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전문직이 단순히 등장하는 경우를 넘어서서 주인공이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고,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식이 있거나, 사전 조사가 깊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해당 전문직 종사자로서 주인공의 업무능력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큰 수단 중의 하나이니 어쩌면 당연할것도 같구요.
그 반면에 단순히 특정 에피소드를 풀어나가기 위한 도구로써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 전문직 종사자를 등장 시킬때는 해당 분야 종사자라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그냥 넘기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제가 유료결제를 하면서 잘 읽고 있는 작품 중에도 경찰관인 주인공이 변호사를 상대로 협상을 하면서 상해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가 아직 치료중임에도 지금 당장 살인죄로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이 있는데, 그 말을 듣는 변호사라면 아직 생존해 있는 피해자의 대리인이 살인 미수나 상해도 아니고 살인죄로 고소/고발을 하겠다는 말을 꺼낼때 어쩌면 당연하게(?) 블러핑이라는걸 알고 협상의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해야 할 상황에서 그대로 주도권을 뺴앗기고 주인공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 당연한 얘기지만 살인죄는 죽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품에 묘사된대로 꽤나 경력이 긴 변호사와 주인공인 경찰관 모두 ‘피해자가 병원에서 치료중’이라는 말과 ‘살인죄’는 양립하지 않는다는것을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나름 업무능력을 인정받는 성실한 경철관인 주인공이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을 두고 살인죄 를 운운하거나. 그걸 듣는 변호사가 “치료가 잘 되길 빌어야지 살인 운운하시면 되겠냐”는 식으로 받아 치는것도 아니고, 성립하지도 않은 살인죄 운운에 쫄아서 협상의 주도권을 내준다는건 말도 안되죠. 법률 전문가라는 직종은 특히나 그런 논리의 헛점을 찾아내고 파고들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또 다른 무료연재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안면이 없는 고인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출판사 편집장에게 주인공의 연락처를 문의했을 때, 편집장은 주인공의 동의 없이 연락처를 변호사에게 넘겨주고, 변호사는 그 번호로 주인공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는 장면이 나오던데, 업무상 취득한 타인의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기는 편집자나, 그렇게 얻은 개인정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변호사나 모두 그 직종과 경력을 지닌 사람들의 합리적인 상식을 지니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변호사라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면서 주인공이 연락을 해 줄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거나, 주인공이 허락한다면 자신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해야 할것이고, 편집장은 주인공에게 혹시 전화번호를 알려줘도 될 지, 아니면 주인공이 그쪽에다 연락을 할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나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은 처벌이 그 개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에게도 관리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까요.
작중 등장인물이 그냥 평범한 동네 친구들 끼리라면 몰라서 그럴수도 있는 얘기지만, 해당 인물이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와 사법권의 집행자인 경찰, 작가와 작품의 법률적 권리를 관리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이라면 그 정도 지식은 있어야 할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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