼈다는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게 만든다면 성공한 리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3. EZ2ON
뭐, 어떤 게임이든 BM 스타일의 리듬 게임이라면 국내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정말 처참하게 망했다. 왜 망했나? 리뉴얼 때문이다.
일단 이 게임은 애초에 인터페이스 개발자부터 글러먹었다. 무슨놈의 인터페이스가 이렇게 그지같을 수가 있는지, 정말 머리를 열어보고 싶을 정도다. 너무 오래 돼서 잘 생각은 안 나지만, 이 게임이 '처음' 망했을 때 리뉴얼 때문에 안 그래도 거지같은 인터페이스가 '더' 거지같아졌다. 모양만 그럴싸하게 빠지면 뭐하나? 뭐 하나 들어가서 구매를 하거나, 아이템을 끼우거나 하려면 이거 누르고 저거 누르고...
가장 거지같았던 것은 '해금' 시스템 '개편'이다. 어딜 봐서 개편이란 건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이 망한 이유는 이 거지같은 해금 시스템이 가장 큰 몫을 했다. 베타 때 한참 재밌다고 플레이 하던 곡을 오픈 시점에 맞춰서 다 잠궈버리고, '그 곡 플레이 하고 싶어? 렙올려 ^^' 이러고 있는 꼴이니 정이 떨어질만도 하다. 게다가 렙이 안 돼도 해당 곡을 '시간제'로 열 수 있는 아이템인 '해금열쇠'라는 게 있는데 이게 하루에 1000원이었나? 3000원이었나? 하여튼 말도 안 되는 더러운 가격으로 책정해 놨다는 거다.
오픈한지 1년도 안 돼서 망한 게임이며, 몇 년 후에 다시 등장했으나, 이 등신같은 것들은 기존 EZ2ON이 왜 망했는지 알고는 있는 건지. 예전 게임 그대로 가져와서 'Rebirth' 뭐 이딴 개소리나 하고 자빠졌으니, 기다리던 사람들은 복장이 터지냐, 안 터지냐? 그나마 나와줘서 고마워 하고 하다보니, 결제 시스템은 예전보다 더 병신이 되어서 나왔다.
모든 곡은 하루에 딱 3번만 플레이 가능하며, '해금열쇠'와 '자유이용권'이 있는데, 자유이용권은 하루 플레이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려주는 역할 밖에 하지 않고, 해금열쇠는 히든곡을 포함해 잠겨있는 모든 곡을 열어준다. 그러니까...
히든곡을 다 열고 모든 곡을 횟수에 관계없이 내 맘대로 플레이 하고 싶으면, 저 두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데, 그러면 하루에 5000인가가 깨진다. 미친 거 아닌가? 역시 두 번째 망한 것도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뭐하러 개발비 붓고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4. 플레이포럼
사실 EZ2ON보다 심각한 것이 바로 플레이포럼(이하 플포)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본 게임 사이트는 한때 인벤을 뛰어넘는 엄청난 게임 커뮤니티였다. 사실 인벤이 시작된 것도 플포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만든 것이었으니, 당시만 해도 명실상부한 최고 게임 커뮤니티라 해도 과연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 이것도 리뉴얼 때문이다.
사이트가 며칠 문 닫고 서버 이전 및 리뉴얼 예고를 했을 때만 해도, 과연 어떻게 바뀔 것인가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바뀌고나니, 예전 자료들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흰 바탕에 회색 글씨를 써놔서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따위로 리뉴얼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게시판 접근성은 정말 거지 같았고, 플포는 회원간 레벨 경쟁이 있었는데, 이걸 플포 측에서 콘텐츠화 시킨답시고 '팬fan'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게시판마다 '맛팬 하실분?'이라는 글이 도배될 정도로 플포 레벨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었다.
사이트 디자인은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떤 게임 게시판에 들어가도 죄다 흰배경에 회색 그림 회색글씨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어떤 게임이건 게시판은 팬 시스템 관련 도배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쯤되니 회원들 간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리뉴얼 실수를 인정한 플포측은 어떻게든 현 상황을 해결해보려 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회원들은 플포를 떠났다. 나중엔 조금씩 바뀌고 있었지만, 애초에 리뉴얼을 그따위로 한 개발자나, 그걸 승인한 놈이나, 다 똑같이 멍청한 놈들...
5. 마치며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리뉴얼이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리뉴얼 잘못하면 저렇게 그냥 망하는 거다. 이건 소설에도 적용되긴 하나... 사실 소설이야 뭐... 리뉴얼 내용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리뉴얼 한답시고 연재 접고 그래서 망하는...
어쨌든... 리뉴얼은 양날의 칼이다. 정말 해야 한다면, 잘 생각해서 하기 바란다.
(본인 블로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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