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개혁이 먼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면 변화하지 않는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군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심한것은 인력경시풍조라고 생각합니다.
80명이 일주일을 해야 할 작업이 포크레인이 와서 4시간만 해주면 끝납니다. 비용이요?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명의 일주일 인건비는 포크레인 4시간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군대에선 80명을 일주일간 돌리는 걸 선택합니다.
이는 8만원짜리 월급을 받는 사병의 시간을 마음대로 수탈해도 괜찮다는 사상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군대 내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 한다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합니다만 저 개인은 지켜지지 않던 정비시간을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이유는 저 말도 안되는 작업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부족은 곧 인력의 중요성으로 이어질것이라 믿습니다. 120만의 북한군 앞에서 그 적은 육군으로 어떻게 할것이냐? 를 묻는다면, 왜 근대의 동아시아군대는 소수의 열강에게 짓밟혔는가로 답하고 싶습니다. 물론 북한과 지금 우리의 차이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 10배 이상의 국방비가 30년 이상 들어갔습니다. 재래식전력에서 우리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북한에 비해 약세다라고 말씀하신다면, 현대 한국의 기갑전력을 너무 무시하시는게 아닌가 라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1년 6개월의 복무시간으로는 충분한 숙련병이 나오지 않는다? 1주일 훈련하고 2주일 작업하던 환경을 3주 내내 훈련만 하는 환경으로 바꾼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걸로도 불가능한 부분은 직업군인에게 맡겨야죠. 세금은 어디서 나오느냐. 그 부분을 처리하는게 행정가의 역활일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군복무기간이 단축된다고 병사의 숙련도, 혹은 군대의 질적 저하를 걱정한다면 최소한 제가 경험한 한국군의 작업 훈련비율을 고려했을 때 옳바르지 않은 이야기일겁니다.
제가 이등병 일병시절의 중대장과 연대장은 작업, 오직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병말 즈음에 바뀐 연대장이 육사출신의 단 한번도 진급누락이 없었던 말 그대로 엘리트 대령이었고, 연대 내 유일한 전투중대이던 우리 부대를 모든 작업에서 열외시키고 오직 훈련만 하게 만들었습니다.
장담하건데 그렇게 이등병에서 시작했던 후임이 일병이 됐을 때 보여주던 관련 숙련도는 제 선임들이 병장때 보여주던것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국군도 합리적인 형태로 변화할때가 됐습니다. 시민의 의식은 무르익었고 사회적인 요구도 거셉니다. 사병이 간부의 차를 세차하고, 담장 확장공사를 훈련보다 중요시 여기는 시대는 떠나보낼 때가 됐습니다. 담장 확장이 필요하다면 부대 운영비로 민간업자를 고용해야죠.
물론 무턱대고 군복무기간을 단축시킨다는건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맞습니다만, 이번 정부 역시 나름의 플랜대로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한 군대와 그 플랜을 비교해봤을 때 그건 타당한 영역에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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