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
19.07.28 10:48
조회
368


물론 우리 집안은 생존력이 탑우주급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사히 돌아 오셨습니다.


어렸을 때 명절 때마다 그분께서 그때 이야기를 참 재밌게 말씀해주시던 게 생각납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생각해보면 참 끔찍하고 참담했던 이야기인데 그걸 그렇게 아이들에게 재밌게 풀어서 말씀해주셨던 그분은 아마도 소설가의 자질이 충분하셨던 것 같군요.


그분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가장 덜 잔인하고 재밌었던 이야기 하나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일본이 원폭 두방 때려맞고 항복한 직후입니다.


미군정이 들어서고 강제 징용 왔던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귀국 시키려고 여러군데 모아 놓았다고 합니다. 친척 분께서는 학교 건물 안에 수용되었다고 하셨지요. 참 웃긴 게 그렇게 살기 등등하던 일본인들이 패망하자마자 젖은 빨래처럼 흐느적거리더랍니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잘 웃는 사람들인지 그때 알았다고 합니다. 중국인 노동자가 일본인 감시의 뺨을 때려도 실실 웃으면서 잘못했다고 하더군요...때린 이유는 그냥 담배 피우는데 지나갔다는 것인데....


그리고 밤이되면 그렇게 젊은 여자들이 담장을 넘어와서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을 꼬셨다고 합니다. 자기랑 같이 살자고 그렇게 꼬셔댔다고 합니다. 거기에 넘어가서 달아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전쟁 통에 남자들이 죄다 죽어나가서 여자들만 흘러넘치니 이 여자들이 시집이라도 한번 가고 죽으려면 조선인이든 중국인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구미호 총각 꼬시듯이 홀린다고 하더군요.


대만에서 온 한 친구랑 패전 후에 수용소로 와서 친해졌는데 이 친구가 그만 거기에 넘어가서 담을 넘어 도망쳤다고 하더군요. 70년대 즈음에 그 친구 대만 고향에서 편지가 와서 알았는데 오사카에서 장사를 시작해서 꽤 부자가 되었다가 아내가 죽자 대만으로 돌아가 예전 편지들을 정리하다가 그 친척분 편지를 보고서 답장했다고 하더군요.


한번은 제가 그 분께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왜 일본여자 안만나셨어요?”


그 친척 분은 웃음기 싹 사라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못생겼어...죄다...”






Comment ' 12

  • 작성자
    Lv.55 흰색코트
    작성일
    19.07.28 11:26
    No. 1

    엌ㅋㅋㅋㅋㅋㅋ
    재밌네요. ㅋㅋ

    찬성: 4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46
    No. 2

    이 분 이야기로 중편 정도의 소설은 나올 것 같은데 엄두가 안나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9.07.28 14:22
    No. 3

    멋진 분이네요.

    찬성: 4 | 반대: 3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46
    No. 4

    젊은 시절을 스팩타클하시게 사셔서 그랬는지 말년에는 아주 여유로우셨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9.07.28 14:23
    No. 5

    앗 반전이 전 어찌 침략국 일본인을 처로 삼는단 말인가! 라고 일갈하실줄 알았더니 ㅎㅎ

    찬성: 3 | 반대: 2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45
    No. 6

    은근히 그 어르신께서 눈이 높으십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8 창든꿀벌
    작성일
    19.07.28 15:04
    No. 7

    그렇게 돌아가는 배를 침몰시켜서 많은분들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검색해보니 군함 우카시마호가 폭발을 해서 수천명의 강제징용 당하셨던 분들이 돌아가셨다고 나오네요..

    찬성: 4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45
    No. 8

    저도 그 이야기는 압니다만 친척 어르신은 다행이 미군정 감독하에 귀국하셔서 다행이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5 흔들릴때한잔
    작성일
    19.07.28 21:07
    No. 9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44
    No. 10

    이젠 작고 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 콜라매니아
    작성일
    19.07.28 23:59
    No. 11

    전 얼마전에야 저희 친할아버지도 일제 시대 때 징용되신 적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다행히 뭐 군함도 이런 데로 끌려가셔서 육체 노동 하신 건 아니고 부산 쪽에서 무슨 서류 작업? 하는 거에 동원되셨다네요.(대전정부청사 에서 공식 서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100% 손으로 써진 한자 서류라 읽을 수가 없어서 담당 공무원분이 대신 읽어줬습니다 OTL) 더 놀랐던 건 당시 일본인들이 급히 귀국하면서 살고 있던 집이나 재산도 거의 버리다시피해서 갔기 때문에 만약 할아버지가 당시 그런 빈집들에 본인 이름 박힌 문패만 걸어두셨더라면 그대로 집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없는 집이니까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였던 거죠. 만약 정말로 그랬으면 제가 금수저(웃음) 집안의 자손이 될 수도 있었는데. >ㅅ< 안타깝게도 그런 것에 관심두지 않으셨던 할아버지는 부모님 모셔야 한다고 고향으로 그냥 와버리셨다네요 ㅋㅋㅋ 그거 듣고 사알짝(웃음) 아쉬웠어요 ㅋㅋㅋ

    찬성: 2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일
    19.07.29 20:50
    No. 12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도장에 어르신이 한분 계셨는데 그 분이 해주신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일본 패망하고 일본 사람들이 야반도주했는데 그 중에 경찰서장이 살던 집을 그분이 들어가 살았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적산가옥이죠.....그런데 살다보니 자식들이 너무 괴롭다고 하고 여자들은 자꾸 병이 들고 집안이 우중충하고 음기가 강해서 그냥 팔고 나오셨다고...후에 듣기로 그 집을 철거하는데 그 집 밑에 사람 해골이 하나 나왔는데 ....거기서 식모살이하던 어린 여자애가 갑자기 도망쳤다고 하는데 그 애가 아닐까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43288 주인공 타입에 대해 고민이네요 +2 Lv.19 러믹 19.08.04 222
243287 덕분에 새 별명이 생겼습니다! +8 Lv.78 비단연꽃 19.08.04 161
243286 정담지기가 없나요? +43 Lv.31 에리카8 19.08.04 275
243285 개콘의 코너를 하나씩 몰아보고 있는데 +4 Personacon 적안왕 19.08.04 135
243284 미용실에 처음 갔었던 제 친구 이야기.... +6 Lv.11 게르의주인 19.08.04 182
243283 관찰 예능과 아이돌 +4 Lv.60 카힌 19.08.04 143
243282 나선인형은 다시 연재 안하나 Lv.58 세마포 19.08.04 137
243281 혹시 문피아에서 연재했던 소설 찾으려면 연재한담 가야... +3 Lv.81 박왈왈 19.08.04 176
243280 취미로 글쓰는 즐거움 +5 Lv.31 [탈퇴계정] 19.08.04 167
243279 게발선인장 키우기 +14 Lv.56 최경열 19.08.04 126
243278 요즘 같은 시국에 기분 좋아지는 프로그램 +5 Lv.31 [탈퇴계정] 19.08.04 204
243277 닉네임을 눈여겨 보십쇼. +8 Lv.89 유주혁 19.08.04 290
243276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2 Lv.11 게르의주인 19.08.04 137
243275 정담에서는 정치 이야기는 금지 아닙니까? +11 Lv.9 꿈의별 19.08.03 329
243274 싸우는거 다 좋다 이거에요. +4 Lv.5 평안하길 19.08.03 153
243273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질문) +4 Lv.85 백우 19.08.03 121
243272 플라스틱 안 쓸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Lv.85 백우 19.08.03 103
243271 스승님을 만났다 (2) +2 Lv.85 백우 19.08.03 118
243270 감정과잉 싫어하는분들 많던데 전 그런게 취향인듯 +1 Lv.60 식인다람쥐 19.08.03 131
243269 스승님을 만났다 (1) Lv.85 백우 19.08.03 187
243268 어느 만화방에 갔는데 +6 Lv.85 백우 19.08.03 150
243267 맞춤법 틀리는 여친.. +20 Lv.31 에리카8 19.08.03 204
243266 밀리의 서재 괜찮네요. +1 Lv.17 아마나아 19.08.03 141
243265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22 Lv.78 대추토마토 19.08.03 326
243264 안타깝고도 슬픈 현실 +23 Lv.48 도바민 19.08.03 218
243263 볼 게 없습니다ㅠ +3 Lv.70 떡볶이킬러 19.08.03 112
243262 전지적 독자 시점 표절당한거요 +22 Lv.75 fpdlej1 19.08.03 541
243261 북아프리카에서 건국하는 작품 제목 여쭙습니다 +6 Lv.66 나무믜 19.08.03 191
243260 월요일 또 면접 보러갑니다. +8 Lv.52 사마택 19.08.03 150
243259 32형 모니터 택배 왔습니다. +7 Personacon 水流花開 19.08.03 8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