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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미노타우스로 살아남기

작성자
Lv.53 사마택
작성
20.07.15 00:30
조회
79

 유 범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싸였다.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골격을 물려받아 큰 키에 넓은 어깨. 잘빠진 몸매 비율과 소싯적 여러 남자깨나 울린 배우 출신인 어머니의 미모가 얼굴로 몰빵하여 개씨ㅂ 사기적인 외모를 지녔다.

  외모의 힘은 굉장했다.

  어른들과 또래 친구들 할 거 없이 그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걸 바탕으로 편안한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주말이나 방학에 힘든 알바로 푼돈 벌고 만족할 때 그는 피팅 모델로 편안하게 대접받으며 돈을 벌었고 아이돌 뺨따귀 치는 외모는 온라인에서도 통했다.

  겉모습은 핵인싸 킹왕짱이었지만. 그 빛나는 외모가 아니었다면 그는 사실 쫄아싸 덕후였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했고 잘했다.

  게임 센스와 잘난 외모로 그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고 길지 않은 시간에 대박을 터트렸다.

  그 덕에 케이블 방송에 몇 번 출현했고 공중파 게스트로 한번 나온 게 제법 화제를 끌어서 그 계기로 게스트에서 패널이 되어 잘나가는 인생이 되었다.

  공중파 촬영이 없는 날 개인 방송을 켜고 좋아하던 게임을 실컷 하던 중 갑자기 경끼를 일으켜 쓰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폴액스로 누군가의 머리를 쪼개었다. 주변에서 함성이 터졌다.

 

  -타우! 타우! 타우!-

  “이게 다 뭐지?”

 

  귓속에 이명이 울렸다. 머리가 어지럽고 지끈거렸다. 눈 앞에 펼쳐진 참담한 광경에 유 범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유 범진은 위압적인 체구와 잘생긴 외모 덕에 여태 누군가와 사소한 시비조차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가 폭력적일 때는 화면 속 상대 유저를 마우스 클릭질로 죽였을 때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액션 게임이나, 사극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살과 창칼에 피를 흘리며 죽어 너부러진 시체가 그득했다.

  그것을 인식하자마자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가뜩이나 아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아아!”

 

  그제야 양손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날붙이와 창대에 끈적거리는 피가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굳어진 피딱지 위로 방금 죽인 상대의 따듯한 선혈이 창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본 유 범진은 화들짝 놀라 미늘창을 던졌다.

 

  “이게 다, 뭐야?”

 

  푸른 피부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괴물이 갈라진 머리에서 피를 뿜으며 눈앞에서 쓰러졌다.

 

  “오거?”

  

  * * *

 

  모닥불 위로 토끼고기 두덩이가 익어가며 기름을 떨어뜨릴 때마다 불길이 순간 커졌다가 사그라들었다.

  타우는 손가락으로 귀 위에 뾰족하게 난 작은 쇠뿔을 퉁겼다. 몸이 바뀌고 나서 새로 생긴 습관이었다.

 

다 익었?”

 

  나뭇가지를 거침없이 밟는 소리와 금속이 부딪치는 소음에 바닥에 놓인 폴액스를 조용히 움켜잡고 몸의 근육들을 이완시켰다. 덤불을 헤치고 몇몇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 안녕하신가.”

 

  무장을 꽤나 잘 갖춘 드워프들이다. 벨트에 묶인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마다 잘린 머리가 대롱거렸다.

  드워프들 사이에 거친 천으로 만든 로브를 입은 사제가 포승줄에 묶여있었다.

 

  “배고픈데 잘 됐군. 이봐. 음식을 제공한다면 살려주마. 혹시 술 있나?”

 

  타우는 방금 말한 녀석에게 가죽 부대를 말없이 던졌다.

 

  “오우. 흑맥주!”

 

  코를 한껏 벌렁인 드워프는 한 모금 마신 다음 손등으로 거품을 닦고 동료에게 가죽 부대를 건넸다.

  그리고는 모닥불 근처로 성큼 다가오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어이 다 익은 거 같은데 고기도 먹기 좋게 잘 .”

  “해적 놈이. 내가 네놈 꼬붕이냐, 꼬붕이야? .”

 

  목덜미를 뚫고 나온 쇠꼬챙이에 가까운 창날이 피를 머금으며 삐져나왔다. 타우는 피 묻은 폴액스를 거둬 피 묻은 창날을 허공에 몇 번 털었다.

  그것을 본 다른 드워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다가 곧 눈을 사납게 뜨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켈? 제기랄. 미친 인간 놈이!”

  “. 네놈의 대갈빡을 쪼개주마.”

 

  타우는 창봉을 바닥에 찍으며 여유롭게 일어났다. 드워프들은 190이 넘는 키와 쑥, 자라  거대해진 뿔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인간? . 뭐 한때는 그랬지. 이 수염쟁이 놈들이 뒤지려고. 니들은 시력이 병신이니?”

 

  어느덧 긴장과 흥분으로 달아올라 빨갛게 물든 눈동자는 점점 커져 흰자위를 모두 덮었다. 달빛을 받아 붉게 번쩍였다.

 

잡것들아. 뿔이 커진 이상 살아날 생각은 하지 말아라. 뭐해? 친구 원수 갚아야지. 드워프. 드루와, 드루와.”


 타우는 손목을 까닥거렸다.

 

  “, 미노타우로스?”

  “미켈 놈이 괜히 뒈진 게 아니었구만.”

  “오냐. 생각이 바뀌었다. 네놈의 목을 잘라 벽장에 장식해주마. , 봐도 수염 숱도 없는 어린놈이다. 아마 변신은 못 하거나 서툴거다.”

변신이 아니라 변형이다, 병신들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 범진의 폴액스가 움직였다. 맨 앞줄에 있는 드워프는 방패를 들어 올려 막았다. 충격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타우는 내리친 자세 그대로 창을 뻗어 길쭉한 도끼날로 방패 테두리를 걸어 내린 후 그대로 창날을 얼굴에 박았다.

 

  “라셀!”

  “젠장 사방에서 몰아쳐!”

 

  타우는 자루 끝을 양손으로 허리를 굽어 크게 휘둘렀다. 좌우로 다가오던 녀석들의 정강이가 잘렸다.

 

  “하하하하! 좀 더 분발하라고. 난쟁이들아.”

 

  어느덧 혼자 남은 드워프가 주춤주춤 뒷걸음 치더니 도끼를 내팽개치고 뒤로 돌아 도망쳤다.

  타우는 발치에 있던 드워프가 쓰던 검을 발등으로 올려 차, 손으로 잡고는 어깨를 뒤로 당겨 던졌다.

 

 “!”

 

  전투라기보다는 도살에 가까운 살인을 목격한 사제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다리가 심하게 떨려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지막 한 놈까지 죽여버린 미노타우로스와 눈이 마주치자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에 사제는 주저앉아 허겁지겁 경전을 읊었다.

  왼쪽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은 이교도의 행동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일신교 양반. 눈 좀 떠보쇼.”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바닥에 떨어진 잘린 밧줄이 보였다. 사제는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 미안합니다. 절 죽이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사제를? 막가파 드워프도 아니고 뭐하러?”

  “감사합니다.”

  “욕봤소. 이만 갈 길 가쇼.”


  타우는 주변을 돌며 돈 될만한 전리품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단검 손잡이 끝에 달린 폼멜로 도끼를 쳐 자루에서 뽑고, 시체의 품을 뒤져 동전 꾸러미와 비교적 멀쩡한 갑옷과 신발을 벗겼다.

  능숙한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제는 로브 자락을 꽉 움켜쥐고 유 범진에게로 다가왔다.

 

  “저 형제님.”

  “난 일신교도가 아닌데 형제는 무슨. 미노타우로스는 고대 신을 섬기는 거 모르나?”

  “자애로우신 우리의 주께서는 이교도도 사랑하십니다.”

 

 유 범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랴샤쟁이들 설교는 질색이니, 포교할 생각은 마시고. 그게 아니면 용건이 뭐요?”

  “당신을 호위로 고용하고 싶습니다.”

  “. 그럼 잠시 기다리쇼. 마저 정리 끝내고 얘기나 들어 봅시다.”

  “저도 돕겠습니다.”

  “혼자 해도 괜찮.”

 

  대답하며 고개를 돌린 타우의 눈에는 앞으로 꼬꾸라지는 사제가 보였다. 등짝에는 투척 도끼가 깊게 박혔다.


  “하악, 하악. 평상시였다면 마, 맞출.”

 

  가슴을 뚫고 나온 칼날 주변 상처에서 피가 왈칵 쏟아진 드워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옆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유 범진의 눈동자가 붉어지며 점점 커졌다. 뿔 또한 쑥쑥 자라났다.

 

  “저 망할 새끼가.”

 

  드워프의 골통을 부수려 몸을 돌리려던 타우의 손을 잡은 사제가 그를 불렀다.

 

  “쿨럭. 형제님. 시간이 없 제 목에 찬 제 목걸이를 쟝쁘리엘 주교백 가, 각하께 커억! , 보수는. 제 눈. 오른쪽 의안 그, 그것으로 하아, 하악. 가시면 의안을 제값을 치, 치루어

 알겠소. 무리하지 마시오.”

 

  사제는 떨리는 손을 들었으나, 힘겨운지 번번이 얼굴 근처에도 못 가 팔을 떨구었다.

 

 “보다시피 팔을 들 기운도 없습니다. 허억, 허억. 제 영혼은 고, 곧 주님 품으로 갈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아, 아무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주교백 각하를 만나는 수, 순간까지.”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사제는 목을 떨구었다. 타우는 축 늘어진 시체를 조심스레 눕혔다.

  띠링!

  죽어가던 이름 모를 사제의 의뢰.

  쟝 프리엘 주교백에게 사제의 목걸이를 가져가 건네십시오.

  보상: 의안을 목적지에 가져가면 제 가격에 팔아줄 겁니다. 살펴보기 권장.

 

 “퀘스트? 그렇다면 저자의 죽음은 예정된 건가? 쳇 좆같군.”

 

  이세계에 온 지 벌써 반년이다. 그동안 퀘스트는 몇 번 받았지만. 연퀘 처럼 스토리가 있는 퀘스트가 아니라 단순한 서브 보상퀘였다. 이번에도 그렇지 모르지만 유 범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에는 단순한 퀘스트가 아닐 거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눈앞에 사람이 죽었는데 기뻐하는 자신에게 혐오감도 약간 들었다.

 

  “게임일 뿐이다. NPC일 뿐이야. 넌 쓰레기가 아니, 나 유 범진. 쓰레기는 아니다.”

 

  식어가는 시체를 잠시 바라본 타우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여 양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 두 입술을 떨며 투레질했다. 게임일 뿐이다.

  인간이던 시절 벌레 한마디로 징그러워 못 죽였던 그다. 게임이라고 자위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 야만적인 세계에 지금보다 적응하기가 오래 걸렸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전에 죽었을지도 몰랐다. 반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은 그가 믿어온 세계를 부숴버렸고 새롭게 재조립하였다.

  피 구름과 흙먼지가 날리는 이 망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소 상상도 못 할 짓을 해왔던 그였지만 나름의 선을 만들어 지키려 노력했다.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 모순적인 행동지침이지만. 이러지 않았다면 그는 이 미친 세상에 정신 또한 먹혔을 것이다.

  이 세계는 게임이라 생각하고 RP를 만들어 정했다.

 

  “잘 가십쇼. 이름 모를 사제님.”

 

  인간이던 시절의 말투와 예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잠시 묵념했다.

 

  “그대의 유언에 따라 빨리 가길 원하니, 매장은 생략하겠소.”

 

 인간이었던 시절의 말투는 사라지고 어느새 RP인 미노타우로스가 되었다.

사제의 감긴 두 눈을 유 범진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벌렸다. 눈을 가늘게 뜨며 꼼꼼히 살펴본 유 범진은 왼쪽 눈을 조금 더 벌려 의안을 꺼냈다.

 

. 값 좀 나가겠어.”

 

  자세히 봐야 할 정도로 의안은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전체적으로 상아를 깎아 만들었고  동공은 흑요석으로 만들었고 각막은 사파이어 바탕에 흑요석으로 주름을 만들었다.

  공막 부분은 유리로 만들어 눈동자 위를 코팅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석과 유리 부분은 물기가 어려 촉촉해 보였다. 자세 히 보지 않는다면 의안인지도 몰랐을 만큼 정교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서브가 아니라 메인 연퀘일지도 몰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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