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숨바꼭질. (볼 사람만 보시긔~)
방안은 캄캄해. 시간은 새벽 3시구... 인터넷에서 본 그 '위험한 놀이'를 하기 딱 좋은 시간대인 것 같네..? 귀신 따윈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워낙 할짓이 없기도 하고.. 담력 테스트라도 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어. 인형? 이제 만들어야지. 패스트 푸드도 테이크 아웃이랬다, 무서운 경험 좀 해보겠다는데 그건 기본 아니야?
내가 쓸 인형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인형. 특징을 찾아보기가 조금 힘드네. 워낙 평범하게 생겼으니까. 자... 이 인형의 등을 정원사인 아버지가 쓰라고 준 가위로 잘라 갈라내고... 그 안에 쌀을 넣어야지. 옳지. 거참 쌀 쓸려들어가는 소리 한번 경쾌하네. 가위로 손가락을 조금 잘라서... 피도 넣고... 끝. 빨간 줄이야... 원래 스릴을 느끼려면 안전장치를 빼야지. 암.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담고.... 인형을 옮겨놓고.. 이제 마법의 주문을 외워볼까? 첫번째 술레는 나... 첫번째 술레는 나... 조금 쎈 귀신이라면 내 이름 정도야 직접 듣지 않아도 알겠지? 이제 인형을 가위로 마구 잘라내야지.. 어... 너무 심하게 하면 터져버리겠네. 적당히 적당히...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10초 지나고... 좋아.
가위 찾았다.... 가위 찾았다... 저번에 너무 많이 잘라놔서 조금만 더 하면... 좋아. 두 번 정도면 괜찮겠지.
이제 가위가 술레다-! 술 한 병을 들고... 이제 숨어야겠지. 가위를 인형 손에 살포시 쥐어주고... 흐음... 가위가 날아올 때를 대비해서 나무판이라도 하나 가져다놓을까...
어디에 숨는다... 숨바꼭질에서 가장 스릴있는 자리는 술래 주변이라고 하던데... 인형 주변은 축축해서 좀 그렇고... 그래, 책상 밑이 좋겠네. 모니터도 켜져있겠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라면 귀신이 저기서 나타난다고 했었지. 자, 됐다. 입에 술도 머금었겠다... 이제 적절하게 쳐박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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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 벌써 30분이나 경과했는데? 모니터 화면이 깜빡이는 현상도 안일어나고... 아무 소리도 안나고.... 손목시계는 잘만 돌아가고... 사긴가? 뭐... 사기인걸 알아내보자고 이걸 한거긴 한데... 조금 실망스럽네.
인형한테 가봤는데.... 아까 그 자리 그대로야. 가위도 그대로 잡혀있고... 이게 뭐야? 허... 어이가 없어서... 술을 인형 얼굴에다가 막 퍼부어준 다음에 불을 딱 켰어. 어째 낚인 것 같아 기분이 나쁘네.. 제길.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 나타나고... 에이, 사기라도 먹었겠다, 그냥 컴퓨터 끄고 자야지. 모니터를 끄자-.
끼잉- 칙. 끼잉- 칙. 끼잉- 칙. 끼잉- 칙.
어? 본체 소리가 왜 이러지? 팬이 뭐에 걸렸나? 컴퓨터는 잘 움직이는데.... 뭐, 종료버튼 누르면 괜찮아지겠.... 안꺼지잖아. 분명 종료 버튼을... 왜 안꺼지는 거야? 종료화면조차 나타나지 않잖아! 모니터는... 안 꺼져! 뭐야! 전원을... 발을 드밀어서... 안꺼져! 분명 전기가 끊겼는데? 이게 어떻게....
끼잉- 칙. 끼잉- 칙. 끼잉- 칙. 끼잉- 칙.
귀신 놈이 별 개수작을 다 부리나 보네... 에이씨.... 그냥 불끄고 자자. 놀이도 끝났겠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면 다 꺼져있겠지 뭐.
불을 껐으니... 눕자. 혹시 종료됐을지도 모르니 모니터를 한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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