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규칙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협력해야 생존이 가능할 때는 거의 없지요. 평소에는 그냥 각자도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암묵적인 규칙은 모두가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므로 눈앞에서 누군가가 굶어 죽어 가더라도 떳떳하게 외면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어른들은 아무도 견사불구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모르고 동정심만 가득한 어린이들은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추천하는 판타지소설 리스트에 ALLA 님의 [환생좌]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무지 좋아하는데요, 협력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기적인 면과 이기심을 억누르는 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협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거침 없이 자신의 이기심을 추구합니다.... 놀라운 일이죠.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할지라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을 강력하게 응징해 버립니다.... ㅎㅎㅎ
모두가 협력해야 할 때에 협력을 거부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왜 협력해야 하는지 개념이 탑재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구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하게 귀찮아서 협력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맹비난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 하면 평상시에는 각자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다는 규칙대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1998년 외환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한국인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유투브에 가면 이 일을 언급하는 동영상이 여럿 있는데요,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깜놀했다는 동영상이 많더군요. 다른 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각자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금을 내놓지 않았을 텐데, 한국인은 반대로 장롱에서 금을 꺼내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인의 뜨거운 마음은 좀 특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어쩌면 유전자에 특이한 유전형질이 들어 있을 수도....
위기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서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처럼 개인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 협력해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180도 바꾸는 것이지요. 이런 반전은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수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반전을 시도하면, 여러 사람이 그걸 보고 뒤따르는 형태로 될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앞장서면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이 좀 더 빨라질 겁니다.
그런데 때로는 협력해서 대응하는 게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대응이라든지, 핵무기 감축이라든지, ...... 아무래도 현재의 상태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고, 이해관계도 다 다르기 때문일 테지요. 그래서 협력이 잘 안 되고, 설사 협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특히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요.
1997년과 1998년 경에 저는 신문에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글을 읽었더랬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고령화사회가 앞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글을 읽어 보니 엄청 심각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도 심각하고, 국가 레벨에서도 심각합니다..... 국민연금으로는 해결이 잘 안 될 것으로 보였고요. 위기가 뽀작뽀작 다가오는데,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협력해서 대응하고 미리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협력이 잘 안 되는 좋은 예입니다.
또 다른 예로 출산률 감소가 있었습니다. 낮아지는 출산률 때문에 정부가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돈을 썼지만, 출산률은 더욱 낮아졌지요. 이걸 두고 일부 사람들은 헛돈을 썼다고 맹비난을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 돈을 안 썼더라면 출산률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요??? ^ ^ 돈이 더 드는 해결책들이 여럿 있는데, 그 해결책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실행이 안 되죠. 출산률은 나날이 감소하고, 고령화는 더욱 심각한 단계로 진행되는데, 무대책이 상팔자라는 식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반대 의견들로 인해서 협력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생좌]에서 보면,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협력하지 않으면 결국 최악의 생존률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되지요. 그러니까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생각을 잘 해야 하고, 행동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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